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화폰 삭제' 박종준 전 경호처장 1심 무죄…"증거인멸 의도 없어"
  • 설상미 기자
  • 입력: 2026.05.21 15:50 / 수정: 2026.05.21 15:50
법원 "윤석열 지시 거부 정황"
박종준 전 대통령 경호처장이 지난달 2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특수공무집행방해 등 혐의와 관련한 공판에 참석하고 있다./남윤호 기자
박종준 전 대통령 경호처장이 지난달 2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특수공무집행방해 등 혐의와 관련한 공판에 참석하고 있다./남윤호 기자

[더팩트ㅣ설상미 기자] 12·3 비상계엄 이후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 등의 비화폰 계정을 삭제한 혐의로 기소된 박종준 전 대통령경호처장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 (류경진 부장판사)는 이날 오후 2시 증거인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 전 처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경호처의 조치에 다소 미흡한 측면이 있더라도 당시로서는 최선의 보안 조치를 한 것으로 보이는 만큼 증거인멸의 고의를 단정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당시 홍 전 차장이 비화폰 화면을 공개하면서 비화폰 아이디가 노출됐고, 경호처 입장에서는 보안 사고로 인식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라며 "당시 경호처 실무진이 사용자 계정 삭제 조치를 보안 조치 차원에서 검토했고, 피고인은 그 보고를 승인한 것"이라고 했다.

이어 "당시 국가정보원은 홍장원의 국정원 비화폰에 대해 전자정보가 삭제되지 않는 방식의 비밀번호 변경 조치를 취했다"며 "경호처가 취한 조치와 국정원의 조치에는 차이가 있어 경호처 조치의 적절성에 의문이 들지만, 경호처로서는 당시 보안 조치 가운데 그나마 가장 효과적인 방법을 선택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또 재판부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지시 과정에서 박 전 처장의 대응 경위도 무죄 판단의 근거로 들었다.

윤 전 대통령은 2024년 12월7일 외부 가입자의 전자정보를 삭제하라고 지시했지만, 박 전 처장은 이틀 뒤 자동 삭제된다며 이를 거부한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부는 이후 윤 전 대통령이 김성훈 전 경호처 차장과 별도로 처리 방안을 논의하면서 박 전 처장을 배제한 점 등을 종합해 공소사실이 충분히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박 전 처장은 2024년 12월 6일 윤 전 대통령, 홍 전 차장, 김봉식 전 서울경찰청장 등의 비화폰 통화 내역을 원격으로 삭제한 혐의로 기소됐다.

조은석 특별검사팀(내란특검)은 지난달 열린 결심 공판에서 박 전 처장에 대해 징역 3년을 구형했다.

특검팀에 따르면 박 전 처장은 홍 전 차장의 비화폰 화면이 국회를 통해 공개되자 조태용 전 국정원장에게 전화해 "홍장원이 해임됐다는 말도 있던데 비화폰 회수가 가능하냐"고 물었다.

박 전 처장은 조 전 원장으로부터 "홍 전 차장의 소재 파악이 되지 않고 연락도 닿지 않아 비화폰 회수가 어려울 것 같다"는 취지의 답변을 들은 후 비화폰을 원격 로그아웃 처리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과정에서 윤 전 대통령의 통화 기록 등 전자정보도 함께 삭제된 것으로 파악됐다.

특검팀은 박 전 처장이 내란 혐의 증거를 없애려는 고의를 갖고 이 같은 조치를 했다고 보고 재판에 넘겼다.

snow@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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