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선은양 기자]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비의료인이 하는 일반적인 미용·레터링 문신 시술은 의료법상 무면허 의료행위로 처벌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34년 만에 판례가 변경됐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의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두피문신 시술자와 레터링 문신 시술자 사건 상고심에서 각각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각각 서울서부지법과 수원지법으로 돌려보냈다.
피고인들은 모두 의료인이 아닌데도 문신용 기계와 바늘, 염료 등을 이용해 두피문신과 레터링 문신 시술을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2심은 기존 대법원 판례에 따라 무면허 의료행위로 보고 벌금형을 선고했다.
1992년 눈썹 문신 등을 무면허 의료행위로 본 판례는 34년 만에 달라졌다. 대법원은 통상적인 서화문신과 미용문신은 '무면허 의료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우선 의료법상 '의료행위'에 대해 "의학적 전문지식을 기초로 질병의 예방·치료를 하거나, 의료인이 하지 않으면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있어 의학적 전문지식에 기초한 시행과 관리가 필요한 행위"라고 밝혔다.
또 의료행위에 해당하는지는 행위 목적과 수단, 위해 발생 가능성, 의료기술 발전, 사회 인식 변화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고 기준을 제시했다.
대법원은 "문신 시술이 질병 예방·치료와 직접 관련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문신용 기계와 위생관리 수준도 과거보다 크게 향상됐다"며 "일반적인 문화·예술 표현 수단으로 자리 잡았고, 의료인만 시술할 수 있다는 사회적 인식도 약해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문신 행위는 전문적인 의학 지식을 갖춘 의료인이 등장하기 전부터 광범위하게 이뤄져 왔다"며 "통상적인 레터링 문신이나 미용 문신은 대부분 질병 예방이나 치료와 직접 관련 없이 이뤄진다"고 했다.
문신행위를 하려는 사람의 직업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 문신시술을 받으려는 사람의 행복추구권 등이 최대한 보장될 수 있는 방향으로 의료법을 해석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오직 의료인에게만 문신 시술을 허용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와 예술의 자유 등을 침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대법원은 문신 시술 전반이 아무 규제 없이 허용된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문신사법 시행 전이라도 업무상 과실치상이나 공중위생관리법 위반 등에 해당할 경우 형사처벌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앞서 국회는 지난해 9월 일정한 자격과 위생 관리 요건을 갖춘 비의료인의 문신 시술을 허용하는 내용의 '문신사법'을 통과시켰다.
대법원은 문신사법이 시행되는 내년 10월 이전에도 현행 의료법 체계 아래에서의 통상적인 문신 시술 자체는 무면허 의료행위로 처벌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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