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 5년' 공수처 여전히 시험대…인력난·수사권 난제 산더미
  • 송다영 기자
  • 입력: 2026.01.12 00:00 / 수정: 2026.01.12 00:00
예산-수사·기소 확대 법안 '희망'
인력·수사력·지휘부 재판 등 산적
중수청과 수사범위 충돌 가능성
2026년 9월 정부조직법 개정으로 검찰청이 폐지되는 가운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역할을 둘러싼 법조계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 박헌우 기자
2026년 9월 정부조직법 개정으로 검찰청이 폐지되는 가운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역할을 둘러싼 법조계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 박헌우 기자

[더팩트ㅣ송다영 기자] 검찰청 폐지와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공소청 신설 등 형사사법 체계의 대격변이 예고된 가운데 오는 21일로 출범 5년을 맞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역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회는 공수처 예산과 수사 범위를 확대하는 등 지원에 나섰지만 고질적인 인력난과 수사력 문제는 여전하다. 지휘부의 형사 재판 결과에 따라 존폐 논란이 다시 제기되거나 중수청의 등장에 따른 수사범위 문제로 12·3비상계엄 초기처럼 중요범죄 수사에 혼선을 빚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공수처를 둘러싼 환경은 전반적으로 개선될 조짐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올해 공수처 예산을 약 296억 원으로 편성했다. 이는 전년 대비 17.3% 증가한 규모다. 특히 업무·정보화 분야 예산이 전년보다 51.3% 늘어난 54억5700만 원으로, 가장 큰 폭의 증액을 기록했다.

공수처의 수사·기소 권한 역시 확대될 분위기다. 여당은 판·검사와 경무관 이상 경찰공무원이 저지른 모든 범죄를 고위공직자범죄로 확대하는 내용을 담은 공수처법 개정안을 추진 중이다. 직무 관련 범죄만 수사할 수 있었던 한계를 벗어나는 셈이다. 이 법안에는 공수처 검사의 임기를 폐지하고 행정직원 정원을 기존 20명에서 일부 늘리는 내용도 포함됐다. 개정안은 지난해 12월 3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해 본회의 처리를 앞두고 있다.

다만 인력난은 여전히 공수처의 고질적 문제로 남아 있다. 오동운 공수처장은 지난 5일 내부 구성원들에게 보낸 신년사에서 "검사와 수사관 증원을 위해 총력을 다하겠다"며 "쇄도하는 수사 요구에 제대로 대응하기에는 현재 조직 규모가 턱없이 부족하다"고 강조했다. 공수처법상 검사 정원은 공수처장과 차장을 포함해 총 25명(부장검사 4명, 부부장검사 1명, 평검사 18명)이다. 공수처는 지난해 12월 검사 4명을 새로 임명하며 출범 이후 처음으로 검사 정원을 채웠다. 공수처는 정원 확대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한다. 오동운 처장은 "빗발치는 수사 요구에 제대로 부응하기엔 현재 조직 규모가 턱없이 부족하다"고 토로했다. 정원 뿐 아니라 수사 경험이 풍부한 우수 인력 확보도 공수처의 여전한 고민이다.

수사력 논란도 아직 반전의 계기를 잡지 못 했다. 공수처 출범 이후 5년간 기소한 사건은 6건에 그치는 등 성적은 기대에 못 미친다. 유죄가 확정된 사건은 선고유예 1건 뿐이다. 2건은 무죄가 확정됐고 3건은 1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최근 전현의 전 국민권익위원장 감사원 표적감사 의혹을 수사한 결과 최재해 전 감사원장과 유병호 감사위원 등의 공소 제기를 서울중앙지검에 요구했지만 핵심인 표적감사 의혹은 무혐의로 결론냈다. 앞으로 검찰의 공소제기 양상에 따라 공수처의 수사력은 다시한번 도마에 오를 수밖에 없다. 수사 성과는 '닭과 달걀' 문제처럼 인력 문제와 연결된다는 주장도 있다. 공수처가 이렇다할 성과를 보여주지 못하다 보니 우수 인력들이 선뜻 근무를 희망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공수처는 현재 수사 중인 주요 사건으로는 △전주지법 부장판사 뇌물수수 의혹 △지귀연 중앙지법 부장판사의 술집 접대 의혹 △민중기 특별검사팀(김건희 특검)의 편파 수사 의혹 등이 있다. 이 사건 수사 결과도 공수처 운신의 폭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오동운 공수처장은 지난 5일 내부 구성원들에게 보낸 신년사에서 검사와 수사관 증원을 위해 총력을 다하겠다며 쇄도하는 수사 요구에 제대로 대응하기에는 현재 조직 규모가 턱없이 부족하다고 강조했다. /배정한 기자
오동운 공수처장은 지난 5일 내부 구성원들에게 보낸 신년사에서 "검사와 수사관 증원을 위해 총력을 다하겠다"며 "쇄도하는 수사 요구에 제대로 대응하기에는 현재 조직 규모가 턱없이 부족하다"고 강조했다. /배정한 기자

형사재판에 넘겨진 오 처장을 포함한 지휘부의 운명도 공수처에 변수다. 이명헌 특별검사팀(채상병 특검)은 지난해 11월 26일 오 처장과 이재승 공수처 차장 등을 직무유기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오 처장과 이 차장은 2024년 8월 접수된 송창진 전 공수처 부장검사의 국회 위증 혐의 고발 사건을 약 1년간 대검찰청에 통보하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다. 오는 22일 오전 10시에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오세용 부장판사) 심리로 첫 공판준비기일이 열린다. 특검 기소 사건 특성상 신속한 재판 진행이 예상돼 만약 1심 유죄 판결이 선고될 경우 처장 퇴진 요구 등 조직 존폐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

검찰청 폐지과 공소청 출범 후 중수청, 경찰까지 포함해 중복수사 문제가 다시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특히 12·3 비상계엄 초기 공수처와 검찰, 경찰이 뒤엉켜 서로 수사권을 주장하면서 큰 혼선을 빚었다. 이후 김용현 전 장관 구속영장 기각, 윤석열 전 대통령의 구속 취소, 재판 과정에서 내란 사건 피고인들의 줄기찬 공소기각 공세 등 심각한 문제점을 드러낸 바 있다. 2021년 감사원의 수사의뢰로 시작된 감사원 3급 간부 10억원 뇌물 사건도 한 예다. 공수처가 검찰에 공소제기를 요구했으나 검찰이 보완수사를 요구하면서 '핑퐁'이 시작됐다. 결국 4년 만에 공수처가 형식상 보완수사를 하는 것으로 일단락났지만 앞으로 재판 과정에서 피고인들의 문제제기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과정을 반면교사 삼아 앞으로는 특히 주요 수사를 맡게될 중수청과 공수처 사이 수사 범위를 명확하게 정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공개 예정인 중수청 설치법안에는 중수청의 수사범위가 부패·경제·공직자·선거 등 9개 중대범죄로 명시될 것으로 알려졌다. 고위공직자 범죄 전반으로 수사 범위가 확대되는 공수처와 수사권 경합이 우려되는 대목이다.

manyzero@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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