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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와 일자리①] 급격히 다가온 AI 시대, 대한민국 '일자리 구조'가 바뀐다
입력: 2026.03.03 00:00 / 수정: 2026.03.03 00:00

챗GPT 이후 2년…AI 채용 공고 13.1% 증가
직장인 10명 중 8명 "업무에 AI 활용"
20대 이하 일자리 12만7000개 감소


AI가 산업 전반으로 빠르게 확산되면서 한국 노동시장의 기준이 달라지고 있다. /남용희 기자
AI가 산업 전반으로 빠르게 확산되면서 한국 노동시장의 기준이 달라지고 있다. /남용희 기자

인공지능(AI)이 어느새 인간의 업무를 깊숙이 침범하고 있습니다. 단순 반복 업무를 넘어 인간의 고유 영역이라고 여겼던 창의성과 판단의 능력까지 AI가 장착했습니다. 인간의 일자리가 빠르게 줄어들 것이라는 공포심과 함께 생산성 혁명이라는 기대감이 엇갈립니다. <더팩트>는 이번 [AI와 일자리] 기획을 통해 기술이 인간의 동료가 될지 아니면 인간의 대체재가 될지 짚어보고자 합니다. 거스를 수 없는 AI 혁명 속에서 우리 사회가 준비해야 할 것들은 무엇인지 그 해법을 모색하겠습니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박지웅 기자] AI가 산업 전반으로 빠르게 확산되면서 한국 노동시장의 기준이 달라지고 있다. AI 관련 채용 공고의 증가, 직무 수요의 재편, 연봉 격차 확대 등 고용 지표 곳곳에서 'AI 전환'의 흐름이 감지된다. 단순히 새로운 일자리가 생겨나는 차원을 넘어, 어떤 역량이 더 높은 보상을 받고 누가 경쟁력을 갖는지를 가르는 평가 잣대 자체가 달라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3일 <더팩트>가 잡코리아에 의뢰해 AI 채용·업무 구조 변화를 조사한 결과 2024년 AI 관련 채용 공고는 챗GPT(ChatGPT) 출시 전인 2022년 대비 13.1% 증가했다. 잡코리아가 2022년 1월부터 2025년 2월까지의 내부 채용 데이터를 분석하고, 자사 회원 26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내용이다.

응답자의 79.5%는 이미 업무에 AI를 활용하고 있다고 답했다. AI가 특정 산업의 실험적 기술이 아니라, 업무 현장의 기본 도구로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준다.

최근 3년간 AI 관련 직무 지원자는 약 1.7배 증가했고, 공고당 경쟁률은 1.8배 상승했다. 채용 수요는 AI 기술을 직접 구현하는 직무에 집중됐다. AI/ML 엔지니어(9.4%)와 웹·앱 개발자(9.2%) 공고 비중이 가장 높았고, 데이터 엔지니어(3.5%), 소프트웨어 개발자와 데이터 사이언티스트(각 2.8%)가 뒤를 이었다. 기업들은 텐서플로(TensorFlow), 심층신경망(DNN), 데이터마이닝, AI 에이전트 활용 능력 등 구체적인 기술 역량을 요구하고 있다. 단순 개념 이해를 넘어 실제 서비스 구현 경험이 채용의 핵심 기준으로 부상한 것이다.

기업 내 AI 도입이 상용화·내재화 국면으로 진입하면서, 실전 프로젝트 경험이 있는 인재에 대한 선별 채용이 강화되고 있다. /더팩트 DB
기업 내 AI 도입이 상용화·내재화 국면으로 진입하면서, 실전 프로젝트 경험이 있는 인재에 대한 선별 채용이 강화되고 있다. /더팩트 DB

AI 역량이 연봉 좌우…기업 규모별 격차 확대

임금 구조에서도 변화는 뚜렷하다. 잡코리아가 지난달 20일 발행한 'HR 머니 리포트 2026'에 따르면 AI·개발·데이터 직무 평균 연봉은 4947만원으로 21개 주요 직무 가운데 가장 높았다. 디지털 환경에서 데이터와 AI를 다룰 수 있는 능력이 보상 수준과 직결되고 있는 셈이다.

