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령화 맞는 국민 노후·의료 재정 투입 안해"

[더팩트ㅣ이준영 기자] 최근 복지 관련 정책들이 이재명 대통령이 공언한 바를 지키지 않거나 취지에 맞지 않는 내용으로 결정되는 상황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공신력이 떨어졌다는 지적이다.
국민 의료를 보장하는 건강보험 재정에 대해 이 대통령은 법으로 정해진 정부 지원율을 매번 안지키는 상황을 수정하겠다 공언했지만 이후 나온 예산안에서 법정 지원율을 지키지 않았다. 기초연금도 하후상박으로 개편하겠다 했지만 저소득층 3만원 인상에 그쳤다. 기초생활수급자는 3만원 올라도 그만큼 생계급여에서 깎여 효과가 없다.
청년 첫 국민연금 보험료 지원도 당초 누구나 지원하겠다는 대통령 언급과 달리 신청한 사람만 주는 방향으로 축소됐다. 양극화가 악화되고 초고령화 시대에 들어섰지만 국민 노후, 의료 보장제도에 대한 재정 투입은 미흡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올해 역대급 대규모 세수를 거뒀지만 내년 복지 예산 증가율은 총지출 증가율에 미치지 못했다.
14일 더팩트 취재에 따르면 국민 노후·의료에 미치는 영향이 큰 건강보험, 기초연금, 국민연금 정책이 당초 이 대통령이 언급한 바와 다르거나 실효성이 떨어지는 방향으로 결정됐다.
이재명 대통령이 법으로 정해진 건강보험 재정 국고지원율을 지키지 않는 상황을 수정하겠다고 공언했지만 40여일 후 나온 내년 예산안에서 법정지원율을 지키지 않았다. 지난 7월 22일 이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열린 '지역·필수·공공의료 간담회'에서 정부가 법률에 규정된 건강보험 국고지원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참석자 지적에 "지금까지 정부가 법률로 의무지어진 것임에도 불구하고 환자나 건보 재정에서 책임지도록 만들어 놨는데 저희가 수정해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법적으로 2007년부터 해당 연도 건강보험료 예상 수입액의 20%에 상당하는 금액을 건강보험공단에 지원해야 한다.
하지만 지난 1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내년 예산안을 보면 2027년도 건강보험 국고지원액은 보험료 예상수입액의 20%에 상당하는 수준을 지원해야 하지만 14.4%에 그쳤다. 특히 올해는 건강보험 재정 적자 전환이 예상된 해다. 이에 참여연대, 보건의료시민단체, 노조로 구성된 무상의료운동본부는 "대통령이 국고지원비율 의무가 이행되지 않는 문제 수정을 공언했지만 41일 후 발표된 예산안에서 국고 지원율은 20%에 한참 못미치는 14.4%로 책정했다"며 "역대 최대의 세수에도 불구하고 법정지원율을 지키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지적에 지난 8일 이형훈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내년 예산안에서) 국고지원을 0.4%포인트, 약 1조100억원 증액했다"며 "이 부분은 정부가 앞으로도 계속 국고 지원을 증액하고자 노력할 것이다. 한꺼번에 다 증액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재정당국과도 충분한 협의가 있었다"고 언급했다.
저소득층에 기초연금을 더 많이 지급하겠다고 한 기초연금 개편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문제가 제기된다. 복지부가 밝힌 2027년 기초연금 개편방안은 소득을 3구간으로 나눠 차등지급한다. 소득 하위 0~30% 노인은 내년 38만원으로 올해 35만원보다 3만원 더 지급한다. 소득 하위 30~45% 노인에는 물가 인상률을 반영해 내년 35만9000원을 지급한다. 소득 하위 45~70%에는 올해와 같은 35만원을 지급한다.
하지만 극빈층인 생계급여 수급자 노인 대부분은 기초연금액 만큼 생계급여가 자동삭감돼 기초연금액 인상 효과가 없다. 기초연금액 만큼 생계급여에서 자동삭감되는 노인은 지난해 기준 약 78만명이다. 일부 하위층 노인은 내년 3만원 오르지만 물가연동에 따라 예정된 금액 기준으로 2만1000원 인상에 그친다. 소득 하위 45~70% 노인들은 물가 인상률이 반영되지 않아 사실상 삭감이라는 평가다.
