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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너스톤' 법제화…공모가 거품 잡을까, 개미 몫 줄일까
입력: 2026.04.27 00:00 / 수정: 2026.04.27 00:00

국회 본회의 통과…사전 수요 확인 허용·6개월 락업 전제 물량 사전배정

국내 IPO(기업공개) 시장의 지형을 바꿀 만한 코너스톤 투자자 제도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더팩트 DB
국내 IPO(기업공개) 시장의 지형을 바꿀 만한 '코너스톤 투자자 제도'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더팩트 DB

[더팩트|윤정원 기자] 코너스톤 투자자 제도가 국회 문턱을 넘으면서 국내 기업공개(IPO) 시장의 공모가 산정 방식의 변화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다만 일반청약 물량 축소와 실제 참여 기관 부족 가능성은 적지 않은 변수로 꼽힌다.

◆ IPO 판 흔드는 '코너스톤'…사전 수요 확인 길 열렸다

이달 2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증권신고서 제출 이전 단계에서 예비상장기업과 상장주관사가 기관투자자를 상대로 사전 투자 수요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하고, 6개월 이상 보호예수를 전제로 공모주 일부를 미리 배정할 수 있도록 한 것이 골자다. 본회의 표결에서는 재석 215인 가운데 찬성 211표, 기권 4표로 가결됐다. 이번 제도는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안과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안이 병합 심사된 결과물이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2022년 말부터 국내 IPO 시장의 구조적 문제로 공모가 밴드 산정 단계의 수요 확인 한계, 수요예측 과정의 허수성 주문, 상장 직후 급등락에 따른 투자자 피해 가능성을 지목해왔다. 2025년 1월 발표한 IPO 제도 개선방안에서도 코너스톤 투자자와 사전수요예측 제도를 함께 도입해 단기 차익 중심 공모시장을 기업가치 기반 투자 중심으로 바꾸겠다는 방향을 제시했다.

금융위에 따르면 지난해 IPO 77개 종목 가운데 74개, 약 96%에서 기관투자자가 상장일 순매도를 기록했다. 2023년부터 2024년 상반기까지 IPO 103개 종목 가운데 59개는 상장 6개월 뒤 공모가를 밑돌았다. 수요예측 때는 공격적으로 가격을 써내고, 상장 직후에는 곧바로 물량을 내놓는 관행이 반복되면서 공모가 적정성에 대한 시장 신뢰가 흔들렸다는 게 당국 판단이다.

이 때문에 코너스톤 제도의 첫 번째 기대효과는 공모가 산정의 사전 정교화에 맞춰진다. 증권신고서 제출 전 장기 보유를 전제로 한 기관 수요를 먼저 확보하면, 상장주관사가 이를 바탕으로 희망 공모가 밴드를 재조정할 여지가 생긴다. 상장 직전 단기성 자금 흐름에 기대 가격을 정하던 구조에서 벗어나 일정 기간 물량을 들고 갈 투자자의 시각을 가격에 반영하겠다는 구상이다. 상장 초기 유통 가능 물량이 줄어들면 주가 급등락을 완화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물론 공모가 합리화가 곧바로 일반투자자에게 유리한 결과로 이어진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코너스톤 배정 물량이 늘어날수록 일반청약과 통상적인 기관 수요예측에 돌아갈 몫은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시장에서 장기 투자자 확보라는 명분 아래 일부 대형 기관에 유리한 사전 배정 통로만 넓어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름값 있는 기관 참여 자체가 공모가 상단 정당화의 근거로 활용될 경우, 제도 취지인 가격 합리화가 오히려 가격 방어 논리로 쓰일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 6개월 묶일 돈 있나…실수요 없인 '껍데기'

또 다른 관건은 실수요다. 법이 통과돼도 실제로 6개월 이상 자금을 묶어둘 기관이 충분하지 않으면 제도는 '껍데기'에 그칠 수 있다. 관련 업계에서는 자산 규모가 큰 대형 기관 중심으로 자격 요건이 짜일 가능성이 거론되지만, 구체적인 대상은 대통령령에서 정해질 전망이다. 다만 장기 자금 성격이 강한 기관은 제한적인 데다 환매 대응이 필요한 개방형 펀드나 단기 성과 압박을 받는 운용 자금은 6개월 락업을 부담스러워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실제 해외에서도 이같은 문제는 예외가 아니었다. 앞서 홍콩거래소는 코너스톤 투자자의 6개월 락업을 유지할지, 3개월 뒤 일부를 풀어주는 방식으로 유연화할지를 놓고 시장 의견을 수렴한 바 있다. 기관 쪽에서는 유동성 확대와 참여 유인 제고를 위해 완화 필요성을 제기했지만 개인투자자와 증권업계에서는 상장 후 주가 안정성을 이유로 기존 6개월 유지에 무게를 실었다. 홍콩거래소는 결국 기존 6개월 락업 체계를 유지했다.

국내에서도 비슷한 고민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금융위는 이미 의무보유 확약 우선배정, 정책펀드의 의무보유 확약 확대, 수요예측 참여 자격 강화, 주관사 내부배정기준 구체화 등을 단계적으로 추진해 왔다. 하이일드펀드와 코스닥벤처펀드에는 최소 15일 이상 의무보유 확약 물량에만 별도배정 혜택을 주도록 바꿨고, 코너스톤과 사전수요예측 도입과 관련한 불공정거래·이해상충 방지 장치는 하위법령에서 구체화하겠다고 예고했다.

결국 제도 안착 여부는 코너스톤이라는 이름값보다 세부 설계에 달렸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사전 배정 물량이 과도하면 일반청약 형평성 논란이 커질 수 있고, 참여 기관이 기대만큼 모이지 않으면 가격 발견 기능 강화라는 제도 취지도 힘을 잃을 수 있다"며 "공모가 산정의 왜곡을 줄이겠다는 명분이 실제 시장에서 설득력을 얻으려면 누가 어떤 조건으로 들어오고 얼마나 오래 묶일지, 또 그 정보가 어느 수준까지 공개될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garde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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