'내란 중요임무' 여인형 징역 18년…"정치적 이익에 군사력 사용"
  • 설상미 기자
  • 입력: 2026.09.21 16:59 / 수정: 2026.09.21 16:59
이진우 15년·문상호 12년·박안수 10년·곽종근 9년
"군 전력에 회복하기 어려운 손상"…여인형 주도 인정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12·3 비상계엄 당시 군 지휘부가 1심에서 모두 중형을 선고받았다.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과 여인형 전국군방첨사령관. /더팩트 DB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12·3 비상계엄 당시 군 지휘부가 1심에서 모두 중형을 선고받았다.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과 여인형 전국군방첨사령관. /더팩트 DB

[더팩트ㅣ설상미 기자]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12·3 비상계엄 당시 군 지휘부가 1심에서 모두 중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6부(이현경 부장판사)는 21일 오후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 등으로 기소된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에게 징역 18년을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은 징역 15년,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은 징역 12년, 박안수 전 육군참모총장(계엄사령관)은 징역 10년, 곽종근 전 특전사령관은 징역 9년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보석 상태로 재판받아온 이 전 사령관과 박 전 총장, 곽 전 사령관의 보석을 취소하고 다시 구금했다.

재판부는 피고인 모두의 내란 중요임무 종사 및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다. 다만 박 전 총장은 경찰에 국회 출입 차단을 요청한 부분에 한해 직권남용 혐의가 인정됐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대한민국 육군, 방첩사, 수방사, 특전사, 정보사 부대를 지휘·감독할 지위에 있는데도 군의 사명과 임무, 군의 정치적 중립성을 저버리고 특정 세력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군사력을 사용했다"고 말했다.

또 "피고인들의 위법한 지시와 명령으로 내란 행위에 동원된 군인과 경찰관은 내란 세력의 동조자라는 불명예를 안고 정신적 고통을 겪었을 것"이라며 "군대 내에서 상관 명령의 적법성과 정당성에 대한 신뢰를 훼손시켜 국군의 전력에도 회복하기 어려운 손상을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특히 여 전 사령관이 주요 인사 체포와 선관위 서버 확보를 지시하는 등 내란 실행에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고 봤다.

재판부는 "윤석열, 김용현과 여러 차례 식사 모임을 하면서 비상계엄의 이유와 목적을 듣고 불법성을 인식했고 장기간 계엄 선포와 실행 행위에 대해 구체적으로 메모하고 주도적으로 준비한 것으로 보인다"며 "계엄의 사전 가담 경위, 사전 준비 기간과 그 정도에 비춰 비난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판단했다.

이어 "국회의원, 정치인 등 주요 인사를 영장 없이 체포·구금하고 선관위 서버 탈취 등을 지시했으며 비상계엄 해제요구안 의결이 임박한 시점에 주요 정치인 3명을 우선 체포하라고 지시하는 등 내란 실행 행위에 주도적 역할을 했다"고 밝혔다.

여 전 사령관은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심판과 군사법원 재판에서 계엄군의 선관위 침투와 관련해 허위 증언한 혐의도 유죄로 인정됐다.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은 징역 12년(맨 왼쪽), 박안수 전 육군참모총장(중간)은 징역 10년, 곽종근 전 특전사령관(맨 오른쪽)은 징역 9년을 선고받았다. /더팩트 DB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은 징역 12년(맨 왼쪽), 박안수 전 육군참모총장(중간)은 징역 10년, 곽종근 전 특전사령관(맨 오른쪽)은 징역 9년을 선고받았다. /더팩트 DB

이 전 사령관은 계엄 선포 전부터 국회에 수방사 병력을 투입할 상황에 대비하고 계엄 당일 병력을 출동시켜 국회 봉쇄에 가담한 것으로 판단됐다.

재판부는 "계엄 선포 전에 대테러 부대를 소집하고 선포되자 곧바로 수방사 부대를 국회에 투입시켜 국회를 봉쇄하는 내란 행위에 가담했다"며 "윤석열로부터 지시받은 국회의원을 끌어내라는 내용을 부하에게 다시 지시했음에도 이를 부인하면서 부관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지적했다.

박 전 총장은 계엄사령관으로서 위헌·위법한 포고령을 발령하고 이를 근거로 경찰에 국회 출입 차단을 요청한 책임이 인정됐다.

재판부는 "계엄사령관으로 포고령을 발령했고 위헌·위법한 포고령을 근거로 경찰청장에게 국회 차단을 요청해 국회 2차 봉쇄라는 결과가 발생했다"며 "육군의 수장이라는 지위에 비춰 국회나 그 인근에 전시·사변에 준하는 비상사태가 없음을 잘 알면서도 내란에 가담했다"고 했다.

또 곽 전 사령관이 계엄 선포 전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게 병력 투입을 명확히 지시받고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요구안 의결을 저지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12월1일 김용현으로부터 국회, 중앙선관위, 더불어민주당 당사, 여론조사 꽃에 특전사 병력을 투입하라는 명확한 지시를 받았다"며 "내란 실행 행위에서도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 의결을 막기 위한 가장 주도적 역할을 해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다만 곽 전 사령관이 수사 초기 양심선언을 하고 자수서를 제출한 뒤 일관되게 진술한 점은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했다.

문 전 사령관은 선관위 직원 체포를 계획하고 정보사 병력을 투입한 책임이 인정됐다. 선관위 청사를 점거하고 서버를 확보하기 위한 수색을 지시해 부대원들에게 위법한 행위를 하도록 했다는 판단이다.

재판부는 문 전 사령관이 계엄 선포까지 자신의 지시를 중단시키거나 상관에게 문제를 보고할 시간적 여유가 있었는데도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고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도 책임을 회피하는 태도를 보였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비상계엄 당시 윤 전 대통령과 김 전 장관의 지시를 받아 국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병력을 투입해 헌법기관 무력화를 시도하고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한동훈 당시 국민의힘 대표 등 주요 인사 체포조를 운영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선고 직후 조은석 특별검사팀(내란특검)은 "국민을 지키고 헌법을 수호해야 할 군의 핵심 지휘관들이 그 책무를 저버린 데 따른 책임을 확인한 판결"이라면도 "피고인 별 형량이 예상과 달리 기대에 미치지 못한 점에 대하여 아쉬움을 표한다"고 밝혔다. 이어 "판결문의 구체적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뒤 항소여부와 그 범위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했다.

내란특검은 지난 7월24일 여 전 사령관과 이 전 사령관에게 각각 징역 30년, 박 전 총장에게 징역 25년, 곽 전 사령관과 문 전 사령관에게 각각 징역 20년을 구형했다.

snow@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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