기업 규모에 따른 격차 역시 AI 전환과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기업 평균 연봉은 5279만원, 중견기업은 4483만원, 중소기업은 3994만원으로 조사됐다. 대기업일수록 AI 도입과 데이터 인프라 구축에 적극 투자하고, 이를 기반으로 고숙련 인력을 확보하는 구조가 형성돼 있다. AI 기반 사업 모델을 빠르게 확장할 수 있는 기업일수록 해당 역량을 갖춘 인재에게 더 높은 보상을 제공하는 선순환이 나타난다는 분석이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유사한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노동시장 데이터 분석 기업 라이트캐스트(Lightcast)가 13억건이 넘는 채용 공고를 분석해 2025년 7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AI 스킬이 명시된 공고는 그렇지 않은 공고보다 평균 28% 높은 연봉을 제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AI 역량이 글로벌 노동시장에서도 '프리미엄'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의미다.

◆ AI 직무 수요 확대…구현 역량 중심으로 재편

AI 채용 시장의 특징은 '양적 확대'보다 '질적 고도화'에 가깝다는 평가다. 단순 데이터 처리나 보조 업무가 아니라, 모델 설계·학습·배포까지 전 과정을 다룰 수 있는 인력을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특히 기업 내 AI 도입이 상용화·내재화 국면으로 진입하면서, 실전 프로젝트 경험이 있는 인재에 대한 선별 채용이 강화되고 있다.

이는 채용 구조 전반의 변화를 야기할 전망이다. AI가 특정 부서의 역할이 아닌, 영업·마케팅·제조·리스크 관리 등 전 영역에 이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결과 AI를 '지원 도구'로 활용하는 인력과, AI를 설계·운영하는 인력 간의 역할 구분이 명확해지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사진) 연구형 모델을 활용해 자동차 부품을 인식·정리하는 실증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AI 기반 자동화 기술이 제조 현장에 도입되는 모습이다. /현대차그룹
현대차그룹이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사진) 연구형 모델을 활용해 자동차 부품을 인식·정리하는 실증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AI 기반 자동화 기술이 제조 현장에 도입되는 모습이다. /현대차그룹

◆ 노동시장 양극화 우려도20대 이하 일자리 12만7000개 감소

AI 분야가 고임금 직군으로 인식되며 지원자는 몰리고 있지만, 기업이 요구하는 수준의 실무 역량을 갖춘 인력은 제한적이라는 평가다. 특히, AI 확산과 맞물려 노동시장 양극화 우려도 커지고 있다. 국가데이터처가 지난달 24일 발표한 '2025년 3분기 임금근로 일자리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8월 기준 전체 임금근로 일자리는 2092만7000개로 전년 동기 대비 13만9000개 증가했다.

그러나 20대 이하 일자리는 12만7000개 감소하며 2022년 4분기 이후 12개 분기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산업별로는 제조업(-2만7000개), 건설업(-2만개), 정보통신업(-1만8000개) 등에서 감소폭이 컸다.

기업들이 신입 직원이 맡아오던 단순·반복 업무를 AI와 자동화 시스템으로 대체하고, 공개채용을 축소하는 대신 경력직 중심 채용을 확대하는 흐름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AI가 고숙련·고부가가치 일자리를 늘리는 동시에, 진입 단계 일자리를 압박하는 이중적 효과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제조 현장까지 AI 확산…일자리 '대체' 아닌 직무 성격 재편

산업 현장에서도 변화는 가시화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 연구형 모델을 활용해 자동차 부품을 인식하고 정리하는 실증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로봇과 AI 기반 자동화 시스템이 제조 공정에 투입되면서 단순 작업의 비중은 줄어들고, 시스템 운영·데이터 분석·공정 관리와 같은 고숙련 직무의 중요성은 커지고 있다.

AI 도입이 단순히 일자리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일자리의 성격과 요구 역량을 재편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해석된다. 무게중심이 물리적 반복 작업에서 디지털 설계·관리 영역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의미다.

결국 '일자리의 수'보다 '일자리의 기준'

AI와 데이터 활용은 기업 성과와도 직결된다. 라정주 파이터치연구원장은 "OECD 23개국의 최근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빅데이터 이용이 1% 증가하면 기업 매출 증가율이 0.41%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AI·데이터 활용은 기업 경쟁력을 높이는 실질적 수단인 만큼 관련 역량을 갖춘 인력에 대한 수요는 앞으로도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기업 성과를 끌어올리는 기술일수록 그 기술을 다룰 수 있는 인력의 가치는 높아진다. AI 전환은 단순히 일자리의 수를 바꾸는 문제가 아니라, 보상과 기회의 기준을 재정의하는 구조적 변화라는 인식이다.

결국 AI 시대의 노동시장은 '얼마나 오래 일했는가'보다 '어떤 디지털 역량을 갖췄는가'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구조로 이동하고 있다. 청년층 고용 감소라는 경고음 속에서, 노동의 미래는 AI 활용 능력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②편에서 계속

christ@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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