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계엄은 내란' 못 박은 사법부…남은 피고인들 "나 떨고있니"
  • 설상미 기자
  • 입력: 2026.02.20 00:00 / 수정: 2026.02.20 00:00
재판부 "국헌문란 목적·폭동 모두 인정"
'군 국회 투입'이 내란 판단 핵심 근거
내란 우두머리 등 혐의로 기소된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1심 선고공판이 19일 열린 가운데 서울 중구 서울역 대합실을 찾은 시민들이 TV 생중계를 바라보고 있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지귀연 부장판사)는 윤 전 대통령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박상민 인턴기자
'내란 우두머리 등 혐의'로 기소된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1심 선고공판이 19일 열린 가운데 서울 중구 서울역 대합실을 찾은 시민들이 TV 생중계를 바라보고 있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지귀연 부장판사)는 윤 전 대통령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박상민 인턴기자

[더팩트ㅣ설상미 기자] 19일 윤석열 전 대통령과 군경 수뇌부에 중형이 선고되면서 남은 내란 관련 재판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3개 재판부가 연이어 12·3계엄의 내란죄 성립을 명확히 인정하면서 더이상 이론의 여지는 사라진 셈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지귀연 부장판사)는 19일 내란 우두머리 및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윤 전 대통령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로 기소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에게는 각각 징역 30년과 징역 18년의 중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12·3 비상계엄이 형법상 내란죄의 성립 요건 '국헌문란 목적'과 '폭동'이 모두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내란죄는 국헌을 문란하게 할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킨 경우 성립하는 범죄다. 단순한 위법 행위를 넘어 헌정 질서를 무력으로 배제하려는 목적이 있어야 성립된다.

특히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이 군을 국회로 보내 국회의사당을 봉쇄하고 우원식 국회의장,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주요 정치인을 체포하려 한 시도에 주목했다. 헌법기관인 국회 무력화 시도가 내란의 전제인 국헌 문란 목적 판단에 결정적으로 작용한 셈이다.

이에 앞서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로 기소된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사건을 심리한 재판부도 12·3 비상계엄을 내란이라고 판단한 바 있다.

12·3계엄이 내란이라는 판단은 사실상 굳어졌다, 이에 따라 내란 중요임무종사 혐의로 기소된 국무위원 등도 법적 부담이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향후 재판의 쟁점은 계엄이 내란이었는지 여부보다, 각 피고인의 행위가 내란에서 어느 정도의 중요한 임무에 가담했는지가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계엄 선포 직후 관련 절차를 점검한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과 지귀연 재판부도 범죄의 핵심이라고 지적한 국회 기능 마비 의혹에 연루된 추경호 전 국민의힘 원내대표에 대한 판단이 주목된다.

박 전 장관은 계엄 선포 직후 법무부 출입국본부에 비상대기 명령을 내리고 합동수사본부 검사 파견 검토, 교정시설 수용 공간 확보 지시 등을 내려 내란 행위에 가담한 혐의를 받는다. 박 전 장관 측은 계엄 선포에 따른 형식적인 지시였을 뿐이고, 윤 전 대통령의 계엄 선포에 반대했다는 주장으로 일관하고 있다.

다만 한 전 총리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한 서울중앙지법 형사33부(이진관 부장판사)의 판결문에는 박 전 장관이 2024년 12월 3일 오후 10시 18분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후 국무위원 참석자 명단을 정리한 사실이 적시됐다. 그로부터 20분 뒤에는 "참석자 서명을 받아야 한다"는 취지로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과 강의구 전 대통령실 부속실장에게 직접 말한 것으로도 파악됐다. 비상계엄 선포의 절차적 요건을 외형적으로 갖추기 위해 적극적으로 가담한 행위로도 판단될 여지가 있다. 박 전 장관의 다음 공판은 오는 23일 열린다.

윤석열 전 대통령 등에 의한 내란·외환 행위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내란 특검)는 윤 전 대통령 이외에도 내란에 가담한 혐의를 받는 윤석열 정부 인사들을 기소했다. 사진은 왼쪽 위부터 한덕수 전 국무총리,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장관, 김용현 전 국방부장관. 왼쪽 아래부터 박성재 전 법무부장관, 조태용 전 국가정보원장,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 /더팩트 DB.
'윤석열 전 대통령 등에 의한 내란·외환 행위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내란 특검)는 윤 전 대통령 이외에도 내란에 가담한 혐의를 받는 윤석열 정부 인사들을 기소했다. 사진은 왼쪽 위부터 한덕수 전 국무총리,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장관, 김용현 전 국방부장관. 왼쪽 아래부터 박성재 전 법무부장관, 조태용 전 국가정보원장,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 /더팩트 DB.

12·3 비상계엄 당시 국민의힘 원내대표였던 추 의원은 계엄 당시 의원총회 소집 장소를 국회→당사→국회→당사로 세 차례 변경해 다수의 국민의힘 의원은 계엄 해제 의결에 참석하지 못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내달 2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한성진 부장판사) 심리로 첫 공판이 열린다.

군 지휘부에 대한 1심 재판도 계속되고 있다. 곽종근 전 육군특수전사령관,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 이진우 전 육군수도방위사령관, 문상호 전 국군정보사령관 등은 내란 중요임무종사 혐의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6부(이현경 부장판사)에서 심리를 받고 있다. 박안수 전 육군참모총장(전 계엄사령관) 사건은 지난해 10월 그가 전역함에 따라 군사법원에서 대전지법 논산지원으로 이송됐다. 내란특검은 박 전 총장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에서 병합 심리해야 한다는 내용의 이송 신청서를 제출한 상태다.

항소심을 심리할 서울고법 내란전담재판부도 큰 법리적 부담은 덜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재 서울고법에서 예정된 내란 관련 항소심 사건은 총 3건이다.

윤 전 대통령이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은 체포방해 혐의 사건을 비롯해, 각각 징역 23년과 징역 7년을 선고받은 한 전 국무총리와 이 전 장관의 내란 중요임무종사 등 혐의 사건이 항소심에 올라와 있다. 윤 전 대통령의 체포방해 혐의 사건과 한 전 총리의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는 앞서 서울고법 형사20부에 임시 배당됐다. 오는 23일 내란전담재판부가 본격 착수하면 재배당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지귀연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이 계엄을 결심한 시기를 2024년 12월1일로 까다롭게 보면서 윤 전 대통령 등의 장기 집권 목적을 부정했다. 사전 계획이 치밀하지 않았고, 물리적 폭력을 최소화하려고 했으며 결과적으로 계획이 실패했다는 상황을 피고인에게 유리하게 적용했다.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 즉 내란의 공범 판단도 행위에 가담한 것으로는 부족하고 국헌 문란 목적을 인식하고 공유했어야 한다고 기준을 내세웠다. 이같은 판결은 내란 혐의 피고인들에게 유리하게 해석될 수 있어 남은 재판에서 쟁점이 될 가능성도 있다.


snow@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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