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이준영 기자] 최근 국민연금기금운용위(기금위)가 코스피 상승에 따른 대규모 매도 상황을 해소하기 위해 국내주식 목표 비중을 늘렸지만 하락장이 올 경우 운용수익률에 더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021년 국내주식 허용범위를 확대한 후 코스피 급락으로 운용수익률이 마이너스가 된 전례가 있다. 운용수익률이 마이너스면 국민 노후 보장을 위한 국민연금기금 적립금 규모도 줄어든다.
2일 더팩트 취재에 따르면 기금위는 지난달 28일 회의를 열고 올해 국내주식 비중 목표치를 기존 14.9%에서 20.8%로 확대했다. 전략적자산배분(SAA) 허용범위도 한시적으로 늘린다. 국내주식 비중 확대는 리밸런싱 유예가 종료되는 이달말부터 적용한다. 리밸런싱은 기준비중이 전략적 자산배분 허용범위 밖으로 이탈하는 경우 매도 또는 매수를 통해 허용범위 내 있도록 조정하는 것을 말한다. 기금위는 시장 상황에 따라 올해 말 SAA허용범위를 재점검한다.
기금위 결정으로 국민연금은 국내주식 비중을 25.8%에 SAA 허용범위 한시 확대 부분을 더한 수준까지 유지할 수 있다. 코스피 상승으로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비중은 기존 목표 비중보다 10%포인트(p) 가량 웃돌고 있는데 이 조치로 기계적 대량 매도 상황은 사실상 일어나지 않게 됐다.
하지만 국내주식 비중 확대는 주식 하락장이 올 경우 운용수익률에 더 큰 손실을 미칠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점 차익 실현 기회도 잃었다는 평가다.
실제로 국민연금은 2020년과 2021년 코로나19 시기 각국의 재정·통화 확대정책에 따른 코스피 상승으로 2021년 전략적자산배분 허용 범위를 기존 ±2%포인트에서 ±3%포인트로 늘렸다. 당시국내주식 전략적 자산배분비중 허용범위 상단을 초과하는 상황이 발생하자 기금위는 2021년 4월 회의에서 허용 범위를 넓혔다. 이에 국민연금은 국내주식을 매도하지 않고 더 오래 보유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듬해인 2022년 미국 연방준비은행의 금리인상 등 통화긴축으로 각국 증시가 폭락했고 코스피도 전년보다 24% 떨어졌다. 이에 국민연금기금의 국내주식 수익률은 -22.7%로 나타났고 전체 수익률도 -8.22%로 떨어졌다. 당시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수익률은 해외주식 수익률 –12.34%보다 부진했다.
원종현 전 국민연금 상근전문위원은 "이번에 기금위가 국내주식 비중을 크게 늘리면서 리밸런싱을 못하고 있는데 향후 국내주식 시장이 조정을 받거나 안좋아지면 국민연금이 가지고 있는게 고스란히 손실로 간다"며 "지금 이익을 현실화하면 그 재원으로 주가가 떨어질때 저가 매수하고 주가도 받칠 수 있지만 이러한 부분을 놓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2021년 국내주식 허용범위를 늘리면서 못팔고 보유하다가 이듬해 국내주식 급락으로 국민연금 수익률이 -8%에 달했다. 이런 상황이 재현되지 않으리란 법이 없다"며 "만약 2021년도에 리밸런싱해서 국내주식 비중을 줄였더라면 국민연금 손실도 줄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또한 국민연금이 그동안 국내자산 비중을 줄여왔는데 이러한 기조가 이번에 바뀐 것인지 명확한 설명 없이 국내 주식 비중을 확대해 시장 상황 등에 따라 원칙 없이 대응한다는 문제도 제기된다. 기금위는 변동성, 수익률 등을 고려해 국내주식 목표비중을 매년 0.5%씩 축소해왔다. 일례로 2024년말 15.4%였던 국내주식 비중을 2025년말 14.9%로 줄이는 목표를 수립했고, 2025년말 14.9%였던 비중을 올해 말 14.4%로 줄이는 계획을 세웠다.
남재우 자본시장연구원 펀드·연금실장은 "올해 코스피 상승으로 기금위가 대규모 기계적 매도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국내주식 비중 한도를 늘린 것"이라며 "하지만 적정 국내주식 비중보다 더 많이 확대하면서 향후 하락장이 올 경우 운용수익률 위험도가 더 커졌다"고 말했다.
은성진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 사무국장은 "국내주식 비중 확대로 위험도가 커졌다"며 "국민연금기금 수익률이 마이너스면 국민 노후를 보장하는 국민연금기금 적립금이 줄어 문제가 생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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