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고인 측 "납득 어려운 판결…항소 계획"

[더팩트 | 정예은 기자] 중증 장애인 입소자들을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색동원 전 시설장 김 모 씨가 1심에서 징역 15년을 선고받았다. 김 씨는 피해자들의 진술을 신뢰할 수 없다고 다퉜지만 재판부는 진술이 일관되고 구체적이라며 신빙성을 인정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9부(엄기표 부장검사)는 2일 오후 성폭력처벌법 위반(강간 등 상해) 등 혐의로 기소된 김 씨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아동·청소년·장애인 관련 기관 10년 취업제한 및 3년 보호관찰도 함께 명령했다. 검찰 구형은 징역 20년이었다.
재판부는 수사기관부터 법정에 이르기까지 피해자들이 피해 사실을 일관되게 진술한 점을 유죄 판단의 핵심 근거로 삼았다.
피해자들이 피해 상황을 묘사할 때 '피고인이 키가 커서 머리 하나 위로 올라와 있었다', '슬리퍼 끄는 소리가 나서 피고인이 방에 들어온 것을 알았다'는 등 직접 경험하지 않으면 거짓으로 꾸며내기 힘든 내용을 진술했다고 평가했다. 법정에 출석해 피고인 측 변호인이 반대신문하는 상황에서도 기존 진술의 취지를 일관되게 유지했다며 신빙성을 인정했다.
공소장에 적힌 범행일자가 2012~2014년 사이 또는 2017~2023년 여름 새벽으로 지나치게 광범위해 방어권 행사를 방해한다는 김 씨 측 주장 역시 받아들이지 않았다. 중증 발달장애인인 피해자들의 인지·진술 능력을 고려하면 범행 일시를 더 구체적으로 특정하도록 요구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 다소 불편함이 생기더라도 충분히 감수할 수 있는 수준"이라며 "이보다 더 구체적으로 특정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공소사실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이와 유사한 중증 장애인 대상 성범죄는 사실상 유죄 판단이 불가능해진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상당 기간 대규모 장애인 거주시설이 존재할 수밖에 없는 현실과 사회적 약자인 장애인에 대한 인권유린 범죄에 사회적 경종을 울릴 필요가 있다"며 "피고인의 범행이 사회에 미친 충격을 고려할 때 중형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덧붙였다.

다만 2024년 2월15일~2025년 7월23일 사이 피해자 A 씨에 대한 일부 혐의는 성폭력처벌법 위반이 아닌 장애인복지법 위반만 인정했다. 성폭력처벌법상 강간죄가 성립하려면 피해자가 '항거불능' 상태였음이 입증돼야 하는데, 제출된 증거만으로는 이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취지다.
선고 직후 피해자 측 변호인인 고은영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이번 판결이 피해자와 가족들에겐 위로가, 우리 사회의 장애인복지시설에 대한 제도 개선의 시작이 되길 바란다"며 "피해자들의 진술을 깊이 있게 이해하고 판결한 재판부에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피고인 측 변호인은 "재판부가 일방적으로 피해자 진술만 받아들여 납득할 수 없는 판결을 했다"며 항소 의사를 표했다.
김 씨는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인천 강화군에 있는 중증 발달장애인 거주 시설 색동원에서 지적장애 여성 4명을 강간·폭행·학대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ye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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