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 | 정예은 기자] '여론조사비 대납 의혹'을 받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정치 브로커 명태균 씨와 여론조사를 실시한 경위를 두고 법정에서 공방을 벌였다. 명 씨는 '나경원을 이기는 조사 결과'를 오 시장이 부탁했다는 입장을 고수했고, 오 시장은 명 씨의 진술 신빙성이 의심된다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조형우 부장판사)는 3일 오전 오 시장과 강철원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 후원자인 김한정 씨 등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사건 5차 공판을 열었다.
증인으로 출석한 명 씨는 "오 시장이 나경원을 이기는 여론조사 결과가 필요하다고 부탁했다"며 "오 시장이 아는 업체들에 의뢰해 여론조사 샘플 2000개를 받아오면 어떤 방식의 여론조사가 유리할지 컨설팅해 주겠다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반면 오 시장 측은 수사 초기 명 씨가 '비공표 여론조사는 김종인 당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돕기 위해 스스로 한 것'이라고 진술한 점을 들어 신빙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명 씨가 오 시장과 여론조사에 대한 별다른 피드백이 없었던 점도 파고들었다.
오 시장 측은 "만일 명 씨 주장이 맞다면 오 시장과 여론조사 관련 피드백을 주고받아야 했는데 그러지 않았다"며 "오히려 김 위원장에게 수차례 결과지를 보내고 피드백을 주고받았다. 김 위원장을 위해 자의적으로 여론조사를 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또 명 씨가 오 시장의 여론조사 부탁 이전에 이미 오 시장이 포함된 여론조사를 강혜경 씨에게 지시한 점도 지적했다. 오 시장 측은 "명 씨는 2021년 1월 22일 오후 3시30분께 오 시장에게 이기는 여론조사를 부탁받았다고 하지만 같은 날 오후 2시20분께 강 씨에게 오 시장을 포함한 여론조사를 지시한 정황이 나온다"고 설명했다.
이에 명 씨는 "오 시장에게는 3차례 정도 여론조사 결과지나 분석물을 출력해 가서 설명해줬다"며 "오세훈을 서울시장으로 만들기 위해 김종인 비대위원장을 도운 게 아니겠냐"고 반박했다.
법정에선 공방을 벌이던 명 씨와 오 시장 측 변호인 간에 수차례 고성이 오갔다. 오 시장 측이 소리 높여 '변호인의 유도신문에 증인이 과잉 반응하고 있다'고 하자 명 씨는 '변호인이면 비난 말고 의미 있는 질문을 하라'고 받아쳤다.
법정이 과열되자 재판부가 직접 나서 중재하며 변호인을 대신해 명 씨에게 질문하기도 했다.
오 시장은 2021년 서울시장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명 씨로부터 총 10회에 걸쳐 여론조사 결과를 받고 후원자인 김한정 씨에게 비용을 대납하게 한 혐의로 지난해 12월 기소됐다.
앞서 지난 1일 열린 공판에선 김영선 전 의원이 증인으로 출석해 오 시장이 명 씨에게 '이기는 여론조사'를 부탁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오 시장은 6·3 지방선거 전 1심 선고를 내려달라고 요청했지만, 재판부는 판결이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유로 선거 이후에 선고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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