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 | 김해인 기자] 정교유착 의혹을 수사하는 검경 합동수사본부(합수본)가 출범 두 달을 넘기며 정치권으로 수사망을 넓히고 있다. 수사 초기 통일교와 신천지 관계자들에 집중됐던 수사는 최근 전·현직 국회의원과 정당으로 확대되는 모습이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 1월 6일 공식 출범한 합수본은 김태훈 본부장(대전고검장) 지휘 아래 통일교의 '정치권 로비' 의혹과 신천지의 '조직적 정당 가입' 의혹을 양대 축으로 수사력을 집중해 왔다.
먼저 통일교 의혹은 산하 단체인 천주평화연합(UPF)의 자금이 개인 명의로 둔갑해 정치권에 흘러 들어간 '쪼개기 후원' 의혹이 핵심이다. 합수본은 출범 직후 1월 13·20·23일 천정궁 등 통일교 시설을 압수수색하며 자료를 확보했다.
수사 과정에서 합수본은 통일교가 월드서밋 2020 행사 섭외 명목으로 2019년 12월에서 2020년 1월 사이 20대 국회의원 54명에게 정치자금 총 2830만원을 불법 후원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개인들이 후원을 하면 UPF 계좌를 통해 통일교 자금으로 보전해주는 방식으로 파악됐다. 후원 명단에는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의원 32명과 더불어민주당 의원 13명 등 전·현직 의원들이 대거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신천지 의혹은 2021년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을 앞두고 신도 10만명이 책임당원으로 가입한 '필라테스 작전'의 실체 규명에 방점이 찍혀 있다. 신천지 지도부가 '필라테스'라는 프로젝트 이름으로 신도들의 국민의힘 책임당원 가입을 독려했고, 2011년 말부터 작년까지 5만여 명이 국민의힘에 책임당원으로 가입했다는 내부 증언도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합수본은 전직 간부들에게서 "신천지가 2002년 16대 대선을 앞두고 한나라당(현 국민의힘) 때부터 정치권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이만희 총회장의 지시로 조직적으로 신도들의 당원 가입이 이뤄졌다"는 취지의 공통된 진술과 녹취록 100여개를 확보했다.
또 신천지 지도부가 20대 대선에서 당시 국민의힘 후보였던 윤석열 전 대통령을 지원하기 위해 2021년 5~7월 신도들을 책임당원으로 가입시킨 정황도 포착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에도 필라테스 작전이 지속된 것으로 파악됐다. 2002년부터 현재까지 당원으로 가입한 신도는 5만~10만명으로 추산된다.
합수본은 지난 두 달간 양 종교 단체 실세로 꼽히는 정원주 전 통일교 비서실장과 고동안 전 신천지 총무 등을 각각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하며 윗선과 연결고리를 추적했다. 이후 이들과 접촉한 것으로 지목된 정치인들에 대한 수사가 급물살을 탔다.
임종성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11일과 24일 두차례 조사를 받았으며, 김규환 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의원은 같은달 25일 합수본에 출석했다.
이후 합수본은 지난달 27일과 이달 3일 국민의힘 당사와 당원 관리업체를 잇달아 압수수색했다. 이를 토대로 신천지 신도 명단과 실제 당원 명부의 대조 작업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애초 관심을 모은 전재수 민주당 의원을 놓고는 지난달 11일 의원실 압수수색 외에는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 지난해 12월19일 경찰 조사는 이뤄진 바 있다.
전 의원은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조만간 부산시장 출마를 공식 선언할 예정이어서 합수본의 행보가 주목된다.
전 의원은 지난 2일 부산에서 열린 출판기념회에서 합수본의 수사가 더디다는 지적을 놓고 "애초 의혹이 사실이 아닌데 어떻게 수사에 진척이 있을 수 있느냐"라며 "손톱 만큼도 걱정하지 마시라"라고 말했다.
hi@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