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살배기 머리 찢어졌는데 '나몰라라'…경찰, 병원 송치
  • 정인지 기자
  • 입력: 2026.01.19 16:06 / 수정: 2026.01.19 16:06
"진심 어린 사과·보상 없어"
경찰, '안전조치 미흡' 판단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 송치
19일 <더팩트> 취재를 종합하면 A(4) 양은 지난해 2월 부모의 정형외과 진료를 위해 경기 안양시 P 병원을 찾았다가 철제 구조물에 부딪혀 이마가 찢어졌다. /독자 제공
19일 <더팩트> 취재를 종합하면 A(4) 양은 지난해 2월 부모의 정형외과 진료를 위해 경기 안양시 P 병원을 찾았다가 철제 구조물에 부딪혀 이마가 찢어졌다. /독자 제공

[더팩트ㅣ정인지 기자] 3세 여아가 병원에서 철제 구조물에 부딪쳐 이마가 찢어졌다. 병원 측은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지만, 경찰은 안전조치가 미흡했다고 판단해 병원을 검찰에 넘겼다.

19일 <더팩트> 취재를 종합하면 A(4) 양은 지난해 2월 부모의 정형외과 진료를 위해 경기 안양시 P 병원을 찾았다. 접수를 마친 뒤 부모를 따라 진료실로 이동하던 A 양은 모퉁이를 도는 순간 머리에 피를 흘리며 쓰러졌다. 벽면에 설치된 철제 구조물에 이마를 부딪친 것이다.

이 사고로 A 양은 이마가 4㎝가량 찢어졌다. P 병원 측이 수술에 난색을 표하자 부모는 직접 인근 병원으로 A 양을 옮겼다. A 양은 그제야 응급 봉합 수술을 받을 수 있었다.

철제 구조물은 병원 홍보물 등을 올려둘 수 있는 가판대로, 당시 별도의 보호 장치나 색상 구분, '머리 조심'·'돌출 주의' 등 경고 표지도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A 양 부모는 "통로 옆에 대형 소파가 있어 벽으로 붙어 이동할 수밖에 없었는데, 모퉁이를 도는 순간 구조물이 나타났다"며 "돌출된 모서리는 만 3세였던 아이의 머리 높이와 정확히 일치했다. 구조물이 벽과 비슷한 색인 데다 성인 시야보다는 아래에, 아이 시야보다는 위에 있어 잘 보이지 않는 위치였다"고 말했다.

A 양 부모는 철제 구조물을 아무런 안전조치 없이 설치한 것은 관리 소홀이라며 병원 측에 항의했다. 하지만 병원 측은 미취학 아동에 대한 관리·감독 의무 위반을 이유로 A 양 부모 측 과실이 70%에 달한다는 입장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A 양 부모는 "사고의 본질인 시설물의 구조적 위험성을 외면하고 모든 책임을 만 3세 아동과 보호자에게 전가하려는 주장"이라고 반발했다.

경기 안양만안경찰서는 지난해 6월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로 P 병원을 기소의견으로 송치했다. 경찰은 사람이 자주 지나다니는 통로에 구조물이 설치돼 있었음에도 안전조치가 충분히 이뤄져 있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사고 이후 P 병원은 해당 구조물의 모서리에만 완충 기능을 하는 장치를 부착했다고 한다. /독자 제공
경기 안양만안경찰서는 지난해 6월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로 P 병원을 기소의견으로 송치했다. 경찰은 "사람이 자주 지나다니는 통로에 구조물이 설치돼 있었음에도 안전조치가 충분히 이뤄져 있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사고 이후 P 병원은 해당 구조물의 모서리에만 완충 기능을 하는 장치를 부착했다고 한다. /독자 제공

결국 A 양 부모는 지난해 5월 경찰에 병원을 고소했다. 사건을 수사한 경기 안양만안경찰서는 지난해 6월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로 P 병원을 기소의견으로 송치했다. 경찰은 "사람이 자주 지나다니는 통로에 구조물이 설치돼 있었음에도 안전조치가 충분히 이뤄져 있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경찰 고소 이후 P 병원은 다른 병원에서 치료받고 있는 A 양 부모를 상대로 약 70만원의 채무만 존재한다는 취지의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A 양 부모가 반소를 제기하자 P 병원은 소송을 취하했고, 현재 A 양 부모 측은 소송 취하에 대한 부동의서를 제출한 상태다.

A 양 부모는 "지난해 11월 기준 이미 약 40만원의 치료비를 부담했다"며 "대학병원 전문의의 치료비 추정서를 토대로 향후 흉터 제거 등을 위해 459만원의 추가 비용이 들 것으로 추산된다"고 설명했다.

A 양은 여전히 이마에 흉터가 남아 치료를 이어가고 있다. 의료 및 주사 상황에 대한 공포 반응과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진단도 받았다.

A 양 부모는 "아이가 병원 방문에 극심한 공포를 느끼고 있어 치료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얼굴, 특히 이마에 영구적인 흉터를 안고 살아가야 하는 상황이라 향후 대인관계 형성과 자존감 발달 등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호소했다. 이어 "이로 인한 고통은 금전으로 온전히 회복되기 어렵다"면서 "P 병원으로부터 진심 어린 사과를 받은 적도 없다"고 강조했다.

P 병원 측은 "입장을 따로 말씀드릴 게 없다"고 답했다.

inj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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