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종목 ETF 출시 전 스트레스 테스트 '전무'
16개 상품 두 달 운용보수 36억6500만원
![]() |
|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와 관련해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의 책임론이 대두하고 있다. /뉴시스 |
[더팩트|윤정원 기자] 청와대가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도입을 둘러싼 김용범 정책실장 책임론에 선을 긋고 있다. 그러나 정책 결정 과정과 자산운용사의 수익 구조를 둘러싼 의문은 오히려 커지는 분위기다. 개인투자자들은 손실과 규제 강화 부담을 떠안은 반면 운용사들은 수십억원의 운용보수를 거두면서 "처음부터 짜고 친 판 아니냐"는 비판까지 나온다.
◆ 靑 "책임보다 대책"…스트레스 테스트조차 없었다
성기홍 청와대 홍보소통 수석은 지난 6일 김용범 실장 책임론과 관련해 "지금은 시장을 일단 유의 깊게 살피면서 대책을 챙기는 것이 저희로서는 더 중요한 사항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정책실장은 물론이고 청와대 당국자 모두가 이 모든 상황을 꼼꼼하게 점검하고 대책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에 대해 굉장히 세심하게 살펴나가고 있다"며 "필요하다면 추가 대책도 검토하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김 실장 문책보다 시장 안정과 후속 대책 마련에 무게를 두겠다는 취지다.
김 실장 책임론은 상품 도입 과정에서 정부와 금융투자업계가 긴밀하게 움직였다는 주장과 맞물리며 확산하고 있다. 조국 조국혁신당 혁신정책연구원장은 김 실장이 지난 1월 13일 증권사·자산운용사 대표들과 만난 뒤 금융위원회가 같은 달 30일 관련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며 이를 '관치금융의 실패'라고 규정한 바 있다. 시행령 개정안은 지난 4월 21일 국무회의를 통과했고, 단일종목 레버리지·인버스 ETF 16종은 지난 5월 27일 상장됐다.
그러나 상품 도입 과정에서 별도의 스트레스 테스트는 실시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박성훈 국민의힘 의원실이 금융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는 "개별 레버리지 ETF와 관련해 실시하거나 의뢰한 스트레스 테스트는 없다"고 명시됐다.
앞서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지난 7월 29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상품 출시 전 위험 분석 여부를 묻는 박 의원 질의에 "다 검토를 거쳐서 냈다"며 자료 제출을 약속했다. 하지만 제출된 자료에는 기존 연구보고서와 레버리지 배율별 리밸런싱 규모,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시가총액 및 거래대금 통계 등이 담겼을 뿐, 두 종목의 주가 급락을 가정한 구체적인 충격 시나리오는 확인되지 않았다.
정부는 상품 출시 당시 레버리지 상품이 기초자산보다 손실을 빠르게 키우고 횡보장에서도 음의 복리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럼에도 별도 스트레스 테스트 없이 상품을 허용한 뒤 두 달여 만에 기본예탁금을 1000만원에서 현금 3000만원으로 높였다. 사전 위험 검증보다 개인투자자 거래 제한이 먼저 이뤄졌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 사전 검증 없었는데 운용보수 36억원…의구심 키운 수익 구조
상품 도입 당시 위험 검증이 충분했는지를 둘러싼 논란은 운용사들의 보수 수입까지 알려지며 더욱 커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국회 정무위원회에 제출한 의원 질의 답변 자료에 따르면 지난 5월 27일부터 7월 28일까지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16종에서 발생한 잠정 운용보수는 총 36억6500만원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삼성자산운용의 'KODEX 삼성전자단일종목레버리지'와 'KODEX SK하이닉스단일종목레버리지'에서 발생한 운용보수는 30억2900만원으로 전체의 약 83%를 차지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4억8500만원, 한화자산운용과 신한자산운용은 각각 4900만원, 3500만원을 거뒀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2600만원, KB자산운용은 2100만원으로 집계됐다. 키움자산운용과 하나자산운용의 운용보수는 각각 1300만원, 700만원이었다.
운용보수는 ETF 순자산에서 자동으로 차감되는 구조여서 상품 가격이 하락하더라도 자금이 남아 있는 동안에는 계속 발생한다. 다만 상품 운용에 필요한 인건비와 시스템 구축·관리 비용 등이 포함되는 만큼 이를 전액 운용사의 순이익으로 볼 수는 없다.
가장 많은 보수가 발생한 삼성자산운용 역시 현물 납입형 구조를 적용해 증권거래세와 거래수수료 등 투자자의 실질 부담을 줄였다는 입장이다. 삼성자산운용의 해당 상품 총보수는 연 0.290%다. 집합투자업자 보수 연 0.269%와 지정참가회사(AP)·신탁회사·일반사무관리회사 보수 등으로 구성된다.
정부와 자산운용사가 실제로 공모했다는 정황은 현재까지 확인되지 않았다. 그러나 상품 가격이 하락한 기간에도 운용보수가 계속 발생한 구조를 두고, 투자자 보호보다 금융회사 수익이 앞선 상품 설계였던 것 아니냐는 의문은 이어지고 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운용보수 자체는 정상적인 비용이지만 투자자는 큰 손실과 추가 규제를 떠안고 운용사에는 보수가 발생한 결과만 놓고 보면 불만이 커질 수밖에 없다"며 "사전 위험 검증 없이 상품을 허용한 정책 결정 과정부터 명확히 설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