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외국인 피의자 10명 중 1명 '수사 중지'…몰래 출국에 속수무책
  • 정인지 기자
  • 입력: 2026.08.23 00:00 / 수정: 2026.08.23 00:00
5년간 수사 중지 외국인 피의자 '11.3%'
단기 체류 외국인, 신원 특정 전 출국
경찰 "경미한 범죄도 국제공조 넓혀야"
외국인 피의자 10명 중 1명은 해외 체류나 출국 등을 이유로 경찰 수사가 중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한 승객이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 전광판에서 출국 정보를 확인하고 있는 모습. /인천국제공항=남윤호 기자(현장풀)
외국인 피의자 10명 중 1명은 해외 체류나 출국 등을 이유로 경찰 수사가 중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한 승객이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 전광판에서 출국 정보를 확인하고 있는 모습. /인천국제공항=남윤호 기자(현장풀)

[더팩트ㅣ정인지 기자] 외국인 피의자 10명 중 1명은 해외 체류나 출국 등을 이유로 경찰 수사가 중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룹 방탄소년단(BTS) 멤버 진을 강제추행한 일본인이나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의 주범으로 지목된 중국인처럼 경찰이 신원을 특정하기 전에 출국하거나 해외에 머물러 수사에 어려움을 겪는 사례도 이어지고 있다. 해외에 있는 피의자 수사를 위해 국제공조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수사가 중지된 외국인 피의자는 총 2만656명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전체 외국인 피의자 18만2470명의 11.3%에 달한다.

수사 중지 외국인 피의자는 연도별로 2021년 3434명, 2022년 3847명, 2023년 4139명, 2024년 4636명, 지난해 4600명으로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죄종별로는 사기·횡령·배임 등 지능범죄가 9465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폭력 1775명, 교통범죄 1580명, 절도 1263명, 마약 601명 등 순이었다. 강간·추행은 249명, 강도는 44명이었다. 다만 살인 사건에 연루된 외국인 피의자를 검거하지 못해 수사가 중지된 사례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수사 중지는 수사를 계속하기 어려울 때 수사를 일시적으로 멈추는 절차다. 피의자의 소재를 확인할 수 없거나 2개월 이상 해외에 체류해 조사가 어려운 경우 중지할 수 있다. 중병으로 조사가 어렵거나 전문가 감정, 다른 기관의 결정이나 재판 결과 등을 기다려야 할 때, 중요 증거가 해외에 있어 확보에 시간이 걸릴 때도 수사를 중지할 수 있다.

경찰은 외국인 피의자가 수사 도중 해외로 빠져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최근 5년간 1만4461명의 출국정지를 요청했다. 2021년 3025명, 2022년 2981명, 2023년 2961명, 2024년 2819명, 지난해 2675명이었다.

서울 중구 명동거리가 관광객들로 북적이고 있다. /더팩트 DB
서울 중구 명동거리가 관광객들로 북적이고 있다. /더팩트 DB

하지만 관광객 등 단기 체류 외국인의 경우 출국정지가 여의치 않다. 경찰은 지난 2024년 6월 서울 송파구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BTS 데뷔 11주년 기념 행사에서 진의 볼에 기습적으로 입을 맞춘 일본인 여성 2명을 수사했지만 이들이 이미 출국한 뒤여서 어려움을 겪었다.

경찰은 현장 폐쇄회로(CC)TV 등을 분석해 50대 일본인 A 씨가 공항을 통해 출국한 동선을 확인했다. 이후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에 공조를 요청해 A 씨의 신원을 특정했지만 A 씨가 국내에 들어오지 않아 수사가 장기화됐다. 경찰은 결국 지난해 3월 수사를 중지했다. 이후 A 씨가 자진 입국하면서 수사를 재개, 지난해 5월 강제추행 혐의로 송치했다. 또 다른 일본인 여성 B 씨는 신원이 특정되지 않아 여전히 수사가 중지된 상태다.

해외에 있는 피의자의 신원을 특정하고도 국내로 데려오지 못해 수사가 장기화하는 경우도 있다. 서울경찰청 쿠팡 수사 종합 태스크포스(TF)는 지난해 11월 쿠팡 고객 이름과 이메일 등 약 3370만건의 개인정보가 노출된 사건의 주범으로 지목된 중국인 C 씨의 신원을 특정했다. 하지만 C 씨가 해외에 체류하면서 9개월 넘게 수사가 지연되고 있다.

C 씨는 쿠팡에서 인증 시스템 설계·개발 업무를 맡았던 소프트웨어 개발자로, 퇴사 후 쿠팡 서비스에 무단 접속해 개인정보를 유출한 혐의를 받는다.

결국 원활한 국제공조 외에는 뚜렷한 해결책이 없는 상황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외국인 사건은 최대한 빨리 인적사항을 특정해 출국정지를 하도록 하고 있다"면서도 "관광객은 체류기간이 짧아 신원을 특정하기 전에 출국하는 등 물리적 시간이 부족한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내를 찾는 외국인이 늘면서 외국인 범죄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국제공조를 확대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현재 인터폴 등을 통한 공조는 주요 사건 위주로 이뤄지고 있는데, 상대국에서도 범죄로 인정되는 사건이라면 비교적 경미한 범죄까지 수사기관 간 공조 범위를 넓힐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inj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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