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설상미 기자] 12·3 비상계엄 사건 항소심에서 이른바 '노상원 수첩'을 둘러싸고 윤석열 전 대통령과 조은석 특별검사팀(내란특검) 간 공방이 본격화했다. 윤 전 대통령은 취중에 쓴 낙서장 같은 이 수첩을 특검팀이 친위쿠데타 프레임을 만들어내기 위해 뒤늦게 끌어들였다고 주장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2일 서울고법 형사12-1부(이승철 조진구 김민아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내란 우두머리 혐의 사건 항소심 공판에서 직접 발언 기회를 얻었다.
윤 전 대통령은 "특검 측에 입증 우선권을 주면서 재판이 진행됐고, 주요 증인에 대한 신문은 지난해 11월에야 시작됐다"며 "결심 단계에 가서야 특검이 노상원 수첩을 근거로 친위쿠데타 주장을 처음 논고한 것 같다"고 말했다. 특검이 기존 논리만으로는 내란죄 성립을 충분히 입증하기 어려워 특검이 결심 단계에서 노상원 수첩을 앞세웠다는 말이다.
윤 전 대통령 측 변호인도 노상원 수첩의 증거능력이 없다고 주장했다.
윤 전 대통령 측 변호인은 "노상원 낙서장은 터무니 없이 부족한 증거"라며 "낙서장이 비상계엄 계획 과정에서 작성됐다는 주장은 막연하고 추상적이고 모두 추측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이어 "특검은 노상원의 설명을 숨기고 창작 소설만 재판부에 보여주려고 했던 것"이라며 "노상원 낙서장 관련한 특검 주장은 망상에 불과하고 증거왜곡"이라고 주장했다.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 측 역시 수첩에 쓰인 메모는 비상계엄 해제 이후 뉴스가 나오는 상황을 보며 상상을 쓴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노 전 사령관 측 변호인은 "수사가 좁혀오는 긴장되는 상황에서 노모가 주무시는 와중 술을 마시면서 작성한 것"이라며 "구체적 맥락이 파악되지 않는 부분도 있는데, 계속 적어볼 생각으로 잡동사니 사물함에 던져두고 안산으로 올라왔다가 긴급체포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변호인은 "(특검이) 비상식적인 상상력을 동원해 비상계엄 해제 이후가 아니라 2023년 10월 이전에 작성됐고,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불러준 내용을 그린 것이라고 주장한다"라며 "노상원을 비상계엄 기획자로 둔갑시키려는 악의적인 시도가 특검 주장의 실체"라고 반박했다.
노상원 수첩은 이번 항소심의 최대 쟁점으로 꼽혀왔다. 1심은 수첩의 증명력을 인정하지 않고 계엄 준비 시점을 선포 이틀 전인 2024년 12월1일로 판단했다. 반면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사건 1심은 같은 수첩을 유력한 증거로 인정하며 "12·3 내란은 즉흥적으로 결정된 것이 아니라 적어도 2023년부터 준비됐다"고 판단했다.
윤 전 대통령은 위헌·위법한 행위가 있었더라도 이를 곧바로 내란으로 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권력 찬탈이나 장기 집권 계획 시도도 없었으며, 1심에서도 국회 무력화 의도를 뒷받침할 입증이나 심리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12·3 비상계엄 당일 선거관리위원회에 군을 보낸 것도 단순한 보안 점검 차원일 뿐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