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법사위·24일 본회의 처리 전망
1년 내 소각 의무·처분권 주총 이전
경영권 방어·보상체계 영향
![]() |
| 기업의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골자로 하는 '3차 상법 개정안'(상법 일부개정법률안)은 23일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상정될 예정이다. 사진은 지난해 7월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를 통해 상법 개정안이 가결되고 있는 모습. /남윤호 기자 |
[더팩트|윤정원 기자] 자사주를 원칙적으로 1년 내 소각하도록 하는 3차 상법 개정안이 이번 주 국회 본회의에 오를 전망이다. 법안이 통과되면 기업의 우호지분 확보 전략과 인수합병(M&A) 구조, 임원 보상 체계 전반에 변화가 예상된다. 자사주를 '쌓아두는 자산'에서 '즉시 소각 대상'으로 보는 인식 전환이라는 점에서 파장이 적지 않다는 분석이다.
◆ 자사주 소각 의무화 법안, 본회의 문턱 넘을까
23일 국회에 따르면 자사주 소각을 원칙적으로 의무화하는 3차 상법 개정안은 지난 20일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소위를 통과했다. 당시 재적 위원 11명 중 찬성 7명, 반대 4명으로 의결됐다. 3차 상법 개정안은 이날 오후 2시 법사위 전체회의에 상정될 예정이며, 통과 시 24일 본회의 처리 가능성이 거론된다. 여야 간 세부 조항을 둘러싼 이견은 남아 있지만 큰 틀의 방향성에는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개정안은 기업이 취득한 자사주를 원칙적으로 1년 이내 소각하도록 규정하는 게 골자다. 기존 보유 자사주 역시 일정 유예기간 이후 단계적으로 소각 대상에 포함된다. 합병, 분할, 주식교환 등 구조조정 과정에서 취득한 자사주에 예외를 둘지 여부와 유예기간의 범위가 막판 쟁점으로 거론된다.
자사주 처분 권한을 이사회에서 주주총회로 이전한 점도 구조적 변화다. 현재는 이사회 결의만으로 제3자 매각이 가능하지만 개정안이 시행되면 주총 특별결의를 거쳐야 한다. 이를 두고 단순 절차 변경을 넘어 경영진의 재량 범위를 축소하는 조치라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경영권 분쟁이나 적대적 인수 시도 국면에서 신속한 대응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자사주는 보유 중에는 의결권이 없지만 제3자에게 처분되는 즉시 의결권이 부활한다. 이같은 특성 때문에 최대주주 지분율이 높지 않은 기업에서 사실상 잠재 의결권 역할을 해왔다. 발행주식 대비 5% 안팎의 자사주만으로도 의결권 구도에 변수가 생길 수 있다는 점에서 전략적 가치가 컸다.
현재 코스피 상장사 중 상당수가 발행주식의 5~10% 안팎을 자사주로 보유하고 있다. 해당 물량이 일정 기간 내 소각될 경우 유통주식 수 감소로 주당가치 상승 효과가 발생할 수 있지만, 동시에 향후 경영권 방어 수단은 줄어들게 된다.
◆ 경영권 방어 수단 축소…지배구조 재편 불가피
시장에서는 자사주 소각이 의무화될 경우 우호지분 확보 수단이 제한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행동주의 펀드가 배당 확대, 자산 매각, 이사 선임 등을 요구하며 경영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경우, 회사들이 보유 자사주를 전략적 투자자에게 넘겨 의결권 구도를 재편하는 방식은 흔하게 활용돼 왔다. 그러나 처분 권한이 주총으로 넘어가면 의사결정 속도가 늦어지고 주주 간 이해관계 충돌이 노출될 가능성도 커진다.
경영권 분쟁 사례가 잦았던 업계에서는 제도 변화가 방어 전략 전반을 재설계하게 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자사주 대신 우호 주주 간 계약이나 차등의결권,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 다른 수단을 병행하는 방식이 검토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이 역시 추가 규제 논란과 맞물릴 수 있다.
M&A 구조 역시 변화가 예상된다. 상장사 간 지분 교환이나 전략적 제휴에서 자사주는 현금 유출을 최소화하는 수단이었다. 자사주를 상대 기업에 넘기고 지분을 받는 방식은 신주 발행 대비 기존 주주 지분 희석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앞으로는 신주 발행이나 현금 지급 비중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 이는 부채비율 상승, 유상증자 논란 등으로 이어질 확률이 높다.
사모펀드(PEF)와의 거래에서도 영향이 불가피하다. 경영권 매각이나 지분 일부 매각 과정에서 자사주를 활용한 복합 구조가 설계돼 왔다. 의무 소각이 적용되면 거래 조건 협상에서 활용할 수 있는 카드가 줄어든다. 투자 유치 시 기업가치 산정 방식에도 변수가 생길 수 있다는 이야기다.
임원 보상 체계도 조정이 필요하다. 장기성과급(LTI)이나 스톡옵션 행사 물량을 자사주로 충당하는 방식은 주가와 성과를 직접 연동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그러나 자사주를 장기간 보유하기 어렵게 되면 현금 보상 비중을 늘리거나 신주 발행을 통한 교부 방식으로 전환해야 할 가능성이 있다. 이는 보상 비용 증가와 기존 주주 지분 희석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기업 내부에서는 자사주 매입 전략 자체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금까지는 주가 안정, 주주환원, 경영권 방어라는 복합 목적 아래 자사주 매입이 이뤄졌다. 의무 소각이 제도화되면 매입 목적과 시점, 규모를 보다 엄격히 설정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제도 취지와 부작용을 함께 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상훈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보고서를 통해 "자사주를 일률적으로 소각하도록 강제하면 기업의 자본정책 유연성이 제한될 수 있다"면서 "기업의 성장 단계와 자금 조달 환경을 고려한 보완 장치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