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설상미 기자]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전두환 전 대통령에게 사형이 선고된 지 30년 만에 윤석열 전 대통령이 같은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전 씨 사건이 대규모 유혈 사태와 장기 집권으로 이어진 군사반란으로 평가된 반면, 이번 사건은 인적 피해 없는 이른바 '실패한 내란'으로 간주되면서 양형에 차이가 났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지귀연 부장판사)는 지난 19일 내란 우두머리 및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윤 전 대통령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30년 전인 1996년 8월26일 서울지법 형사합의30부(당시 김영일 부장판사)는 내란 우두머리, 내란 목적 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전 씨에게 사형을 선고했다.
윤 전 대통령과 전 씨의 1심 형량을 가른 배경에는 범행의 결과와 완결성에서 차이가 있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 씨는 12·12 군사반란과 5·18 유혈진압을 주도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사형을 선고받았고 2심에서 무기징역으로 감형됐다. 정권 찬탈 과정에서 다수의 사망자가 발생하고 군사력을 동원해 실질적으로 권력을 장악한 점이 중형 선고의 핵심 근거였다.
전 씨에게 사형을 선고한 1심 재판부는 "군 병력을 동원해 헌법질서를 문란하게 하는 과정에서 발포를 하도록 함으로써 수 많은 사상을 발생하게 했다"며 "피해자들 및 유족이 정상적인 생활을 하지 못하고 지금도 그 정신적, 육체적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판시했다.
반면 지귀연 재판부는 유혈 사태가 발생하지 않았고 계획이 미완에 그쳤다며 양형에 참작했다. 지귀연 재판부는 "아주 치밀하게 계획을 세운 것으로 보이지 않고, 물리력의 행사를 최대한 자제시키려 했던 것으로 보이며 실탄 소지나 직접적인 물리적 폭력을 행사한 예는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라며 "대부분의 계획은 실패로 돌아갔다"고 밝혔다. 윤 전 대통령의 내란은 유혈 사태로 확산되지 않았고, '사전 계획의 치밀성 부족'과 '물리력 행사 자제' 판단이 형량을 가른 셈이다.

다만 '실패한 내란'을 윤 전 대통령 양형에 유리하게 반영한 것이 적절한지를 두고 논란이 제기된다.
이에 앞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이진관 부장판사)는 12·3 비상계엄을 두고 '위로부터의 내란'으로 규정했다. 이진관 재판부는 "12·3 내란은 국민이 선출한 권력인 윤 전 대통령과 그 추종 세력에 의한 것으로, 성격상 '위로부터의 내란'에 해당한다"며 "이러한 형태의 내란은 이른바 '친위 쿠데타'로, '아래로부터의 내란'과 위험성을 비교할 수 없다"고 질타했다.
대통령의 '위로부터의 내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사전에 조직적 준비가 이뤄진 범행이라는 성격 자체를 중요하게 평가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결과가 현실화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감형 사유로 삼는 것이 타당한지 법조계 안팎에서 의견이 엇갈리는 배경이다.
또 재판부가 판시한 '물리력 행사를 최대한 자제했다'는 판단도 도마에 올랐다. 판결을 통해 윤 전 대통령이 국회에 출동한 이진우 전 수방사령관에게 "총을 쏴서라도 (국회) 본회의장 문을 부수고 들어가라"는 취지로 지시한 사실이 인정됐기 때문이다. 대규모 유혈 사태로 번지지 않은 배경에는 군·경의 소극적 집행과 시민들의 저항 등 외부 요인이 작용했을 뿐 윤 전 대통령이 자제한 결과로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윤 전 대통령 측과 조은석 특별검사팀(내란특검)은 항소를 고려 중이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 20일 "구국의 결단이었으나 저의 부족함으로 인해 결과적으로 많은 좌절과 고난을 겪게 해 드린 것에 대해 국민 여러분께 깊이 사과드린다"라며 "법과 양심에 의한 판결을 기대하기 곤란한 상황에서 항소를 통한 법적 다툼이 과연 무슨 의미가 있는지 깊은 회의가 든다"고 했다. 내란특검은 오는 23일 항소 여부를 정하기 위해 회의를 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