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신종오 판사에 대법원장 표창…"고인의 헌신 잊지 않을 것"

[더팩트 | 김해인 기자] 조희대 대법원장이 법원의 날을 맞아 정치권력 등 외부 세력으로부터 사법부가 부당한 간섭이나 영향을 받아서는 안 된다며 사법권 독립을 강조했다. 대법관 제청을 둘러싸고 대통령실과 대법원이 갈등을 빚고 있는 가운데 나온 발언이다.
조 대법원장은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중앙홀에서 열린 '대한민국 법원의 날 기념식'에서 "헌법상 독립된 국가기관인 법원이 다른 국가기관이나 정치권력, 사회 세력은 물론 소송당사자로부터도 부당한 간섭이나 영향을 받지 않고 오직 헌법과 법률에 따라 중립적이고 공정하게 재판할 때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온전히 보장하고 법치주의를 실현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어떠한 어려움 속에서도 이러한 헌법적 사명을 흔들림 없이 수행하는 것이야말로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인 우리 사법부에 주어진 변함없는 책무"라며 "법원은 사법권을 오직 국민을 위해 올바르게 행사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조 대법원장은 대한민국 사법부가 독립된 국가기관으로 자리 잡기까지의 역사적 과정과 그 과정에서 사법권 독립이 지닌 의미를 되짚었다. 광복 이후 헌법을 통해 삼권분립과 사법권 독립의 원칙이 마련됐지만, 이후 정치·사회적 격변을 거치며 사법부의 독립이 여러 차례 도전에 직면했다는 취지다.
그는 "정부 수립 초기부터 산업화와 군사정권의 격동기를 거쳐 민주화에 이르기까지 사법권의 독립은 갖가지 압력과 간섭 속에서 끊임없이 시험받아 왔다"며 "그러한 어려움 속에서도 대한민국 법원이 사법권 독립의 가치를 지키며 오늘에 이를 수 있었던 것은 국민의 신뢰와 성원, 수많은 법원 구성원의 용기와 헌신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조 대법원장은 이날 기념사에서 대법관 제청 등 구체적인 현안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다. 다만 최근 대통령실이 노태악 전 대법관 후임 대법관 후보자 재추천을 요구한 상황에서 정치권력으로부터의 사법권 독립을 강조하면서 법조계 안팎에서는 관련 메시지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법원행정처는 대통령실의 대법관 후보자 재제청 요구와 관련해 내부 검토를 이어가고 있다.

조 대법원장은 사회적 갈등이 재판으로 이어지는 상황에서 법관들이 법과 원칙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고도 당부했다.
그는 "복잡하고 어려운 사건이 날로 늘어나고 있으며 사회적 갈등과 극심한 대립이 재판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다"며 "갈등이 첨예할수록 법원은 더욱 흔들림 없이 오직 법과 원칙에 따라 맡은 역할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에게 신뢰받는 사법부를 만들기 위한 변화도 강조했다. 전국 각지에 가정법원과 회생법원을 확충하고 해사국제상사법원 개원을 준비하는 한편 노동법원 등 전문법원 설치를 위한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또 감정절차 관리제도 확대와 '민생사건 적시처리부' 운영 등을 통해 재판의 신속성을 높이고, 차세대 전자소송과 형사전자소송 구축 및 재판지원 AI 시스템 고도화를 통해 사법 서비스의 효율성과 접근성을 높이겠다고 했다.
다만 조 대법원장은 "이러한 변화와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직 국민의 기대와 눈높이에 충분히 미치지 못하고 있다"며 "제도를 바꾸는 것만으로는 국민의 신뢰를 온전히 회복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기념식에서는 고(故) 신종오 서울고법 고법판사에게 대법원장 표창이 추서됐다.
조 대법원장은 "투철한 사명감과 책임감으로 맡은 바 소임을 다하셨던 한 법관을 기억하고자 한다"며 "안타깝게도 우리 겨을 떠나신 고 신종오 판사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께 진심 어린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고 했다.
이어 "언제나 국민의 입장에서 깊이 고민하셨던 고인의 헌신과 뜻을 우리 모두 결코 잊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신 판사는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및 통일교 금품수수 의혹 등 사건의 항소심 재판장을 맡았다가 지난 5월 숨졌다. 이후 서울고법은 법관들의 업무 부담을 줄이기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
법원의 날은 1948년 9월 13일 대한민국이 미군정으로부터 사법권을 이양받은 것을 기념하는 날이다. 대법원은 2015년부터 매년 9월 13일을 법원의 날로 기념하고 있다.
h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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