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호의 월드컵 파일] '명화'를 망친 '낙서', 이런 축구는 보고 싶지 않다
  • 최순호 전 국가대표
  • 입력: 2026.07.06 15:22 / 수정: 2026.07.06 15:22
5일 2026 북중미 월드컵 16강전 파라과이 0-1 프랑스
파라과이 비신사적 플레이...승리는 기록에 남지만 존중은 역사에 남는다
5일 2026 북중미 월드컵 16강전에서 격돌한 프랑스와 파라과이의 경기 장면. 파라과이의 거친 플레이는 명승부를 기대한 팬들을 실망시켰다./필라델피아=신화.뉴시스
5일 2026 북중미 월드컵 16강전에서 격돌한 프랑스와 파라과이의 경기 장면. 파라과이의 거친 플레이는 명승부를 기대한 팬들을 실망시켰다./필라델피아=신화.뉴시스

[더팩트 | 최순호 전 국가대표] 2026 북중미월드컵은 축구인인 나에게 피곤함마저 잊게 하는 즐거운 시간이다.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국가의 명예를 걸고 펼치는 경기를 보고 있으면 축구가 왜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지 새삼 느끼게 된다. 그러나 모든 경기가 아름다운 것은 아니다. 프랑스와 파라과이의 16강전을 보면서는 적지 않은 아쉬움을 느꼈다.

내가 기대한 것은 서로 다른 색깔을 가진 두 팀의 치열한 승부였다. 하지만 경기 중 파라과이 선수들이 상대를 발로 차고 손으로 밀며 감정을 앞세우는 장면이 반복됐다. 강한 몸싸움과 거친 반칙은 전혀 다르다. 공을 차지하기 위해 몸과 몸이 부딪치는 것은 축구의 일부지만, 상대를 해치는 행위까지 경쟁이라는 이름으로 허용될 수는 없다.

마치 좋은 명화를 감상하려는데 누군가 그 위에 낙서를 하는 듯한 느낌이었다. 나는 존중이 스포츠의 가장 큰 경쟁력이라고 생각한다. 페어플레이는 단순히 규칙을 지키는 행동이 아니다. 상대를 인정하고 정정당당하게 경쟁하는 스포츠의 기본 정신이다. 상대가 존재하기 때문에 경기를 할 수 있고, 강한 상대가 있기 때문에 나 역시 더 강해질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상대는 쓰러뜨려야 할 적이기 이전에 나의 가치를 증명하게 해주는 동반자다.

감독 시절에도 선수들에게 이 원칙을 매우 중요하게 강조했다. 강한 몸싸움은 얼마든지 하라고 했다. 그러나 손으로 잡거나 밀고, 공과 상관없이 상대를 발로 가격하는 행동은 용납하지 않았다. 순간적으로는 반칙을 통해 위기를 넘길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것이 습관이 되면 선수의 가치와 팀의 명예까지 떨어뜨린다.

페어플레이도 훈련을 통해 만들어지는 습관이다. 평소 지도자가 무엇을 허용하고 무엇을 금지하느냐가 경기장에서 그대로 나타난다. 선수들은 내가 강조한 원칙을 잘 따라줬고, 우리가 여러 차례 페어플레이상을 받을 수 있었던 것도 우연은 아니었다. 좋은 경기력은 기술과 체력, 전술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올바른 태도와 습관이 더해져야 진정한 강팀이 된다.

이번 월드컵에서 나는 심판들의 판정 수준을 전반적으로 높게 평가하고 있다. 빠른 경기 흐름을 살리면서도 중요한 순간에는 비교적 정확하게 개입하고 있다. 그러나 프랑스와 파라과이전에서는 아쉬움이 남았다. 경기 초반부터 반복된 거친 플레이를 조금 더 엄격하게 제어했다면 경기의 흐름과 품격이 달라졌을 것이다.

심판의 역할은 반칙을 찾아내 카드를 꺼내는 데 그치지 않는다. 선수들이 축구에 집중할 수 있도록 경기의 기준을 세우고 질서를 유지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작은 반칙을 방치하면 더 큰 충돌로 이어진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다는 말처럼 초기에 바로잡지 못한 거친 플레이는 결국 경기 전체를 흔든다.

경쟁은 스포츠뿐 아니라 우리 삶의 모든 분야에서 피할 수 없는 운명이다. 그래서 경쟁이 치열할수록 존중은 더 중요하다. 이기기 위해 무엇이든 해도 된다는 생각이 자리 잡으면 스포츠는 감동을 잃는다. 반대로 규칙을 지키며 상대의 실력을 인정하고, 최선을 다해 정정당당하게 싸운다면 패자도 박수를 받을 수 있다.

승리는 기록으로 남는다. 그러나 사람들의 기억에는 스코어만 남지 않는다. 어떻게 싸웠는지, 상대를 어떻게 대했는지, 승리와 패배의 순간에 어떤 태도를 보였는지도 함께 남는다. 축구의 진정한 승자는 스코어만 남기는 팀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상대에 대한 존중을 남기고, 다음 세대에게 본보기가 되는 팀이 진정한 승자다. 월드컵이 세계 최고의 축구 축제로 사랑받는 이유도 최고의 기술만 보여주기 때문은 아니다.

승리는 한 대회의 기록에 남지만 페어플레이는 역사와 사람들의 기억 속에 오래 남는다. 그것이 우리가 지켜야 할 스포츠의 품격이며, 축구가 아름다운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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