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설상미 기자]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이 경찰 내사 이후 13년 만에 일단 유죄로 밝혀졌다. 내사 종결과 수년간 이어진 검찰의 지지부진한 수사, 비공개 출장 조사와 무혐의 처분 논란까지 겹치며 진실은 여러 차례 좌초 위기를 맞았다. 그러나 검찰 재수사 과정에서 확보된 김 여사의 통화 녹취가 유죄의 결정적 근거가 됐다.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은 2013년 경찰 내사 단계에서 처음으로 포착됐다. 경찰청 중대범죄수사과는 시세조종 의심 거래를 했지만, 금융감독원이 계좌 자료 제공 요청에 응하지 않으면서 수사는 난항을 겪었다. 결국 사건은 정식 수사로 이어지지 못한 채 내사 단계에서 종결됐다.
영영 묻힐 뻔했던 의혹은 2020년 2월 뉴스타파가 경찰 내사보고서를 입수해 보도하면서 세상에 공개됐다. 김 여사 모친 최은순 씨가 "도이치모터스 내가 했다"는 취지로 말하는 녹취 파일까지 공개되면서 정치권 안팎으로 파장이 확산됐다. 김 여사는 같은해 4월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당했다.
서울중앙지검은 고발장 접수 약 5개월 만인 2020년 9월 고발인 조사를 진행하며 수사에 착수했다. 당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수사지휘권을 발동했지만 수사는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했다.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이 2021년 3월 사퇴한 뒤부터 수사가 급물살을 탔고, 같은 해 7월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 관련자들에 대한 강제수사가 본격화됐다. 검찰은 그해 10월 주가조작 주포로 지목된 김모 씨와 이모 씨를 구속기소했고, 두 달 뒤인 12월에는 권 전 회장을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사건은 장기간 답보 상태에 머물렀다. 2023년 2월 10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1심은 권 전 회장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벌금 3억 원을 선고했고, 함께 재판에 넘겨진 주가조작 선수들에게도 징역형 집행유예와 벌금형을 선고했다. 그러나 주가조작에 사용된 계좌의 주인인 김 여사는 대면조사조차 이뤄지지 않아 '봐주기 수사' 비판이 이어졌다.
국민적 비판이 거세지자 검찰은 2024년 7월 김 여사를 상대로 비공개 대면조사를 진행했다. 그러나 검찰청사가 아닌 제3의 장소에서 조사하면서 특혜 논란이 일었다. 조사 사실이 이원석 당시 검찰총장에게 사전 보고되지 않은 사실까지 드러나면서 이른바 '총장 패싱' 논란도 불거졌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는 같은해 10월 김 여사를 불기소 처분했다. 검찰은 김 여사가 권오수 전 회장 측에 계좌를 맡겨 투자했을 뿐 시세조종 범행을 인식하거나 공모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주식 투자 경험과 시장 이해도가 높지 않았고, 공모 관계를 입증할 직접 증거도 부족하다는 점 등을 무혐의 판단 근거로 제시했다. 고발장이 접수된 지 약 4년 6개월 만에 나온 결론이다.
마무리된 듯했던 수사는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급반전됐다. 서울고검은 지난해 4월 25일 김 여사 사건 재수사에 착수했고, 이어 5월 말 미래에셋증권 서버 압수수색 과정에서 김 여사가 주가조작 사실을 인지한 정황이 담긴 녹취를 확보했다. 검찰은 사건을 같은 해 6월 출범한 민중기 특별검사팀(김건희 특검)에 넘겼다. 특검팀은 8월 12일 김 여사를 구속했고, 같은 달 29일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1심은 김 여사가 도이치모터스 시세조종 과정에서 범행 가능성을 인식했을 여지는 있다고 보면서도, 주가조작 세력과 공모했다고 단정할 증거는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 판단은 달랐다. 김 여사를 단순 계좌 제공자가 아닌 공동정범으로 봤다. 재판부는 김 여사가 권오수 전 회장과 블랙펄인베스트 관계자들과 순차적으로 공모했으며, 시세조종 사실을 인식한 상태에서 거래에 관여했다고 판단했다. 재수사 과정에서 확보된 통화 녹취와 거래 정황 등이 유죄 판단의 핵심 근거가 됐다.
재판부는 김 여사가 2010년 10월 22일 증권사 직원과 통화하면서 "사무실 전화는 다 녹음되지 않느냐"고 말한 녹취에 주목했다. 이 통화는 주포 김모 씨 측의 2차 시세조종이 시작된 직후 이뤄졌고, 같은 날 김 여사는 미래에셋증권 계좌에 10억 원을 입금했다. 재판부는 "도이치모터스 주식 거래에 관해 흔적을 남기지 않고 싶다는 속내를 드러낸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선고 결과는 징역 4년과 벌금 5000만 원이었다. 1심보다 2년 4개월 늘어난 형량이다.
특검팀은 김 여사에게 징역 4년을 선고한 항소심 판결에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했다. 김 여사 측도 지난달 30일 상고장을 제출했다. 변호인단은 "2심 판결은 일부 정황을 과도하게 확대 해석하고 채증법칙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이르면 7월 말 이 사건에 대한 최종 결론이 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