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핑퐁' 되면 공소청 단계 변호사도 필요

[더팩트ㅣ설상미 기자] 검사의 보완수사권 폐지로 수사의 중심이 경찰로 이동하면서 국민의 변호사 선임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경찰 수사 단계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사건 초기부터 변호인 수요가 늘고, 절차가 길어질 경우 비용 부담도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4일 국회를 통과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은 검사의 직접 보완수사권의 근거를 삭제했다. 대신 검사는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할 수 있다.
다만 이같은 보완 수사 절차가 형사 실무에서 원활하게 진행될지는 미지수다. 이에 사실상 경찰 수사를 보완·견제하는 장치는 약화된다는 지적이 많다. 그만큼 경찰 수사 단계가 사건 처분에 결정적이 된다.
대표적인 사례가 일면식 없는 남성이 귀가하던 20대 여성을 무차별 폭행한 '부산 돌려차기' 사건이다. 애초 경찰은 중상해 혐의로 송치했다. 검찰은 보완수사를 거쳐 살인미수 혐의를 적용해 기소했다. 항소심에서는 추가 DNA 감정 결과를 토대로 강간살인미수 혐의가 추가됐다. 여고생을 성폭행한 뒤 살해한 장윤기 사건에서도 검찰의 보완수사 과정에서 경찰 간부인 피의자 부친의 수사 개입 정황과 케이블타이 등 핵심 증거가 누락된 사실도 확인됐다. 앞으로는 경찰 단계에서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려면 피해자가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해야 하는 셈이다.
보완수사권 폐지로 경찰 수사가 사건 처리 향방을 좌우하게 되면서 결국 피의자와 피해자 모두 수사 초기부터 변호인을 선임하려는 수요가 늘어날 전망이다. 기존에는 검찰에서 다툴 기회가 있었지만, 앞으로는 경찰 단계에서의 진술과 증거 확보가 결정적이 된다. 보완 수사 요구가 늘어나면서 경찰 수사 부담이 커질 수록 피의자·피해자의 대응은 더 중요해지므로 변호사 선임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된다.
◆법조계 "'사법 민영화' 우려…'형사변호사복지법' 비판도"
검·경을 모두 거친 법무법인 위온 이영훈 변호사는 "중대범죄수사청이 수사하는 일부 범죄를 제외한 대부분 사건의 부담이 경찰에 집중되면 수사관 1인당 사건 부담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이제부터는 누가 먼저 경찰을 움직일 수 있는지의 싸움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사건 초기부터 변호인을 통해 의견서와 증거를 제출하는 당사자의 주장에 더 귀를 기울일 가능성이 커지고, 결과적으로 '사법의 민영화'가 가속될 우려를 지울 수가 없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변호사 선임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운 국민은 충분한 법률 조력을 받지 못할 수 있다는 점이다. 형사사건의 변호사 비용은 최소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에 이른다. 보완수사 요구가 반복돼 절차까지 길어지면 경제력에 따른 방어권 행사 격차가 더 벌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검사·국회의원 출신인 김웅 변호사는 이번 개정안을 두고 "경찰 단계에서는 일단 변호인을 다 선임해야 한다"며 "변호인을 선임하지 않으면 사건이 그대로 종결될 수 있어 돈이 있는 사람은 모두 변호인을 선임할 것이고, 그렇지 못한 일반인은 절차가 복잡해져 대응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송치된 사건도 보완수사 요구로 '핑퐁'이 이어지면 공소청 담당 변호인을 또 선임해야 하고, 불송치 결정이 나더라도 이에 대응하기 위한 변호인을 다시 선임해야 한다"며 "이건 형사변호사복지법"이라고 비판했다.

이같은 우려가 나오자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인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한 언론 인터뷰에서 피해자들이 국선변호인을 활용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다만 수사 단계에서 피해자의 국선변호인 선임은 성폭력·아동청소년 대상 범죄 등일 때 가능하다. 2020년 도입된 형사공공변호인 제도가 있으나 미성년자, 70세 이상 고령자, 기초생활수급권자 등으로 이용이 제한된다. 피해자가 국선변호인을 선임할 때 피의자는 경찰 출신 대형 로펌 변호사로 대응하는 등 경제력에 따라 처분이 달라질 수도 있다.
정부여당은 이번 개정 형소법에 피해자를 두텁게 보호하는 내용이 포함돼있다는 입장이다. 사건이 불송치되면 3개월 내 이의신청을 할 수 있고 수사가 지연되면 수사관서장에게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필요한 수사 기록 열람·등사를 신청하거나 검사에게 면담을 요청할 수 있는 절차도 마련됐다. 다만 일반인이 혼자 감당하기에는 어려워 변호인 조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면 변호사 선임 부담 증가는 기우라는 의견도 있다. 형사사건은 원래부터 경찰 수사 단계가 핵심이었던 만큼, 변호인의 조력 역시 수사 초기부터 이뤄졌어야 한다는 취지다.
경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원래 형사사건은 경찰 수사 단계가 가장 중요했고, 검찰 단계에서 뒤늦게 변호인을 선임하는 사건 중에는 경찰 단계에서부터 조력을 받았어야 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중대범죄수사청이 출범하면 전체 수사 인력은 오히려 늘어날 수 있다"며 "현재도 검찰과 경찰이 사건을 서로 미루는 과정에서 처리가 지연되는 경우가 있는 만큼, 수사 장기화 여부는 제도 자체보다 이 같은 우려를 충분히 반영해 앞으로 어떻게 운용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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