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전 원장 측 "구체적 삭제 지시 없었다"

[더팩트ㅣ선은양 기자] 12·3 비상계엄 당시 계엄을 비판하는 방송 자막을 선별 삭제하도록 지시한 혐의를 받는 이은우 전 한국정책방송원(KTV) 원장이 항소심에서도 구체적인 삭제 지시가 없었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서울고법 형사1부(윤성식 부장판사)는 12일 오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를 받는 이 전 원장의 항소심 첫 공판을 열었다.
조은석 특별검사팀(내란특검)은 "원심은 구형과 달리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했다"며 "죄에 비해 가벼워 부당하다"고 항소 이유를 밝혔다. 특검팀은 1심에서 이 전 원장에게 징역 5년을 구형했다.
이 전 원장 측은 문제가 된 자막 26건 가운데 10건이 삭제된 사실 자체는 다투지 않는다면서도, 이 전 원장이 계엄 비판 자막을 구체적으로 골라 삭제하라고 지시한 적은 없다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이 전 원장이 당시 KTV 직원들에게 정치인들의 주장이나 견해 표명을 제외하고 사실 중심으로 자막을 정리하라는 취지의 포괄적 지시를 했을 뿐"이라고 밝혔다.
KTV가 일반 보도채널과 달리 정부 정책을 알리는 공보 채널인 만큼, 정치적 견해가 담긴 내용을 배제하는 기존 운영 기조를 적용한 것이라는 취지다.
변호인은 간부들의 진술이 문체부 감사와 수사·재판 과정에서 달라졌다며 신빙성도 다퉜다.
이 전 원장도 "1심이 물적 증거보다 두 사람의 진술에 의존해 판단한 것 아닌가 아쉽다"며 "중징계 통보 전인 최초 감사 당시 진술을 살펴봐 달라"고 말했다.
이 전 원장 측은 내란특검의 수사·기소 대상이 아니라는 주장도 폈다. 특검팀은 계엄 비판 자막 삭제 지시가 내란을 선전하기 위한 행위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내란선전 혐의는 불기소 처분했지만, 같은 행위에 대해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를 적용해 기소했다.
변호인은 내란선전 혐의와 별개인 직권남용 혐의까지 특검의 관할로 볼 수 있는지는 엄격히 판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내란선전 혐의를 뒷받침하는 압수물과 공통된 증거가 있다는 사정만으로 관련 범죄까지 모두 수사·기소할 수 있다고 해석하면, 압수물에서 우연히 발견된 개인정보 유출·명예훼손 등 다른 혐의도 특검이 다룰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또 내란선전 목적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해 불기소한 특검이, 같은 행위를 두고 비상계엄의 정당성을 옹호하려는 목적 아래 이뤄진 직권남용이라고 보는 것은 모순이라고도 했다.
재판부는 오는 9월2일 오후 2시 다음 기일을 열어 이 전 원장 측이 신청한 증인 1명을 신문하고,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결심 절차를 진행하기로 했다.
이 전 원장은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2024년 12월3일부터 13일까지 포고령 등 내란 행위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뉴스는 반복 보도하고, 계엄을 비판하는 뉴스는 삭제한 혐의를 받는다.
1심은 이 전 원장의 직권남용 혐의를 유죄로 보고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yes@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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