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대선을 교세 확장 기회로 삼아"

[더팩트ㅣ선은양 기자] 윤석열 정부와 '정교유착'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한학자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통일교) 총재가 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우인성 부장판사)는 31일 오후 한 총재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징역 1년을, 청탁금지법 위반과 업무상횡령 혐의에 징역 1년을 각각 선고했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통일교 2인자 정원주 전 비서실장에게는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윤영호 전 세계본부장은 징역 6개월, 윤 전 본부장의 배우자 이 모 씨(전 통일교 재정국장)는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통일교가 자금력을 앞세워 제20대 대선을 교세 확장의 중요한 기회로 보고, 우호적인 후보가 당선되면 통일교 정책에 국가 지원을 받고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려고 저지른 범행"이라고 밝혔다.
이어 "정치자금법과 청탁금지법의 입법 목적을 훼손했고, 실제 청탁 성립 여부와 무관하게 국가 정책에 대한 국민의 신뢰와 기대를 침해했다"며 "선교·교육 목적과 무관하게 정치세력과 결탁하는 데 자금이 사용돼 죄책이 가볍지 않다"고 지적했다.
한 총재는 제20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윤석열 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꼽히던 권성동 전 국민의힘 의원에게 현금 1억원을 건넨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부는 "윤 전 본부장이 정 전 실장이 배석한 자리에서 한 총재에게 권 전 의원과의 점심 약속을 보고했고, 한 총재가 정 전 실장을 통해 1억원을 전달하도록 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세 사람의 공모를 인정했다.
통일교 자금 약 1억4400만원을 국민의힘 의원 등에게 이른바 '쪼개기' 방식으로 후원한 혐의도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한 총재의 윤 전 대통령 지지 발언 직후 통일교 내부에서 국민의힘 후원금 지급을 논의했고, 정 전 실장을 거쳐 한 총재의 승인을 받은 뒤 실제 지급이 이뤄졌다"고 판단했다.
건진법사 전성배 씨를 통해 김건희 여사에게 다이아몬드 목걸이와 샤넬 가방 등 약 8000만원 상당의 금품을 제공한 혐의도 유죄로 인정됐다.
금품 구매에 통일교 자금을 쓴 행위 역시 횡령죄가 성립한다고 봤다.
재판부는 "대통령 배우자에게 부정한 청탁 목적으로 금품을 제공하는 데 교단 자금을 사용한 것은 용인될 수 없어 불법영득의사가 인정된다"고 밝혔다.
다만 쪼개기 후원금 명목으로 통일교 계좌에서 각 지구당 계좌로 송금한 행위는 횡령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이 자금이 장기간 별도 관리되거나 정상 자금과 구별됐다고 보기 어렵고, 계좌 이체만으로 통일교 자금을 개인적으로 유용할 의사를 가졌다고 볼 증거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한 총재와 정 전 실장이 2022년 10월 미국 라스베이거스 원정도박 사건 관련 회계자료를 없애도록 지시했다는 증거인멸교사 혐의 등은 공소기각 판결을 받았다.
재판부는 해외 정치인 대상 정치자금 지급, 선교활동비·보석 구매 관련 횡령, 이 전 재정국장의 단독 횡령 혐의 등도 김건희 특검법상 수사 대상과 합리적 관련성이 없다며 공소기각했다.

통일교 측은 선고 뒤 입장문을 내 "한학자 총재가 해당 행위를 지시하거나, 불법적 목적을 인식하고 승인했다는 판단에 대해선 결코 수긍하기 어렵다"며 "판결문을 면밀히 검토한 뒤 지체 없이 항소해, 상급심의 엄정한 재판 과정을 통해 사실관계와 법리적 판단의 오류를 바로잡겠다"고 항소 의사를 밝혔다.
앞서 민중기 특별검사팀(김건희 특검)은 지난달 결심공판에서 한 총재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대해 징역 5년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횡령) 등 나머지 혐의에 대해 징역 8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정 전 실장에게는 징역 10년, 윤 전 본부장에게는 징역 3년 6개월, 이 전 재정국장에게는 징역 3년을 각각 구형했다.
yes@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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