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 | 김해인 기자] 김명수 전 합동참모본부 의장이 12·3 비상계엄 당시 참모들에게서 계엄의 위법성과 국회 투입 병력 철수 필요성을 수차례 보고받고도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3대 특검(내란·김건희·채상병) 미제 의혹을 수사하는 권창영 특별검사팀(종합특검)의 김정민 특검보는 3일 경기 과천시 특검 사무실에서 브리핑을 열고 "김명수 의장은 본인도 충분히 인식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여러 참모에게서 계엄의 위법성과 계엄군이 국회에 투입된 상황이 위중하다는 것을 여러 차례 보고받았는데도 시종일관 자기에게 아무런 권한이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종합특검은 전날 김 전 의장을 내란 중요임무종사 및 부하 범죄 부진정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정진팔 전 합참 차장과 이재식 전 합참 전비태세검열차장, 김흥준 전 육군본부 정책실장은 내란 중요임무종사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종합특검에 따르면 김 전 의장은 계엄 당시 특수전사령부와 수도방위사령부에 계엄 사무를 우선하라는 취지의 단편명령을 하달해 계엄군 활동을 지원하고, 다수의 합참 인력을 계엄사령부에 보내 계엄상황실 구성에 협조한 혐의를 받는다. 또 특전사와 수방사 병력이 국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투입되는 상황을 실시간으로 확인하고도 이를 제지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수사 결과 비상계엄이 선포된 2024년 12월 3일 오후 10시 45분 김용현 당시 국방부 장관은 합참 지하 전투통제실에서 전군 주요지휘관 회의를 열고 "모든 군사활동은 장관이 책임진다. 명령에 불응하면 항명죄"라고 말했다. 이후 전투통제실에 도착한 김 전 의장은 김 전 장관으로부터 "합참은 대북 대비 태세에 전념하라"는 취지의 말을 들었다고 종합특검에 진술했다.
같은 날 오후 11시 4분께 박명재 합참 법무실장은 인터넷에 게시된 포고령을 확인한 뒤 "국회 통제는 위법하다"고 보고했다. 같은 날 오후 11시 9분부터 합참 내부에서는 계엄의 위법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잇따랐다. 합참 작전기획실장은 "이건 말도 안 된다. 친위쿠데타다"라고 말하며 계엄의 위법성을 지적한 것으로 파악됐다.
박 실장은 서너 차례에 걸쳐 김 전 의장에게 계엄의 위법성을 건의한 것으로 조사됐다. 박 실장이 "전시·사변·기타 비상사태가 아니라 계엄 요건에 안 맞는 것 같다"고 보고하자 김 전 의장은 "상황이 있을 수도 있는 거 아니냐"고 반응했다. 이어 "국무회의 심의가 없는 것 같다"고 하자 "심의를 했을 수도 있는 거 아니냐"고 답했고, "국회로 가는 건 정말 아니다. 국회 권한을 침범하면 안 된다"는 건의에도 "국회에 상황이 있을 수도 있는 거 아니냐"며 시큰둥한 태도를 보였다.

같은 날 오후 11시 57분께 국회 상공에 군 헬기가 투입되는 장면이 생중계되면서 합참 내부의 우려는 더욱 커졌다. 당시 통제실에 있던 많은 군인들이 무장병력이 국회 상공에 있는 것을 보고 충격에 휩싸였고, 이때부터 계엄의 적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는 설명이다.
강동길 당시 군사지원본부장은 자정을 넘긴 2024년 12월 4일 오전 12시 30분께 계엄 실무편람을 가져와 확인한 뒤 "계엄 선포 절차가 이상하다"고 건의했고, 이승오 당시 작전본부장도 "절차도 뭐고 애매한데 다 떠나서 국회로 병력이 간 것은 위험하다. 빼야 된다"고 보고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과정에서도 김 전 장관이 참모들을 매섭게 노려봤다는 진술이 나왔다고 한다.
국회가 같은 날 오전 1시 3분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의결한 이후에도 김 전 의장의 태도는 달라지지 않았다는 게 특검 판단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오전 2시 10분부터 약 10분간 합참 전투통제실을 다녀간 뒤 열린 본부장급 회의에서 참모들이 재차 병력 철수를 건의했지만, 김 전 의장은 계엄사가 통제하고 있기 때문에 자신에게는 아무런 권한이 없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조사됐다. 신원식 국가안보실장이 병력 철수를 제안했을 때도 김 전 의장은 같은 취지로 답한 것으로 파악됐다.
김 특검보는 "김 전 의장은 계엄군에 대한 지휘권이 없었다고 변명하고 있으나 이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유효하다는 주장에 불과하다"며 "참모들이 병력 철수를 건의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고 하지만 이 역시 참모들의 진술과 배치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참모들의 건의가 있었던 시점에 김 전 의장이 조금 더 용기를 냈다면 계엄 상황이 조기에 종료되거나 막힐 수도 있었을 것"이라며 "대통령이나 장관에게 따져보거나 직언하는 모습이라도 보였다면 군이 훨씬 더 명예롭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종합특검은 이승오 전 작전본부장과 강동길 전 군사지원본부장, 안창영 전 작전부장에 대해서는 혐의없음으로 불기소 처분했다. 특검은 이들이 국회 상공 헬기 투입 이후 계엄의 위법성을 보고하고 병력 철수를 여러 차례 건의하는 등 국헌문란 목적이 없었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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