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간부 뇌물' 15억 중 12억 불기소…"보완수사 안 돼 한계"(종합)
  • 김해인 기자
  • 입력: 2026.04.22 12:37 / 수정: 2026.04.22 12:37
검찰, 공수처에 보완수사 요구도 직접 수사도 못해
법원은 보완수사 법적 근거 없다며 압색 영장 기각
안동건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제1차장검사가 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에서 열린 감사원 고위공무원 뇌물수수 사건 처분 관련 발표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안동건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제1차장검사가 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에서 열린 감사원 고위공무원 뇌물수수 사건 처분 관련 발표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더팩트 | 김해인 기자] 감사원 고위공무원의 15억원대 뇌물 수수 사건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검찰 간 '핑퐁 공방' 끝에 12억여원 부분은 불기소되고 일부 혐의만 재판에 넘겨졌다. 보완수사에 대한 양 기관 간 이견으로 사건 처리가 장기간 지연되며 공소시효가 임박해 처리한 결과다.

서울중앙지검 형사5부(정재신 부장검사)는 감사원 부이사관 A(54) 씨를 뇌물수수 및 알선뇌물수수, 특정결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횡령)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22일 밝혔다. 뇌물공여 혐의를 받는 건설사 임원 3명도 함께 재판에 넘겨졌다.

감사원 3급 간부 A 씨는 지난 2013년부터 건설·사회간접자본(SOC)·시설 분야 감사를 담당하며 차명으로 만든 전기공사 업체를 통해 건설업체에서 공사를 수주하는 방식으로 19회에 걸쳐 총 15억8000여만원 상당의 뇌물을 수수하고, 법인자금 총 13억2000만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A 씨가 2018~2021년 3회에 걸쳐 2억9000만원 상당을 수수한 혐의만 입증해 재판에 넘겼다. 나머지 부분인 16회에 걸쳐 12억9000만원 상당의 공사를 추진한 혐의는 불기소 처분했다.

안동건 서울중앙지검 1차장검사는 "검찰이 공수처에 보완수사를 요구하거나 직접 보완수사를 할 수 없는 제도적 한계로 범행 전모의 신속한 규명에 어려움이 있었고, 법리와 증거를 면밀히 검토해 공수처가 송부한 사안 중 혐의가 입증된 범행은 기소했으나 나머지 대부분의 범행은 불기소할 수밖에 없었다"며 "일반적으로 공여자 진술이나 진술에 부합하는 객관적인 자료 등이 있어야 하는데 충분히 갖춰지지 않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공소제기 여부를 판단하는 검사에게 보완수사 요구권이 제도적으로 뒷받침되지 않고 검찰 자체의 보완수사권도 인정되지 않는 경우 발생할 수 있는 결과를 여실히 드러내는 사례"라며 "앞으로 유사한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새로운 제도의 설계 과정에서도 충분한 논의와 검토가 필요해 보인다"고 강조했다.

감사원 고위공무원의 15억원대 뇌물 수수 사건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검찰 간 핑퐁 공방 끝에 12억여원 부분은 불기소되고 일부 혐의만 재판에 넘겨졌다. /박헌우 기자
감사원 고위공무원의 15억원대 뇌물 수수 사건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검찰 간 '핑퐁 공방' 끝에 12억여원 부분은 불기소되고 일부 혐의만 재판에 넘겨졌다. /박헌우 기자

이에 앞서 감사원은 2021년 9월 내부 감사로 이를 적발했고, 같은 해 10월 공수처에 수사를 의뢰했다. 공수처는 2022년 2월 A 씨를 정식 입건하고 수사를 진행한 뒤 2023년 11월 검찰에 공소 제기를 요구하며 사건을 넘겼다.

공수처는 2022년 2월 A 씨를 정식 입건하고 건설업체와 한국도로공사 관계자 등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사실관계를 파악하는 등 수사를 진행했다. 이후 2023년 11월 A 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이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기각하자 약 2주 뒤 검찰에 공소 제기를 요구했다.

공수처법상 공수처는 판·검사와 경무관 이상 고위 경찰을 상대로만 직접 기소를 할 수 있어 A 씨를 직접 기소할 수 없다. 검찰은 2024년 1월 증거·법리 검토 불충분 등을 이유로 보완수사를 요구하며 사건을 공수처에 반송했고, 공수처는 "법률적 근거가 없는 조치"라며 접수를 거부했다.

안 차장검사는 "검찰은 직접 보완수사를 통해 혐의 유무를 명백히 하고자 2025년 5월 법원에 압수영장 및 통신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공수처 사건에 대해 검찰이 보완수사할 법적 근거가 불명확하다며 청구를 기각했다"며 "검찰은 2025년 6월 무렵 공소시효가 임박했던 2억원 상당의 범행 부분을 먼저 기소했고, 해당 부분은 현재 1심 재판이 계속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후 협의를 통해 공수처가 기록 사본을 제공받아 수사를 진행하기로 해서 추가 수사 사항이 포함된 기록 사본을 2025년 9월 수령해 갔으나 지금까지 검찰로 통보한 자료는 없는 상황"이라며 "검찰의 보완수사 요구와 직접 보완수사 모두 불가능한 상황에서 사건 송부일로부터 약 2년4개월이 지나도록 수사가 전혀 진척되지 못한 채 일부 뇌물 혐의의 공소시효가 임박하게 돼 현재까지 증거 관계만을 토대로 종국 처분을 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추후 공수처에서 추가 자료가 송부되는 경우 불기소 부분의 재기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다.

안 차장검사는 "사건이 총 19건이고 (공소시효가 넉넉한 사건이 있어서) 그 전에 수사가 완료되면 그 안에 재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날 처분한 사건은) 엄격하게 봤을 때 시효가 다가오는 사건이 있어 그 부분을 고려해 처분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피고인들에게 죄에 상응하는 형이 선고될 수 있도록 공소유지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h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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