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설상미 기자] 조태용 전 국가정보원장이 12·3 비상계엄 후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홍장원 전 1차장의 교체를 승인받았다는 법정 증언이 나왔다.
신원식 전 국가안보실장은 2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류경진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조 전 원장의 직무유기 사건에 증인으로 출석해 "조 전 원장에게 홍 전 차장의 부적절한 메모로 교체가 불가피하고 대통령 승인까지 받았다는 말을 들었다"며 "알아야 할 것 같아서 연락했다는 취지였다"고 밝혔다. 홍 전 차장의 메모는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불러준 체포 대상 인사 명단으로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우원식 국회의장 등 주요 인사 14명이 포함됐다.
신 전 장관의 증언에 따르면, 조 전 원장은 2024년 12월 6일 오전 10시 59분경 전화를 걸어왔다. 한 언론이 홍 전 차장이 윤 전 대통령에게 체포 지시를 받았다는 취지로 보도했다는 내용이었다. 이후 이날 총 11차례 통화가 이어졌다고 한다.
조은석 특별검사팀(내란특검)이 "11차례 통화 과정에서 정치인 체포 지시나 홍 전 차장의 국회 출석 대응 방안을 논의했느냐"고 묻자, 신 전 장관은 "대응 방안은 논의한 적 없고 사실관계를 파악하려 했다"고 답했다.
신 전 장관은 통화 내용을 놓고 "전반부는 기사와 관련해 홍 전 차장이 아니라고 했기 때문에 (국정원이) 입장을 낸다는 내용이었고, 중반부는 홍 전 차장이 국회로 간다(출석한다)는 이야기, 그래서 원장도 국회에 가야겠다는 내용이었다"고 증언했다. 이어 "마지막 저녁 (통화)에는 군도 계엄으로 정상적인 상태가 아니었는데, 국정원도 안보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잘 관리해달라는 당부 전화를 드린 기억이 있다"고 밝혔다.
또 신 전 장관은 계엄 직후 조 전 원장과 계엄 후폭풍을 놓고 대화를 나눴다고 증언했다. 특검이 "조 전 원장이 계엄이 완전히 잘못된 판단이라는 취지의 말을 했느냐"고 묻자, 그는 "정확한 워딩은 기억나지 않지만, '대통령이 굉장한 실책을 했다', '원만히 마무리돼야 하는데 나라가 참 걱정이다' 이런 식으로 걱정을 토로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답했다.
조 전 원장은 12·3 비상계엄 당시 국정원장으로서 의무를 다하지 않은 혐의로 지난해 11월 구속기소됐다. 그는 2024년 12월 3일 비상계엄 선포 전 윤 전 대통령에게 계엄 계획을 듣고도 국회에 즉각 보고하지 않아 직무를 유기한 혐의를 받는다.
홍 전 차장에게 방첩사령부가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등 주요 인사를 체포하려 한다는 보고를 받고도 국회에 알리지 않은 혐의도 있다.
이 밖에도 조 전 원장은 계엄 당일 홍 전 차장의 행적이 담긴 국정원 CCTV 영상을 국민의힘 측에만 제공하고 더불어민주당이 요청한 자신의 동선 영상은 제공하지 않아 정치 관여 금지 의무를 위반한 혐의, 윤 전 대통령 및 홍 전 차장의 비화폰 정보 삭제에 관여해 증거를 인멸한 혐의, 국회·헌법재판소에서 허위 증언 및 답변서를 제출한 혐의 등도 받고 있다.
조 전 원장 측은 지난 4일 첫 공판에서 공소사실 전부를 부인했다.
조 전 원장 측은 "특검은 '조 전 원장이 계엄이 내란이라는 점까지 인식하고, 실행 계획·상황을 구체적으로 알고도 방임했다'는 전제를 깔고 상상에 가까운 주장으로 기소했다"라며 "윤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의 내란 행위에 가담하거나 실행행위를 분담한 사실이 전혀 없고, 내란중요임무 종사 혐의로 기소하지 않은 것만 보더라도 실행에 관여했다는 객관적 증거가 존재하지 않는 것이 명백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