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기소유예 선택지 추가 뒤 12월 최종처분

[더팩트 | 김해인 기자]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코로나19 치료제 임상시험 승인 청탁 의혹으로 수사를 받은 뒤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과정을 두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당초 수사팀이 김 후보자를 알선뇌물약속 혐의로 기소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수사 과정에서 기소유예가 선택지로 추가됐고 관련 사건의 법원 판단 등을 거쳐 최종적으로 기소유예 처분이 내려졌기 때문이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서부지검 수사팀은 2024년 8월 김 후보자를 조사한 뒤 알선뇌물약속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고 징역 8개월을 구형하는 방안을 대검찰청에 보고했다.
김 후보자가 브로커 양모 씨의 부탁을 받고 김강립 당시 식품의약품안전처장에게 제넨셀의 코로나19 치료제 임상시험 승인을 신속히 처리해달라고 요청하고, 그 대가로 500만 원의 후원금을 받기로 약속했다는 게 당시 수사팀의 판단이었다.
당초 기소 쪽에 무게가 실렸지만 곧바로 처분이 이뤄지지는 않았다. 대검은 약속 금액이 1000만 원 미만인 알선뇌물약속 사건을 기소한 사례가 일반적인지 등을 검토하도록 수사팀에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팀은 유사 사건의 판례와 처분 사례 등을 검토한 뒤 같은 해 9월 기소유예를 선택지로 추가한 보고서를 대검에 다시 올렸다. 기소할 경우 무리한 기소라는 비판을 받을 가능성과, 반대로 기소유예를 할 경우 '봐주기 수사'라는 비판을 받을 가능성을 함께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수사팀은 김 후보자를 기소한다는 내용의 수사결과 보도자료까지 작성했다. 배포 전 대검의 승인도 받았으며 '현직 국회의원을 알선뇌물약속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최종 처분은 이뤄지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검찰 지휘부 교체와 사건 처분 시점이 맞물리면서 처분이 미뤄진 배경을 두고 의문도 제기됐다.
2024년 9월 이원석 당시 검찰총장의 임기가 끝나고 심우정 총장이 취임했다. 대검 차장과 반부패부장 등 주요 지휘부도 교체됐다. 다만 지휘부 교체 자체가 김 후보자에 대한 처분 변경에 직접적인 영향을 줬다고 단정할 근거는 현재까지 확인되지 않았다.
◆ 기소유예 검토는 계엄 이전부터…한동훈 '외압' 주장과 시점 차이
한동훈 무소속 의원은 검찰이 당초 김 후보자를 기소하고 징역형을 구형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12·3 비상계엄 이후 기소유예 처분을 했다며 외압 의혹을 제기해왔다.
실제 수사 경과를 보면 기소유예 방안은 계엄 이후 새롭게 등장한 것이 아니었다. 수사팀은 계엄 선포 약 3개월 전인 2024년 9월 이미 기소유예를 선택지로 추가한 보고서를 대검에 제출한 것으로 파악됐다. 즉 기소유예 검토 자체는 12·3 비상계엄 이전부터 이뤄진 셈이다.
다만 기소유예를 최종 처분으로 확정한 것은 12월이다. 수사팀은 이후 관련 사건의 법원 판단 등을 검토했고, 2024년 12월 19일 제넨셀 대표 강모 씨의 1심 판결이 나온 뒤 기소유예를 1안으로 하는 최종 처리계획을 보고했다.
최종 처분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이는 대목은 2024년 12월 19일 선고된 제넨셀 대표 강모 씨의 1심 판결이다.
재판부는 양 씨가 김 후보자에게 신속한 처리를 부탁하는 내용의 문자와 통화를 한 사실만으로 식약처의 정식 심사 절차를 생략하거나 다른 업체보다 우선해 검토해달라는 취지의 부정한 청탁이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관련 대가관계 역시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고 보고 일부 혐의에 무죄를 선고했다.
김 후보자 본인에 대한 재판은 아니었지만, 김 후보자 사건에서 문제 된 청탁의 성격과 대가관계를 판단하는 데 참고가 될 수 있는 판결이었다.
실제로 이 판결이 나온 뒤 서부지검 수사팀은 김 후보자 사건에 대해 기소유예를 1안, 불구속 기소를 2안으로 하는 최종 처리계획을 대검에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리고 판결 8일 뒤인 12월 27일 김 후보자는 최종적으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당시 검찰 지휘부는 심우정 검찰총장, 이진동 차장검사, 구승모 반부패부장, 김선화 서울서부지검장이었다.

◆ 검찰 "피의사실 인정되지만 청탁 위법성은 단정 어려워"
기소유예 처분은 혐의가 없다고 판단한 무혐의 처분과는 다르다.
서부지검의 불기소결정서에는 김 후보자에 대해 "피의사실은 인정된다"고 기재됐다. 다만 검찰은 코로나19 감염병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던 상황에서 국내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업체의 임상시험 계획 승인을 신속하게 처리해달라는 취지로 식약처장에게 부탁한 행위를 두고 청탁 자체가 위법하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 식약처가 해당 임상시험을 처리하면서 이례적으로 규정이나 매뉴얼을 위반한 정황이 확인되지 않았고, 500만 원의 후원금도 실제 수수되지 않았다는 점 등을 고려했다. 약속한 금액이 비교적 크지 않았다는 점도 참작 사유로 들었다.
결국 검찰의 판단은 '후원금 약속이라는 피의사실은 인정되지만, 이를 형사처벌할 정도의 위법한 청탁으로 단정하기 어렵고 실제 금품 수수도 이뤄지지 않은 만큼 기소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정리할 수 있다.
현재까지 확인된 과정만 보면 △2024년 8월 기소 의견 및 징역 8개월 구형 방안 보고 △9월 기소유예 선택지 추가 △12월 19일 제넨셀 대표 1심 판결 △12월 기소유예 1안으로 최종 처리계획 보고 △12월 27일 기소유예 처분 순으로 진행됐다.

◆ 김 후보자 측 "녹취 조작…부정한 청탁 없었다"
김 후보자 측은 의혹 자체를 부인하고 있다. 인사청문회 준비단은 최근 공개된 녹취록을 두고 한동훈 무소속 의원이 대화 일부를 삭제하거나 발언 순서를 바꿔 김 후보자가 금전적 이득을 노리고 양 씨의 청탁을 들어준 것처럼 왜곡했다고 주장했다.
한 의원이 전날 페이스북에 올린 녹취록에는 김 후보자가 양 씨에게 관련 자료를 보내달라고 하고 임상시험 승인 절차가 지연되는 이유 등을 확인하려는 취지의 대화가 담겼다. 이후 양 씨가 식약처 심사가 늦어지는 이유를 알아봐 달라고 하자 김 후보자가 누구에게 확인하면 되는지를 묻는 내용도 나온다.
준비단은 "한 의원이 공개한 녹취록은 후보자가 마치 금전적 이득을 노리고 양 씨의 청탁을 들어준 것처럼 읽히도록 매우 악의적으로 조작돼 있다"며 녹취의 전체 원문과 편집본을 비교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는 기소유예 처분 자체에도 반발해 헌법소원을 제기한 상태다. 결국 향후 논란의 핵심은 당시 검찰의 기소유예 판단이 어떤 법리와 사정을 근거로 이뤄졌는지, 그리고 김 후보자의 '부정한 청탁이 없었다'는 해명이 실제 수사기록과 법원 판단에서 어느 정도 뒷받침되는지로 좁혀질 전망이다.
h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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