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사·시민단체 반대, 플랫폼 기업은 동의

[더팩트ㅣ이준영 기자] 약 배송 대상자를 제한한 관련 법 개정 시행 전 정부가 대상 확대를 추진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약사들과 보건의료 시민단체는 환자 안전성과 지역약국 생태계에 위협이 된다며 반대하고 있다. 반면 산업계는 환자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26일 보건의료계에 따르면 국무조정실과 중소벤처기업부, 보건복지부는 비대면 진료 제도화를 앞두고 모든 비대면 진료 환자를 대상으로 한 약 배송 확대 논의를 시작하기로 했다. 앞서 복지부는 지난 20일 "국민의 약 수령 편의를 더욱 높일 수 있도록 비대면 약 배송 적용 대상 확대에 관한 논의를 시작하며, 약사법·의료법 등 관련 법규 개정도 논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올해 말 의료법 개정에 따라 비대면진료가 시행된다. 오는 12월 24일부터 비대면진료 시 섬·벽지 거주자, 장기요양수급자, 장애인, 감염병환자, 희귀질환자에 한해 약 배송이 허용된다. 이같은 개정법 시행 전 정부는 민관 협의체를 통해 모든 비대면 진료 환자 대상으로 약 배송 확대 논의를 추진한다. 당국은 가까운 동네약국 중심으로 약 배송을 허용하되, 비대면 진료 전담약국을 금지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하위법령을 마련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를 두고 약사들의 반발이 거세다. 복약지도를 직접하지 않으면 환자들의 안전에 위협이 될 수 있고, 비급여 의약품 오남용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의견이다. 플랫폼을 통해 약 배송을 하면 지역 약국들의 생존도 위협을 받는다는 입장이다.
강경연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사무국장은 "복약지도는 환자와 만나 직접하는 것이 원칙이다. 의약품 사용 안전성과 적정성 영향에 대한 충분한 평가 없이 비대면 환자 약배송 확대부터 추진해서는 안 된다"며 "환자 안전과 지역약국을 영리 플랫폼에 넘길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약 배송 플랫폼에 의해 지역 약국 생태계도 파괴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강 사무국장은 "배송 대상이 모든 비대면진료 환자로 확대되면 진료와 처방, 조제와 약 전달이 민간 영리 플랫폼을 통해 이뤄지고, 환자가 어느 약국을 이용할 것인가는 플랫폼 노출 정책이 결정하게 된다"며 "정부는 하위법령으로 비대면진료 전담약국을 금지하겠다고 하나 특정 약국을 지정하지 않더라도 노출 순위와 수수료 조건을 조정하는 것만으로 조제 물량은 소수 약국에 집중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대한약사회 측도 "비대면 진료 실제 현황은 물론, 불법 약 배송 실태와 비급여 처방 오남용에 대한 기초적인 통계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정부가 무엇을 근거로 안전을 장담하며 배송 확대를 추진하는가"라며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과정에서 드러난 탈모약·다이어트약·여드름약 등 비급여 의약품의 무분별한 처방과 배송 문제, 배송 과정에서의 변질 및 오배송 사고에 대한 대책은 없다"고 말했다.
특히 대한약사회는 "국회와 정부, 보건의료계가 오랜 숙의 끝에 법제화한 비대면 진료 관련 의료법 개정안이 시행되기도 전에, 정부가 특정 플랫폼 업계 이해관계만을 대변하며 의약품 배송 범위 확대를 밀어붙이려 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대한약사회는 약 배송 확대를 전제로 한 민관협의체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약 배송 확대가 국민건강보험 재정을 악화시킬 것이란 주장도 있다. 시민단체인 건강권 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은 "기업 플랫폼은 수익을 얻어야 하므로 이미 시범사업에서 드러난 바 있는 과다진료나 의약품 오남용을 더 유발할 것이다. 이는 건강보험 재정을 악화시킬 것"이라며 "그러면 정작 필요한 서비스를 받아야 할 환자들의 보장은 축소되거나, 건강보험료가 크게 오를 수밖에 없다"고 언급했다.
반면 원격의료산업협의회는 약 배송 대상 확대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비대면 진료는 허용하면서 약은 약국에 직접 방문해야만 수령할 수 있는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원격의료산업협의회에는 비대면진료, 약배송 플랫폼 기업인 닥터나우가 회원사로 있다.
이슬 원격의료산업협의회 공동회장은 "약 배송 플랫폼으로 지역 약국이 위협을 받는다는 것은 과도한 우려다. 약사 1명당 약배송 비율 상한제, 약 배송 거리 제한 등을 두면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약 배송은 비대면진료를 이용하는 모든 환자에게 원칙적으로 허용해야 한다. 일부 대상자만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현행 방식이 아닌 모든 비대면진료 이용자가 원하는 장소와 시간에 필요한 약을 수령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며 "해외에서도 약 배송이 폭넓게 허용되고 있는 만큼 우리나라도 안전장치를 통해 환자의 선택권과 안전성을 함께 확보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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