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쪽 편만 들지 마세요"…재판장 쏘아붙인 김건희
  • 설상미 기자
  • 입력: 2026.08.10 14:05 / 수정: 2026.08.10 16:29
특검 추궁하자 "영부인 수사 다 해봤냐"
로저비비에 가방 "받았지만 나중에 알아"
윤석열 전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일정을 마치고 2023년 5월 23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서울공항을 통해 귀국하며 김기현 당시 국민의힘 대표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남윤호 기자
윤석열 전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일정을 마치고 2023년 5월 23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서울공항을 통해 귀국하며 김기현 당시 국민의힘 대표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남윤호 기자

[더팩트ㅣ설상미 기자] 김건희 여사가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 부부에게 명품 가방을 언제 어떻게 받았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증언했다. 캐묻는 민중기 특별검사팀(김건희 특검)에는 "영부인 수사를 다 해봤느냐", 재판부에는 "한쪽 편만 들지 마시라"고 쏘아붙이기도 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조형우 부장판사)는 10일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 의원과 배우자 이모 씨의 속행공판을 열고 김 여사에 대한 증인신문을 진행했다.

김 여사는 이날 '배우자에게 267만원 상당의 로저비비애 클러치백을 받은 사실이 있느냐'는 특검의 질문에 "처음에는 몰랐는데 나중에 인식을 했다"고 답했다. 다만 "직접 받은 게 아니라서 기억이 잘 안 난다"며 "어떻게 전달이 됐는지 정말 모르고 늦게 발견했다"고 말했다.

특검이 "여당 대표나 부인에게 명품 선물을 받는 건 이례적인데 왜 기억을 하지 못하냐"는 취지로 추궁하자 김 여사는 "검사님은 그럼 영부인 수사를 다 했느냐. 그런데 어떻게 이례적이라고 할 수 있느냐"고 맞받았다.

이에 특검이 "국민들 눈에서 그렇다는 것"이라고 하자, 김 여사는 "국민들이 정말로 일어나는 일을 아느냐"라며 "검사님도 대통령 관저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지 않느냐. 검찰 일만 하는데 왜 아는 것처럼 이례적이지 않다고 단정하느냐. 틀렸다고 생각한다"고 크게 반발했다.

재판부도 "영부인은 이런 것을 받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데 증인도 그렇게 생각할 것"이라며 "이걸 받아도 되나 하는 생각이 드는 일은 사람이면 충분히 잘 기억하지 않느냐"는 취지로 물었다. 이에 김 여사는 "지금 검사님 질문이 강압적"이라며 "이례적이라면서 죄인으로 모는 것 자체가 이해가 안 된다"고 반발했다.

가방의 구체적인 전달 경로를 놓고는 재판부와도 신경전을 벌였다. 재판부가 "물건을 받은 사람이 있는데 여러 가능성을 추궁할 수 있다"는 취지로 말하자, 김 여사는 "제3자를 통했다면 (제3자에게) 또 다른 범죄 혐의가 있다고 유도하는 것 아니냐"며 "이거 정상인들은 다 그렇게 생각한다. 판사님께서 한쪽 편만 들지 마시라. 범죄를 확장시키지 말라"며 불쾌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날 김 여사는 가방을 받은 시점을 놓고 다소 엇갈리는 취지의 진술을 내놓기도 했다.

김 여사는 관저에서 물품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가방을 뒤늦게 발견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클러치백이 옷 색깔마다 필요해서 비싼 가방의 경우 짝퉁 같은 걸 많이 샀다"고도 했다. 가방과 함께 있던 이 씨의 편지도 나중에 봤지만 제대로 읽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질문이 이어지자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압수수색 때 발견됐다고 얘기를 들어서 사실은 그때 정확하게 인지했다"며 "당대표와는 전혀 상관없고 김 의원을 모함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여사는 이 씨와 개인적으로 가까운 사이도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이 씨와 단둘이 만난 적은 없고, 국민의힘 의원 배우자 모임과 관련해 통화한 기억만 있다고 했다. 이외 몇 차례 통화한 기록을 두고는 구체적인 내용이 기억나지 않는다고 증언했다.

다만 이 씨를 두고는 "굉장히 진실한 분"이라며 과거 국민의힘 의원 배우자들이 모인 자리에서 어려운 사람들을 걱정하는 모습을 보고 좋은 인상을 받았다는 취지로 말했다.

서울고법 형사15-2부(신종오 성언주 원익선 부장판사)는 4월 28일 오후 3시 김건희 여사의 자본시장법 위반 등 항소심 선고기일을 열었다. /유튜브 갈무리
서울고법 형사15-2부(신종오 성언주 원익선 부장판사)는 4월 28일 오후 3시 김건희 여사의 자본시장법 위반 등 항소심 선고기일을 열었다. /유튜브 갈무리

반복해서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답한 이유로는 건강 문제와 당시 자신을 둘러싼 논란을 들었다. 김 여사는 "줄리부터 시작해서 악마화가 너무 지겨울 때였다"며 "선물을 받아도 기억이 안 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가 아무리 죄인이지만 거짓말할 성격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김 여사는 증인신문 전부터 크게 한숨을 쉬는 등 불쾌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이날 증인신문 전에는 증언거부권을 놓고도 재판부와 공방을 벌이기도 했다.

재판부는 청탁금지법상 공직자 배우자의 금품 수수 자체를 처벌하는 규정이 없는 점 등을 들어 김 여사에게 이 사건과 관련한 포괄적인 증언거부권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이에 김 여사는 "없다고요?"라고 되물으며 "그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 논리적으로"라고 반발했다. 이어 "그럼 상상의 나래를 펴서 증언해야 하나요?"라고 따져 물었다.

이에 재판부는 "기억대로 말씀하면 된다"고 단호히 답했다.

김 의원 부부는 2023년 3월 8일 국민의힘 당대표 당선을 도와준 대가로 같은 달 17일 김 여사에게 267만원 상당의 로저비비에 클러치백을 제공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특검은 지난해 11월 윤 전 대통령 부부의 자택을 압수수색하던 중 클러치백과 "영부인님 감사합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편지를 발견했다. 이후 수색을 중단하고 법원에서 별도의 영장을 발부받아 가방을 확보했다.

특검은 이 가방이 대통령 직무와 관련해 제공된 선물이라고 보고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가방 결제 대금이 김 의원의 세비 계좌에서 지출된 정황이 확인되면서 김 의원도 함께 기소됐다.



snow@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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