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내 해결 가능 갈등도 법정행…교육 사법화 심각"

[더팩트 | 설상미·정예은 기자] 학교폭력과 촉법소년 문제를 법으로 단죄하려는 흐름이 대세다. 소년부 판사 출신인 조영삼 변호사(법무법인 대륜 학교폭력대응그룹장)의 생각은 다르다. 학교에서 회복해야 할 갈등이 심의위원회와 행정소송으로 이어지는 '교육의 사법화'가 가장 큰 문제라고 진단했다.
조 변호사는 지난달 28일 <더팩트>와 만나 "학교폭력도, 촉법소년도 결국 교육의 문제"라며 "소년사법의 핵심은 처벌이 아니라 학생을 다시 학교와 사회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돕는 교육과 회복에 있다"고 말했다.
1995년 창원지법 판사로 임관한 그는 소년부와 민·형사재판부를 두루 거쳐 현재는 변호사로서 학교폭력 사건을 주로 맡고 있다.
조 변호사는 "법관은 조사와 심리를 거쳐 축적된 기록을 토대로 사건을 판단하지만, 변호인은 사건 초기부터 학생과 보호자를 만나 사실관계를 정리하고 성장 배경과 가정환경까지 함께 살펴야 한다"며 "소년 사건은 잘못만 따질 게 아니라 앞으로 어떻게 성장하도록 도울 것인지까지 고민해야 하는 절차"라고 말했다.
◆사이버폭력·딥페이크 등 학교폭력 양상도 달라져
조 변호사는 최근 학교폭력 양상도 크게 달라졌다고 분석했다. 물리적 폭력이 주를 이뤘던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이용한 사이버폭력과 딥페이크 등 인공지능(AI)을 활용한 학교폭력이 대부분이다. 2차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고, 증거 수집도 어려워졌다.
이 때문에 학교폭력 사건은 개별 행위 자체보다 그 배경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는 "같은 말이나 행동이라도 기존 관계와 갈등의 경과, 교우관계에 따라 법적 평가가 달라질 수 있다"며 "사건이 발생한 순간만 보는 것이 아니라 그 이전부터 어떤 관계가 형성됐는지를 함께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심의 절차 규정한 학폭예방법서 비롯된 '교육 사법화'
최근 학교폭력 행정소송 증가의 원인으로는 학교폭력예방법의 구조적 한계를 꼽았다. 현행법은 학교폭력 신고가 접수되면 원칙적으로 심의 절차를 진행하도록 하고 있다. 가벼운 사안까지 모두 법적 절차를 밟게 되고, 학생부 기재가 대입에 미치는 영향까지 더해지면서 소송으로 이어지는 구조가 만들어졌다는 게 조 변호사의 설명이다.
심의 절차가 시작되면 당사자들이 서로 대화하거나 사과할 기회를 충분히 갖지 못한 채 처분으로 끝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조 변호사는 교육의 사법화를 줄이려면 학교의 재량을 넓히고 관계 회복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교육지원청의 관계회복 프로그램을 거쳐 추가 분쟁 없이 사건이 마무리되는 사례도 적지 않다고 한다.
피해 학생 보호를 위한 제도로는 학교안전공제회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조 변호사는 "학교안전공제회가 치료비와 상담비 등을 먼저 지원한 뒤 가해 학생 측에 구상권을 행사하는 구조는 피해 학생이 경제적 부담 때문에 치료를 미루지 않도록 하는 의미 있는 제도"라며 "피해 회복을 우선한다는 점에서 현행법상 가장 유의미한 장치"라고 말했다.
다만 장기간 소송이 이어질 경우 피해 학생 보호 체계는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학교장의 긴급 분리나 접촉 금지 조치를 지속적으로 점검·관리하는 시스템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극단적 사례로 촉법 연령 낮추기…소년사법 기본이념이 먼저
대통령도 인정할 만큼 촉법소년 연령을 낮추자는 여론이 우세하지만 조 변호사는 신중한 입장이다.
그는 "일부 중대한 사건만 보고 제도 전체를 바꾸는 것은 오히려 더 큰 부작용을 가져올 수 있다"며 "어린 나이일수록 교육과 보호를 통해 개선될 가능성이 크다는 소년사법의 기본 이념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100건 가운데 1~2건의 극단적인 사례만을 보고 제도 전체를 바꾸는 것은 오히려 교육을 통해 충분히 개선될 수 있는 대다수 청소년에게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연령 하향보다 먼저 교화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는지부터 살펴야 한다"고 했다.
특히 전국 소년원의 과밀 수용과 개별화된 교육 프로그램 부족을 가장 시급한 과제로 꼽았다.
소년원은 교육과 교화를 전제로 운영되는 시설이지만 현실적으로는 수용시설이 포화 상태이고 개별 프로그램도 충분하지 않다. 아이들을 한 공간에 모아두는 것만으로는 개선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그는 교화 인프라 확충과 개별 교육의 내실화 등이 선행돼야 연령 조정 논의도 의미가 있을 수 있다고지적했다.
조 변호사는 "학교폭력이든 촉법소년이든 교육이 맡아야 할 영역까지 모두 법으로 해결하려는 접근은 한계가 있다"며 "교육은 교육대로, 법은 법대로 각자의 역할을 할 때 소년사법의 목표가 달성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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