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송다영 기자] 비자금 조성 등으로 법령을 위반한 KT 전·현직 최고 경영진이 소액주주들에게 손해배상을 해야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제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소액주주 35명이 황창규 전 회장, 구현모 전 대표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일부 패소로 판단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수원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원고들은 KT 주식 3만3676주를 6개월 이상 보유한 소액주주로 KT 전 임원들이 법령을 위반하거나 감시의무를 게을리해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며 대표소송을 제기했다.
쟁점은 △무궁화위성 3호의 해외 매각 △재단법인 미르 출연 △CR부문 임직원들의 비자금 조성 및 정치자금 송금 등 △아현국사 화재 및 통신시설 등급 변경 등이었다.
이 가운데 CR부문 임직원들은 2014년 5월~2017년 10월 상품권 할인 차액을 현금으로 돌려받는 방식으로 11억5000여만 원의 비자금을 조성했고, 이 중 약 4억3000만 원을 국회의원 111명의 후원계좌로 송금했다. 구 전 대표는 이 중 1400만 원을 송금한 혐의로 유죄가 확정됐다. 이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는 KT의 내부통제 문제를 지적하며 추징금과 과징금을 부과했다.
1·2심은 무궁화위성 매각, 미르재단 출연, 아현국사 화재를 놓고는 이사들의 법령 위반이나 임무 해태를 인정하지 않았다. CR부문 사건도 황 전 회장의 책임은 부정했고, 일부 법령 위반을 인정하면서도 구 전 대표의 손해배상 책임은 인정하지 않았다.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KT에 비자금 조성과 정치자금 송금을 방지하기 위한 합리적인 내부통제시스템이 구축·운영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황 전 회장은 재임 기간 동안, 구 전 대표는 이사로 선임된 이후 비자금 조성이 종료될 때까지 각 감시의무를 게을리했을 여지가 있다고 봤다.
또 구 전 대표의 경우 정치자금으로 송금된 금액만을 손해로 한정할 특별한 사정을 찾기 어렵고, 이들의 의무위반과 KT가 추징금·과징금을 납부함으로써 입은 손해 사이의 상당 인과관계를 부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이사의 감시의무의 구체적인 내용은 회사의 규모나 조직, 업종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나, 고도로 분업화되고 전문화된 대규모 회사라 는 사정만으로 감시의무를 면할 수는 없다"고 판시했다.
이어 "합리적인 정보 및 보고시스템과 내부통제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되도록 노력을 전혀 하지 않았거나, 이를 의도적으로 외면한 결과 위법한 업무집행을 알지 못한 경우 감시의무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진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