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설상미 기자] 의료인이 아닌 치과위생사에게 채혈을 지시한 치과의사에 대한 자격정지 처분은 위법하지 않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이정원 부장판사)는 지난해 11월 27일 치과의사 A 씨가 보건복지부 장관을 상대로 제기한 치과의사 자격정지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A 씨는 서울 성북구 한 치과의원에서 근무하던 치과의사다. A 씨는 임플란트 시술 과정에서 의료인이 아닌 치과위생사에게 자가혈 치료술을 위한 채혈을 지시하고, 이후 약 2년간 치과위생사들에게 총 570명의 환자를 채혈하도록 한 혐의로 기소됐다.
서울북부지법은 2023년 10월 A 씨에게 의료법 위반 혐의로 벌금 1000만 원을 선고했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이듬해 9월 A씨가 의료법 제27조 제1항을 위반해 '의료인이 아닌 자로 하여금 의료행위를 하게 한 경우'에 해당한다며 자격정지 3개월 처분을 내렸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치과위생사의 채혈 지시를 '단순히 의료기사의 업무 범위를 벗어나게 한 경우(자격정지 15일)'로 볼 것인지, 아니면 '의료인이 아닌 자에게 의료행위를 하게 한 경우(자격정지 3개월)'로 볼 것인지 여부였다.
A씨는 치과위생사가 무자격자가 아닌 의료기사라는 점을 강조하며 15일의 정지 처분이 타당하다며 치과의사 자격정지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A씨는 "치과위생사의 업무 범위에 대한 착오로 업무 범위를 벗어나는 행위를 지시한 것"이라며 "이는 자격정지 15일 사유에 해당하는데도 3개월 처분을 내린 것은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이 같은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의료기사라 할지라도 의료기사법 및 같은 법 시행령이 정하고 있는 업무의 범위와 한계를 벗어나는 의료행위를 했다면 무면허 의료행위에 해당하고, 이는 비록 의사나 치과의사의 지시나 지도에 따라 이루어졌다고 하더라도 마찬가지"라고 판시했다.
또 재판부는 "의료기사에게 의료행위를 하게 한 경우를 15일 정지로 해석한다면, 의료기사가 아닌 자에게 의료행위를 시킨 경우(3개월)와 비교해 제재 양정에 현격한 차이가 발생하게 된다"며 "의료인이 면허 범위를 벗어나 의료행위를 한 경우(3개월)보다 훨씬 경미한 처분을 받게 되는 것은 부당하다"고 설명했다.
의료기사라 하더라도 허용되지 않은 수술이나 처치 등을 한 것은 사실상 일반인의 무면허 의료행위만큼 위험하다고 보고, 처벌 수위를 동일하게 맞추는 것이 형평성에 맞다는 취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