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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사주 의무소각, 본회의 문턱 넘었지만…기업 자본정책 안갯속
입력: 2026.02.26 11:00 / 수정: 2026.02.26 11:00

지난 25일 3차 상법개정안 가결…법제화 수순
국민의힘 필리버스터 돌입…시행령·유예기간 등 '디테일' 변수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32회 국회(임시회) 제8차 본회의에서 3차 상법개정안(상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가결되고 있다. /뉴시스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32회 국회(임시회) 제8차 본회의에서 3차 상법개정안(상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가결되고 있다. /뉴시스

[더팩트|윤정원 기자] 자사주 의무소각 법안이 본회의 문턱을 넘었다. 전날 표결로 가결되면서 법제화 흐름은 굳어졌지만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에 돌입해 여야 대치가 장기화하는 양상이다. 상장사들은 법 공포 이후 시행령과 유예기간, 예외 범위 등 세부 기준이 어떻게 정리될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 자사주 보유 관행에 제동…재무지표 변화 불가피

26일 국회에 따르면 전날 본회의에서는 자사주 의무소각을 핵심으로 한 3차 상법개정안(상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가결됐다.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해당 개정안은 회사가 자사주를 취득할 경우 1년 이내 소각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 것이 골자다. 기존 보유 중인 자사주는 법 시행 후 1년 6개월 이내 소각으로 정리된다.

다만 임직원 보상이나 우리사주 제도 등 일정한 사유가 인정될 경우는 예외다. 이 경우 이사 전원의 서명·날인을 거친 보유·처분 계획을 매년 주총에서 승인받아야 한다. 전기통신사업법 등에 따라 외국인 투자 등이 제한되는 회사의 경우, 법령준수를 위해 필요한 범위 내 자기주식을 시행일로부터 3년 이내 원칙적으로 처분하는 구조다.

그간 상장사들은 통상 이익잉여금이나 보유 현금을 활용해 자사주를 매입해 왔다. 주가 안정과 주주환원 효과를 동시에 노릴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물론 매입 이후 소각하지 않고 재무적 완충장치로 보유하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보유 자사주는 의결권이 없지만 제3자에게 처분할 수 있어 지배구조 측면에서 전략적 선택지로 기능해 왔다.

의무소각이 제도화되면 자사주 매입은 곧 자본 감소로 이어진다. 소각이 이뤄지면 발행주식 수가 줄어 주당순이익(EPS)과 자기자본이익률(ROE) 등 주당·수익성 지표가 개선될 여지가 있다. 이는 기관투자가가 중시하는 핵심 지표로, 통상 공시 직후 주가에 우호적으로 반영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재무구조 측면에서는 다른 계산이 필요하다. 자사주 소각은 자본총계 감소로 이어져 부채비율 등 재무지표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대규모 설비 투자나 인수합병(M&A)을 앞둔 기업은 자금 조달 구조를 다시 설계해야 할 수 있다. 자사주를 보유 자산처럼 활용해 온 기업일수록 전략 수정 폭이 클 수밖에 없다.

최근 몇 년간 대규모 자사주를 매입한 기업들은 소각 시점과 규모를 놓고 내부 검토에 들어간 분위기다. 자사주 비중이 높은 기업의 경우 소각 물량이 한 번에 집중되면 시장에 주는 신호가 커질 수 있다.

◆ 정치 변수 남아…지배구조 전략 재편 전망

다만 정치권 변수는 여전히 불확실성 요인이다. 법안 처리 직후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에 돌입하면서 법 공포와 시행 일정은 추가 논의를 거치게 됐다. 시행령에서 정할 세부 기준에 따라 기업별 영향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유예기간이 길어질 경우 단기 충격은 완화될 수 있지만, 즉각 시행될 경우 대응 부담은 커진다.

경영권 방어 전략에도 변화가 불가피하다. 그동안 일부 기업은 자사주를 우호 세력에 매각하거나 교환하는 방식으로 지배력을 유지해 왔다. 그러나 의무소각 체계에서는 이런 전략적 활용이 사실상 막힌다. 경영권 분쟁이 벌어질 경우 공개매수나 지분 추가 매입 등이 대안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방어 비용이 커지고, 수급 충격이 발생하면 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지배구조 측면에서도 파장이 예상된다. 자사주를 통한 우회적 지분 관리가 어려워지면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지분율 관리 전략이 재조정될 수 있다. 행동주의 펀드나 기관투자가의 주주환원 요구가 강화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자사주 소각이 단순한 재무 이슈를 넘어 지배구조 이슈로 확산될 수 있다는 의미다.

자본시장에서는 평가가 엇갈린다. 자사주 매입이 소각으로 연결되면 환원 정책의 신뢰도가 높아진다는 긍정적 시각이 있다. 반면 기업의 자본 운용 자율성이 축소돼 중장기 성장 전략 수립에 제약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이상호 한국경제인협회 경제본부장은 "M&A 등의 과정에서 취득한 특정 목적 자사주 문제는 향후 추가 논의를 통해 보완되길 기대한다"며 "국회는 경영활력 제고를 위한 규제 개선에도 속도를 내주기 바란다"고 언급했다.

한편, 자사주 의무소각에 따른 주주가치 제고 기대감은 증시 흐름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3차 상법개정안 수혜주로 꼽혔던 증권 업종과 금융지주, 보험 종목들은 최근 주가 변동성이 확대된 상태다. 정준섭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자사주 신규 매입 없는 보유 자사주 소각은 주주환원이 아닌 일회성 이벤트에 불과한 만큼 실적이나 자본정책의 진전이 없는 상태에서 최근 이슈가 주가 상승을 얼마나 정당화할 수 있는지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garde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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