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헌재 '재판 지연' 심사 개시…헌정 최초 사례
  • 설상미 기자
  • 입력: 2026.06.17 16:43 / 수정: 2026.06.17 18:08
헌재에 의견서 제출 요청
법원이 헌법재판소의 재판 지연으로 인한 기본권 침해 여부를 심리한다./더팩트 DB
법원이 헌법재판소의 재판 지연으로 인한 기본권 침해 여부를 심리한다./더팩트 DB

[더팩트ㅣ설상미 기자] 법원이 헌법재판소의 헌법소원 심리 지연이 국민 기본권을 침해했는지 심사한다. 헌재의 심리 지연을 법원이 다루는 헌정 사상 첫 사례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50부(전보성 부장판사)는 지난 12일 헌재에 헌법소원 사건의 심리 지연 사유를 묻는 의견요청서를 발송했다. 재판부는 한 달 이내에 의견서를 제출해 달라고 요청했다.

법원은 "심리가 약 4년간 진행되지 않아 피고인의 헌법상 기본권이 침해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헌재의 재판지연이 국민의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하는 경우 법원의 사법심사 대상이 될 수 있음 전제로 한 법원의 최초의 의견 요청"이라고 설명했다.

문제의 헌법소원은 남북교류협력법 위반 사건 재판 과정에서 제기됐다. 피고인 A 씨는 2020년 10월 기소돼 2022년 5월 1심에서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았다.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이 기각되자 2022년 6월 헌재에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지만 4년째 별다른 심리가 없었다.

헌법 제107조는 재판 과정에서 명령·규칙·처분의 위헌 여부가 문제가 되면 법원이 심사하고, 최종 판단은 대법원이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법원은 여기서 말하는 '처분'에 재판과 같은 사법적 행위도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헌재가 장기간 심리를 하지 않은 '부작위' 역시 심사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봤다. 헌재의 심리 지연이 위헌인지는 법원이 판단할 수 있으며, 최종 판단 권한은 대법원에 있다는 취지다.

법원은 "헌재의 심리 지연으로 피고인이 약 4년간 불확정한 지위에 놓였고,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 등 헌법상 기본권이 침해됐다"라며 "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20일로 정해져 있어 그 기간이 지나면 당사자가 취할 수 있는 절차적 조치가 없다"고 밝혔다. 이어 "헌재가 절차 참여권을 보장하는 조치도 취하지 않은 채 장기간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면, 헌법 위반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snow@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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