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길 먼 통합돌봄④] 방문재활 불가···"장애 자녀와 30분 거리 병원 매일"
  • 이준영 기자
  • 입력: 2026.06.23 00:00 / 수정: 2026.06.23 00:00
의료기사법 '의사 지도' 제한에 발목...통합돌봄 구멍
업무수행 기준 '처방' 확대 개정안 표류...의사·국민의힘 반대
뇌병변 및 지적 장애(중복장애)가 있는 조모씨(오른쪽)와 아버지. 조씨 부모님은 조씨를 데리고 장애인 콜택시 등을 이용해 차로 30분 거리 병원에서 재활치료를 하고 있다. /조씨 어머니 제공
뇌병변 및 지적 장애(중복장애)가 있는 조모씨(오른쪽)와 아버지. 조씨 부모님은 조씨를 데리고 장애인 콜택시 등을 이용해 차로 30분 거리 병원에서 재활치료를 하고 있다. /조씨 어머니 제공

[더팩트ㅣ이준영 기자] "중증장애가 있는 딸은 죽을 때까지 재활치료를 받아야한다. 다 큰 딸을 데리고 차로 30분 걸리는 병원으로 매일 재활치료를 다니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뇌병변 및 지적 장애(중복장애)가 있는 딸(25)을 부양하는 정모(56)씨 이야기다. 정씨는 장애가 있는 딸의 몸이 굳지 않도록 영등포구 집에서 관악구에 위치한 SRC재활병원까지 매일 재활 치료를 다니고 있다.

22일 정 씨는 "병원 스케줄에 따라 재활 치료 시간을 맞추는 것도 문제고, 장애인 콜택시를 이용하면 대기시간이 길어 병원 예약시간을 지키기 힘들다"며 "나는 늙어가는데 앞으로가 더 걱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 아이는 재활을 제때 안받으면 근육이 위축되고 뼈에도 문제가 생긴다. 안 좋아지는 것은 순식간"이라며 "집으로 치료사 선생님들이 오는 방문재활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 3월 통합돌봄 전면 시행으로 거동이 어려운 장애인이나 노인이 병원이나 시설이 아닌 집에서 의료, 복지를 연계해 통합 제공받는 길이 열렸지만 물리치료사, 작업치료사 등 의료기사가 집에 찾아가는 방문재활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현행 '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률(의료기사법)' 상 의료기사는 의사 '지도'하에서만 업무수행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사가 병원을 비우고 치료사와 집으로 동행해 지도하는 일은 드물어 방문재활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2020년 12월부터 ‘재활환자 재택의료사업’이 시범사업으로 추진돼 왔지만, 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아 6년째 본사업 전환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통합돌봄 구멍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에 업무수행 기준을 '지도 또는 처방'으로 바꿔 의료기사들이 의사 처방전을 받고 대상자 집을 방문해 재활 치료하도록 하는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의사 단체와 국회 복지위원회 소위 국민의힘 의원들 반대로 처리되지 않고 있다.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최보윤 국민의힘 의원이 함께 대표발의한 의료기사법 개정안은 의료기사가 의사나 치과의사 '지도' 아래서만 업무를 수행하던 것을 '지도 또는 처방·의뢰'로도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의사가 동행해 지도하지 않고 처방이나 의뢰하는 경우도 의료기사가 방문재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취지다. '처방'에 따라 업무를 수행한 경우 업무 내용을 기록, 보존하도록 해 책임 소재를 판단할 수 있도록 했다.

지난달 19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의료기사법은 의사 단체와 소위 국민의힘 의원들 반대로 처리되지 않고 계속심사로 보류됐다. 소위원장은 국민의힘 김미애 의원이었다. 소위 당일 대한의사협회와 대한치과의사협회는 국회 앞에서 의료기사법 개정 결사 저지 궐기대회를 열고 반대했다. 이들은 "현행 의사 및 치과의사의 '지도'를 '처방·의뢰'로 바꾸는 것은 면허체계의 원칙을 망각한 위험한 시도"라며 "의사와 치과의사의 직접적인 지도⋅감독이 배제되면 의료기사의 임의적 업무 수행으로 진료 중 환자 상태 변화에 따른 적절한 대처와 의료행위가 불가능해 환자에게 위협이 된다"고 언급했다.

또 "의사와 치과의사들의 관여가 불가능한 원외에서 의료기사가 단독으로 업무를 수행하다 사고 나면 책임소재가 불분명해 혼란이 야기된다"며 "이번 개정안은 추후 의료기사가 의료행위를 독자 수행하고, 나아가 독자적 개원이 가능하도록 업무 범위를 확장하려는 근거를 마련하는 꼼수"라고 주장했다.

현재 제22대 국회 하반기 보건복지위원회 구성조차 되지 않고 있어 의료기사법 논의는 기약이 없다.

반면 노인, 장애인 등 정책 대상자들은 방문재활이 원활히 이뤄지도록 의사 처방으로 업무수행 기준을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동호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정책위원장은 "장애인들은 거동이 불편해 집에서 재활을 받을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며 "방문재활은 거동이 불편한 노인, 장애인들이 집과 지역사회에서 계속 거주할수 있도록 하는 통합돌봄 핵심 취지에 부합하지만 의사들이 이권 축소로 반대하면서 법안이 통과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 씨는 "방문재활은 우리와 같은 장애인과 그 가족들을 위해 필요한 제도"라며 "의사와 의료기사 간 직역 다툼 문제가 아니다"고 했다.

많은 선진국들에서 의료기사들이 의사 처방으로 방문재활을 수행하고 있다. 대만은 환자 집 등 의료기관 밖에서 의사 처방으로 물리치료사의 서비스 제공이 가능하다. 비치료 목적 서비스인 건강증진, 운동, 노쇠 지연에 한해 의사 처방 없이 서비스 제공을 할 수 있다. 미국은 의료기관 밖에서 공공의료보험제도(Medicare, Medicaid) 경우 의사 ‘처방’ 하에 서비스를 제공한다. 민간보험 부분은 의사 처방 없이 서비스를 제공한다.

호주도 의료기관 밖에서 공공의료보험제도(Medicare) 하에서 의사 ‘의뢰서’에 따라 서비스를 제공하고, 민간보험은 의사 의뢰 없이 서비스를 제공한다. 영국은 의사 ‘의뢰’로 환자 집에서 물리치료 서비스를 제공한다. 영국은 모든 근골격계 질환 성인 환자들에는 의사 의뢰 없이 물리치료 서비스를 한다.

경기도 성남시에서 방문진료를 수행하는 김동우 우리한의원 원장은 "현장에 방문진료를 나가면 거동하지 못하고 몸이 불편한 노인, 장애인 분들에게 한방 진료만으로 한계가 있다. 이 분들께 방문 재활이 함께 이뤄지면 효과가 더 좋을텐데 안타깝다"며 "방문재활이 가능해야 한다"고 말했다.


lovehop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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