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성 중심 평가로 공공병원 번번히 무산
"예타 면제 필요, 복지부가 예타 수행해야"

[더팩트ㅣ이준영 기자] 지역 주민들을 위한 공공병원 확충이 이뤄지기 위해선 예비타당성 조사(예타) 면제가 관건이라는 평가다. 지역의료 공백과 원정 진료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그간 전국 각지에서 공공병원 설립이 추진됐지만 경제성 평가를 하는 예타 벽을 번번히 넘지 못했다.
11일 정부는 국민들이 전국 어디서 살든 필요한 진료를 보장하기 위해 공공병원 확충을 추진하고 있다. 비수도권 가운데 지역거점 공공병원이 없는 의료취약 중진료권 약 10개 지역에서 지방정부와 협의해 지역거점공공병원을 설립한다는 방침이다. 비수도권 가운데 공공병원이 없는 곳은 충북 제천·단양권, 충남 논산·부여·금산·서천권, 전남 영광·담양·장성권 등이다.
공공병원 확충은 필수적인 상황이다. 병원과 의사들이 서울과 대도시로 몰리면서 사는 곳에 따라 의료 서비스 격차가 발생하고 있다. 이는 지역 간 건강·수명 격차로 이어졌다. 10만명당 치료 가능했던 사망자 수는 서울 39.7명인데 반해 경북 50.2명, 충북 51.6명이었다.
우리나라는 공공의료가 부족하다. 선진국에 비해 민간의료 대비 공공의료 비중이 적고, 국민의 공공의료기관 이용도 저조하다. 한국 공공병원 비중은 5.2%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56.5%와 격차가 크다. 공공병상 비중은 OECD 평균이 71.5%지만 한국은 9.4%에 불과하다. 우리나라 공공병원은 시설(인프라) 노후화, 만성 적자 등 문제도 겪고 있다.
정부가 지역주민들의 진료권 강화를 위해 공공병원 설립을 추진하지만 예타를 통과해야 한다. 예타는 대규모 재정사업의 타당성을 따져 예산낭비를 막기 위한 제도다.
하지만 경제성 등을 평가하는 예타로 인해 그동안 여러 공공병원 설립 움직임이 막혔다. 울산시는 공공병원을 설립하려 했지만 두 차례나 예타 통과가 무산됐다. 광주시도 2023년 공공의료원을 만들려 했지만 당시 기획재정부 의뢰로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실시한 예타 재조사에서 ‘경제성 미흡’으로 탈락했다. 경제성 분석인 비용 대비 편익(B/C) 1 이상 나와야 하지만 0.65에 그쳤다.
현재 예타에서 공공병원 경우 기업회계 방식과 유사한 의료기관 회계 기준을 적용해 수익성이 중요한데 이는 공공병원 특성과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나백주 을지대 의과대학 교수는 "공공병원은 코로나19 등 전염병 대응과 공익적 역할로 수익이 나기 어려운 구조다. 반면 예타 평가 기준인 의료기관 회계는 기업회계 방식과 유사해 얼마나 수익을 냈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예타 정책성 분석과 지역균형발전 분석 평가도 부적절하다는 입장이다. 그는 "보건의료의 질적, 구조적 특성을 반영하지 못하는 지표 체계에 기반해 공공의료기관 설립의 정책적 타당성을 평가하고 있어 문제"라며 "공공병원 설립 경우 수익성 위주 기존 예타를 면제하고, 기획예산처가 아닌 복지부 장관이 공공병원 예타 주체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상욱 울산시장은 지난 7월 22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열린 '지역·필수·공공의료 서비스 대전환 소통간담회'에서 정부에 울산의료원 설립을 위한 예타 면제와 국비 지원을 요청했다.
lovehop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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