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과거사 재심 58% 무죄·면소 구형…"실질적 정의 실현" (종합)
  • 김해인 기자
  • 입력: 2026.04.27 13:52 / 수정: 2026.04.27 13:52
재심개시 사건 107건 중 63건에
"공익 대변·인권 보호 역할 성찰"
김태훈 서울중앙지검 제3차장검사가 2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 브리핑실에서 과거 인권침해 사건 재심에 대한 접근방식 개선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김해인 기자
김태훈 서울중앙지검 제3차장검사가 2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 브리핑실에서 과거 인권침해 사건 재심에 대한 접근방식 개선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김해인 기자

[더팩트 | 김해인 기자] 검찰이 과거 인권침해 관련 재심개시 사건 10건 중 6건에 무죄·면소를 구형하는 등 전향적 입장을 취하고 있다. 법적 안정성 중심에서 벗어나 실질적 정의 실현과 공정성 확보를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김태훈 서울중앙지검 제3차장검사는 2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객관적 법 집행 기관이자 공익의 대표자인 검사의 객관 의무를 충실하게 이행하기 위해 과거 인권침해 재심 사건 접근방식을 개선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그동안 검찰은 당사자와 유족이 신청한 재심 사건을 처리하면서 형사법의 기본 이념인 법적 안정성 확보를 중시해 왔으나, 그 과정에서 인권을 침해하는 위법 수사로 국민이 억울한 피해를 입은 경우 바로잡고 실질적 정의를 실현해야 한다는 재심 제도의 또 다른 가치가 충분히 반영되지 못했던 측면이 있다"며 "이에 법적 안정성을 유지하면서도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공정성도 함께 반영할 수 있도록 재심 업무 방식을 개선해왔다"고 덧붙였다.

최근 수사기관의 고문·가혹행위를 주장하는 1960~1970년대 간첩 사건을 비롯해, 1980~1990년대 긴급구속 절차에 따르지 않고 임의동행·보호유치 이후 구속영장을 청구했던 수사관행(집회시위법 위반)에 대한 재심 청구가 급증하고 있다.

서울고검과 서울중앙지검에 연간 접수되는 과거 공안사건 관련 재심 건수는 지난 2023년 23건에서 지난해 137건으로 약 6배 증가했다. 재심이 개시되는 건수도 23건에서 49건으로 약 2배 늘었다.

검찰은 최근 3년간 서울고·지검에 접수된 공안 관련 재심 청구 사건 218건 중 91건(41.7%)에 대해 재심개시가 타당하다는 의견을 제기했다. 또 재심개시 사건 107건 중 63건(58.8%)에 대해 무죄·면소를 구형했다.

수사기관의 불법행위 등을 이유로 한 재심 사유가 인정되려면 청구인이 그 사유에 대한 증명 책임을 부담해야 했다. 불법구금 등을 증명할 확실한 자료가 확보되지 못하면 재심개시 기각 의견이 제시되곤 했다. 반면 검찰은 이제는 보다 적극적으로 관련 자료를 확보해 적법절차 위반 여부를 검증한다는 설명이다. 기록이 폐기된 경우에도 진실과화해위원회 조사자료, 국가기록원 보관 자료, 역사적 자료 등을 폭넓게 수집하고 있다.

김태훈 서울중앙지검 제3차장검사가 2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 브리핑실에서 과거 인권침해 사건 재심에 대한 접근방식 개선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시스
김태훈 서울중앙지검 제3차장검사가 2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 브리핑실에서 과거 인권침해 사건 재심에 대한 접근방식 개선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시스

재심 개시 이후에는 원 판결 증거능력 및 증거가치를 엄격하게 검토하고, 공소사실을 입증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될 경우 백지구형을 지양하고 무죄를 구형한다.

예컨대 5·18민주화운동으로 유죄판결을 받은 이들의 명예회복을 위해, 5·18민주화운동법에 따라 재심이 개시된 경우 '헌법의 존립과 헌정질서를 수호하기 위한 정당한 행위로서 범죄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해 무죄를 구형한 사례가 있다. 간접적 표현이더라도 집회 시점이 1980년에 근접했거나, 시간적 근접성이 다소 떨어지더라도 표현이나 행위가 5·18민주화운동과 직접 관련됐다면 특별재심 사유에 해당하는 것으로 적극 해석한다는 설명이다.

기록을 대부분 보관하고 있는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과 달리 1980년대 집회시위법 위반 사건은 보존기한이 지나 수사기록이 폐기됐다. 청구인이 불법구금 증명자료를 제출하기엔 현실적 한계가 있었다.

이에 중앙지검은 지난해 10월께부터 판결문, 구속영장 등 일부 남아있는 자료와 과거 사료를 확보, 검거 및 구속영장 집행·발부 시점을 특정하는 방법을 강구했다. 재심 청구인의 주장을 교차 검증해 신빙성이 인정되면 적극적으로 재심개시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그 결과 서울고검과 중앙지검은 지난해 10월 이전에는 재심 개시 인용 의견을 1건 제출했으나, 이후부터 지난 20일까지 총 24건의 재심개시 인용 의견을 제출했다.

검찰이 재심개시 기각 의견을 제시했더라도 법원이 재심개시 결정한 경우 최대한 항고를 자제하고 있다. 김 차장검사는 "재심이 개시되면 신속히 심리가 종결될 수 있도록 증거관계 및 구형을 첫 기일 전에 검토하고, 그 결과 무죄나 면소를 구형할 사안으로 판단되면 가능한 첫 기일에 결심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검찰은 업무체계 효율화를 위해 공공수사1부에 재심 전담 수사관을 배치하고, 공공수사지원과 소속 수사관을 재심 업무에 투입하는 등 신속한 재심업무 처리에 필요한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김 차장검사는 "최근 검찰의 기능과 역할에 대해 큰 변화를 주는 방향으로 제도 변화가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며, 공익 대변자 및 인권 보호자로서 역할이나 객관 의무 등에 대해서도 진지한 성찰이 부각되는 시점이라고 생각한다"며 "최근 증가하는 과거사 재심 업무를 처리하며 검사들은 객관적이면서도 국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공정성을 확보하려고 힘쓰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검찰은 공익의 대표자로서 법적 안정성을 유지하는 틀 안에서 개별 사건의 실질적 정의 실현을 위해, 그리고 국민의 신뢰 회복을 함께 고려하는 방향으로 재심 제도가 운영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h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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