제갈현숙 한신대 사회복지학 강사는 "기초연금을 하후상박으로 바꾸겠다 했지만 저소득층은 3만원 인상에 그치고, 차등지급하는 경계선에 위치하는 노인들 사정이 비슷한데 나누는 것도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청년 최초 국민연금 보험료 지원도 전체 청년 자동 지원에서 신청한 청년만 지원하는 것으로 축소됐다. 최초 가입연령인 18세 이후 첫 국민연금 보험료를 내면 보험료를 내지 못한 기간에 대해 추후 납부를 통해 가입 기간을 늘릴 수 있다. 국민연금 수령액을 높여 청년 노후 보장을 강화할 수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복지부 업무보고 자리에서 청년 최초 국민연금료 지원과 관련해 "복지 정책은 공평하게 기회를 줘야하는데 동작 빠르고 정보가 많은 소수만 혜택을 보고 나머진 혜택을 못보면 옳지 않다"며 "누구나 소급해 납부할수 있게 해야 하는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서영석, 이수진 의원이 각각 발의한 발의안도 청년 노후소득 보장을 강화하기 위해 18세 청년 모두에 국가가 보험료를 자동 지원하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지난 2월 복지부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신청한 청년만 지원하자는 의견을 냈고 복지위가 이를 수용했다. 당시 2월 27일 복지위 소위 회의에서 김남희 민주당 의원은 신청 청년만 지원하자는 복지부 의견에 "이것은 잘못됐다. 제도 취지가 일부 사람만 이용하고 있기에 보편적으로 하자는 것"이라며 "이 대통령도 몇 번이나 복지 혜택 몰라서 신청 못 하는 사람 없게하자며 신청주의를 극복해야 된다고 이야기해왔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당시 복지부는 "전문가들 의견 수렴하고 현장 의견 수렴해 보니 원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자동으로 하는 것도 맞지 않다"며 "홍보를 잘해 모두가 누락 없이 신청하게 하는 방향으로 입장을 정했다. 이것은 청와대하고도 얘기가 된 사안이다"고 답했다.
◆ 양극화 악화, 대규모 세수에도...복지 예산 증가율, 총지출 증가율 밑
복지 정책이 당초 취지나 대통령 공언과 달라진 문제는 예산과 연결된다. 초고령화 시대에 들어서고 양극화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국민들 노후, 의료 보장과 직결된 건강보험, 기초연금, 국민연금 등 사회보장제도 중요성이 커졌지만 대규모 세수를 거뒀음에도 복지 관련 예산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정부 예산안 발표 다음날인 지난 2일 이 대통령은 성장과 복지 관계에 대해 생각을 밝힌 바 있다. 그는 SNS에 "지속적 성장을 회복하지 못하고 0% 성장에 급기야 마이너스 성장으로 가게되면 양극화는 더 확대되고 심지어 복지 축소가 이어질 수도 있다"며 "성장포기·복지확대는 있을 수 없고 성장·복지 동시확대는 이상적이나 비현실적이며 부득이하게 현재는 성장에 집중해 파이를 키울 때라고 본다"고 올렸다.
이에 제갈현숙 강사는 "경제성장률이 강조된 개발도상국 때와 달리 지금은 양극화가 문제다. 정부가 재정 투입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여력이 없는 각 가정이 알아서 노후와 의료를 책임져야 하는 상황이 된다"며 "초고령화 시대를 맞아 국민 노후, 의료 보장과 직결된 건강보험, 기초연금, 국민연금에 대한 국가 재정 책임이 강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이 지난 6월 발표한 BOK 이슈노트 '우리 경제 가계 양극화의 실태와 파급영향'에 따르면 우리 경제는 가계의 자산격차 심화와 소득격차 재확대가 맞물린 복합 양극화 상황에 처했다.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순자산 지니계수는 2017년 0.584에서 2025년 0.625로 악화됐다. 이러한 상황에서 소득 지니계수도 2023년 0.323에서 2024년 0.325로 나빠졌다. 지니계수는 소득 불평등 측정 지표로 0에 가까울수록 평등한 소득 분배, 1에 가까울수록 불평등한 소득 분배를 의미한다.
한국은행은 "이러한 자산·소득 복합 양극화는 경제 전반의 생산성과 소비활력을 저하시킨다"며 "노력을 통한 계층 이동 가능성을 제약함으로써 근로의욕과 사회적 신뢰를 약화시키는 등 사회적 비용도 구조적으로 늘리게 된다"고 밝혔다.
올해 1분기 소득 5분위별 도시 가구당 가계수지에 따르면 소득 하위 80%에 해당하는 1∼4분위 가구 모두 월평균 실질소득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줄었다. 반면 소득 상위 20%인 5분위 가구는 실질소득이 늘었다.
특히 대규모 세수를 거뒀음에도 복지 예산은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반도체 호조로 국세는 2026년 본예산 390조원에서 2027년 584조원으로 약 194조원, 49.8% 늘어난다. 이에 총수입은 2026년 675조원에서 880조원으로 205조원, 30.4% 증가한다. 총지출은 2026년 본예산 728조원에서 821조원으로 93조원, 12.8% 확대된다.
하지만 내년 예산안에서 보건·복지·고용분야 예산은 289조원으로 2026년 본예산 264조원보다 24조6000억원, 9.3% 늘어난다. 내년 정부총지출 증가율 12.8%에 비해 낮다.
시민들이 만든 복지단체인 '내가만드는복지국가'는 "국세 수입 확대로 국가재정 운용에서 여유가 생겼지만 이재명 정부에서 복지 분야는 중심에 있지 못하다"며 "대한민국이 복지국가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어느 때보다 국가 재정에 여력 있을 때 민생복지 대도약 프로젝트를 가동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lovehop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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