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설상미·정예은 기자] 통일교 현안 청탁 명목의 금품 수수 혐의 등으로 기소된 김건희 여사가 항소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1심 징역 1년 8개월보다 형량이 늘었다. 항소심 재판부는 1심에서 무죄로 판단했던 자본시장법 위반과 일부 알선수재 혐의를 유죄로 뒤집었다.
서울고법 형사15-2부(신종오 성언주 원익선 부장판사)는 28일 오후 3시 자본시장법 위반, 정치자금법 위반,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알선수재) 혐의를 받는 김 여사에 대해 징역 4년과 벌금 5000만 원을 선고했다. 그라프 목걸이 1개 몰수와 2094만 원의 추징도 명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시세조종 범행은 다수의 공모와 역할 분담 아래 여러 계좌를 동원해 상당 기간 이뤄졌다"며 "피고인은 거액의 자금과 계좌를 제공하고 통정매매 등에 가담했음에도 범행을 인정하지 않은 채 변명으로 일관했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인을 포함한 공범들이 시세조종 범행으로 적지 않은 이익을 얻은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어 "대통령 배우자는 국가원수이자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과 가장 가까운 위치에서 조언할 수 있는 존재로, 국민은 대통령 못지않은 청렴성과 도덕성을 기대한다"라며 "피고인은 이러한 지위를 이용해 알선수재 범행을 저질러 국정의 투명성과 공정한 집행에 대한 국민 신뢰를 훼손했고 국민 기대를 저버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수수한 금품 가액이 상당하고, 반환했다고 하더라도 이를 유리한 정상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다만 재판부는 피고인에게 별다른 범죄 전력이 없다는 점 등을 유리한 양형 사유로 고려했다. 재판부는 "(자본시장법 혐의는) 시세조종의 미필적 인식 아래 비교적 짧은 기간 범행에 가담한 것으로 보인다"라며 "금품 수수를 먼저 요구하거나 청탁을 실제 전달해 실현하려 한 정황도 확인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특히 2심 재판부는 1심에서 무죄로 판단했던 자본시장법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시세조종 행위에 대한 인식이 있고 이를 용인했다 하더라도 주가조작에 관한 공동정범이 성립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2심 재판부는 김 여사가 2010년 10~11월 블랙펄인베스트 측에 20억 원이 예치된 증권계좌를 맡겨 도이치모터스 주식 거래에 활용하도록 했고, 같은 기간 18만 주를 매도한 점 등을 근거로 시세조종 범행에 가담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도이치모터스 주식이 시세조종 행위에 동원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이를 용인했을 뿐 아니라, 시세조종 범행에 대해 공동가공의 의사를 바탕으로 기능적 행위지배를 했다고 볼 수 있어 공동정범으로서의 책임이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김 여사가 단순 방조범을 넘어 공범에 해당한다는 의미다.
통일교 금품 수수와 관련한 알선수재 혐의도 항소심에서 유죄로 뒤집혔다. 1심은 2022년 4월 통일교 측으로부터 받은 802만 원 상당의 샤넬 가방에 대해 구체적 청탁이 없었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고가의 가방 전달이 단순한 친분 형성을 넘어 '묵시적 청탁'에 따른 것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샤넬 가방이 전달된 시점은 2022년 4월 7일로 대통령 취임식을 한 달 앞둔 시기였다"며 "대선 과정에서의 기여에 대한 보상을 기대하며 금품 제공이 이뤄질 수 있다는 점이 충분히 예견된다"고 밝혔다.
이어 "고가의 가방 수수는 단순한 친분 형성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 속에서 이뤄진 것으로 보기 어렵고, 대통령 직무와 관련한 정부 협조를 구하려는 의사가 있었다고 판단된다"라며 "청탁 실현을 위한 알선 의사 및 알선 행위와 금품 사이에 포괄적 대가관계가 인정된다"고 밝혔다.
다만 명태균 씨로부터 총 2억7000만 원 상당의 대선 여론조사를 무상 제공받은 혐의에 대해서는 1심과 같이 무죄를 선고했다.
민중기 특별검사팀(김건희 특검)은 지난 9일 결심공판에서 김 여사에게 총 징역 15년과 벌금 20억 원을 구형하고 9억 4800여만 원의 추징을 재판부에 요청했다.
김 여사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에 가담해 약 8억1000만 원의 부당이득을 얻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지난 2021년 6월부터 2022년 3월까지 윤 전 대통령과 공모해 명태균 씨에게 2억7000만 원 상당의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은 혐의도 있다.
2022년 4~8월경 건진법사 전성배 씨를 통해 통일교 측으로부터 샤넬 가방과 그라프 목걸이 등 8000만 원 상당의 금품을 수수하고 '캄보디아 메콩강 부지 공적개발 원조(ODA)' 등 통일교 현안을 청탁받은 혐의도 받고 있다.
김 여사 측 변호인단은 선고 직후 상고 계획을 밝혔다. 변호인단은 "오늘 판결은 일부 정황을 과도하게 확대 해석하고 채증법칙을 위반한 부분이 있다"며 "대법원에 상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특검팀은 "판결문을 검토한 뒤 입장을 정리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