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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7800 불장…'금투세'보다 뜨거워진 '거래세' 논란
입력: 2026.05.11 10:54 / 수정: 2026.05.11 10:54

코스피 장중 7876.60까지 치솟아…사상 최고치
증권거래세 1분기 2조8000억원…전년 대비 234.6% 급증


코스피가 처음으로 장중 7870선을 돌파한 11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 원·달러 환율과 코스피, 코스닥이 표시돼 있다. /송호영 기자
코스피가 처음으로 장중 7870선을 돌파한 11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 원·달러 환율과 코스피, 코스닥이 표시돼 있다. /송호영 기자

[더팩트|윤정원 기자] 코스피가 장중 7800선을 돌파하면서 자본시장 과세 체계를 둘러싼 논쟁이 다시 거론되고 있다. 2024년 말 폐지되며 일단락된 듯했던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가 증시 급등과 증권거래세 논란을 계기로 재차 수면 위로 올라오는 분위기다.

◆ 코스피 7800선 돌파…금투세 논쟁 다시 수면 위

국내 증시는 최근 며칠 사이 7000선을 넘어 7800선까지 치솟았다. 코스피는 11일 오전 장중 7876.60까지 오르며 사상 최고치를 다시 썼다. 지난 8일 종가 기준 7498.00으로 최고치를 경신한 데 이어 추가 급등세를 이어가는 모습이다.

급등 흐름 속에 코스피시장에서는 프로그램 매수호가 일시 효력정지 조치인 매수 사이드카도 발동됐다. 한국거래소는 이날 오전 9시 29분 코스피 매수 사이드카를 발동했다. 사이드카는 지난 6일 이후 3거래일 만이며, 올해 들어 8번째다.

이번 랠리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주도하고 있다.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 확대와 메모리 업황 개선 기대감이 맞물리며 투자자금이 집중됐다. 이날 장 초반 삼성전자는 28만원대, SK하이닉스는 180만원대 중반까지 오르며 지수 상승을 견인했다.

증시 급등은 자본시장 세제 논의 분위기도 바꾸고 있다. 금투세는 주식·채권·펀드·파생상품 등 금융투자 상품의 손익을 합산해 일정 기준 이상의 순이익에 세금을 부과하는 제도다. 국내 주식 투자 이익이 연 5000만원을 넘을 경우 초과분에 과세하는 방식으로 설계됐지만, 증시 위축 우려와 개인 투자자 반발 속에 2024년 말 폐지됐다.

당시에는 국내 증시가 박스권에 머물던 시기였던 만큼 신규 과세가 투자심리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컸다. 고액 투자자 자금이 해외 주식이나 다른 자산으로 이동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다만 코스피가 7800선을 돌파한 현재는 분위기가 달라졌다는 평가다. 증시 부진을 이유로 미뤄졌던 과세 논의를 시장 활황기에도 계속 금기시할 수 있느냐는 문제 제기가 나온다. 금투세가 당장 재도입되지 않더라도 거래세와 투자이익 과세 체계를 어떻게 조정할지는 다시 논의될 가능성이 크다.

금투세 논의가 다시 거론되는 배경에는 증권거래세 구조에 대한 비판적인 시선도 있다. 증권거래세는 투자 손익과 관계없이 주식을 매도할 때마다 부과된다. 이익을 낸 투자자뿐 아니라 손실을 본 투자자도 거래 자체에 세금을 내야 한다.

반면 금투세는 일정 기준 이상의 순이익에 과세하는 방식이다. 실제 투자 성과에 세금을 매긴다는 점에서 거래세보다 과세 형평성 측면에서 합리적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증시 활황이 이어질수록 거래세를 낮추고 투자이익 과세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논의가 다시 힘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거래세는 거래대금이 늘수록 세수가 자동으로 증가하는 구조다. 정부 입장에서는 안정적인 세수 확보가 가능하지만, 투자자 입장에서는 손실 여부와 무관하게 매도 때마다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시장이 커질수록 세수는 늘어나지만 과세 형평성 논란도 함께 커질 수 있는 셈이다.

이재명 대통령의 최근 발언도 시장 해석을 키웠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국민경제자문회의에서 증권거래세와 양도소득세 체계 조정 필요성을 언급했다. 손실 투자자에게도 거래세가 부과되는 구조가 역진적이라는 취지였다. 시장에서는 이를 두고 장기적으로 거래세 축소와 양도소득 과세 확대 가능성을 시사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증권거래세는 정부 입장에서 안정적인 세수원이지만 손실 투자자에게도 세금을 부과한다는 점에서 역진성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며 "코스피가 7000선을 넘어 7800선까지 급등한 상황에서는 거래세 체계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시장 선진화와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 거래세 세수 급증…정부도 딜레마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거래세 체계를 단기간에 바꾸기 쉽지 않다는 해석도 나온다. 증권거래세가 최근 정부 세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빠르게 커지고 있어서다. 올해 1~3월 증권거래세 수입은 2조8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34.6% 증가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8000억원대였던 세수가 1년 만에 3배 이상 늘어난 셈이다.

증시 거래대금 증가와 세율 인상 영향으로 거래세 비중도 커지고 있다. 재정경제부가 발표한 '2026년 3월 국세수입 현황'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체 국세수입은 전년 동기 대비 15조5000억원 증가했는데, 이 가운데 증권거래세 증가분만 2조원에 달했다.

정부로서도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금투세는 원래 증권거래세 인하 또는 폐지와 함께 논의되던 제도다. 거래세를 유지한 채 금투세까지 도입하면 이중 과세 논란이 불거질 수 있고, 반대로 거래세를 낮추면서 금투세를 도입할 경우 단기 세수 공백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제도 설계 역시 간단하지 않다. 금투세를 다시 논의하려면 과세 기준금액과 손익통산 범위, 손실 이월공제 기간, 원천징수 방식, 장기보유 우대 여부 등을 다시 정해야 한다. 상장주식뿐 아니라 채권·펀드·파생상품까지 과세 범위에 포함될 경우 금융상품별 이해관계도 엇갈릴 수밖에 없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금투세 논의는 단순한 부자 증세나 개미 감세 문제가 아니다"라며 "증권거래세와 대주주 양도세, 배당소득 과세, 장기투자 인센티브까지 함께 손봐야 하는 사안이라 단기간에 결론 내리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정치적 부담도 변수다. 금투세는 이미 한 차례 '개미 증세' 프레임 속에 시행 직전 좌초된 바, 실제 과세 대상이 고액 투자자 중심이라고 하더라도 투자자 여론이 악화될 경우 세제 논의 자체가 정쟁으로 번질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대통령실도 현재 금투세 재논의로 확대 해석하는 데 선을 긋고 있다. 강유정 대통령실 수석대변인은 지난 7일 브리핑에서 금투세 관련 질문에 대해 "금투세는 아예 언급이 없었다"며 "지금까지 금투세 논의를 따로 말씀하신 바는 없다"고 밝혔다.

garde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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