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김영봉 기자]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통일교)의 정치인 금품 로비 의혹을 수사 중인 경찰이 한학자 총재와 윤영호 전 세계본부장, 정원주 전 총재 비서실장, 송광석 전 천주평화연합(UPF) 회장 등 통일교 핵심 인물들을 검찰에 넘겼다. 2019년 초 국회의원 11명에게 불법 쪼개기 방식으로 정치자금을 후원한 혐의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전담팀은 전날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한 총재와 윤 전 본부장, 정 전 비서실장, 송 전 회장 등 4명을 불구속 송치했다고 30일 밝혔다.
이들은 지난 2019년 초 여야 국회의원 11명에게 불법적으로 1인당 100만~300만원의 후원금을 전달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한 총재를 정점으로 통일교가 한일 해저터널을 비롯해 천정궁·천원궁 건립 청탁을 대가로 국회의원들에게 정치자금을 쪼개기 후원한 것으로 판단했다. 돈을 소액으로 나눠 개인 명의로 후원한 것처럼 속여 건네는 방식이다.
지난 10일 민중기 특별검사팀(김건희 특검)으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아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한 총재와 윤 전 본부장을 입건한 뒤 지난 17일과 24일 한 총재가 구속 수감된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찾아 접견 조사를 실시했다. 윤 전 본부장은 지난 11일 접견 조사 이후 지난 24일 추가 조사를 시도했으나 불발되면서 체포영장을 발부해 강제 조사했다.
정 전 실장은 지난 18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한 뒤 지난 28일 입건해 피의자 조사를 벌였다. 정 전 실장은 최근까지 한 총재가 주요 의사결정을 내릴 때 관여하는 등 사실상 통일교 실세로 불린 인물이다.
경찰은 지난 24일과 26일에는 송 전 회장을 입건하고 두 차례 조사를 진행했다. 송 전 회장은 지난 2015년부터 2018년까지 UPF 한국회장을 역임했다. UPF는 통일교의 대표적 정치인 후원 창구로 지목된다.
송 전 회장은 UPF 산하기구인 세계평화국회의원연합(IAPP) 회장도 겸임하면서 다수의 정치인과 교류를 맺는 등 통일교의 정치권 인사 관리에 핵심적 역할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경찰은 후원금을 받은 국회의원들은 불송치 결정했다. 경찰은 "현 단계에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회계제도와 통일교 회계자료. 관련자 진술 등을 근거로 국회의원들은 제외하기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경찰이 특검으로부터 사건을 건네받은 지 20일 만에 한 학자 등 4명을 송치한 것은 공소시효 때문이다.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공소시효는 7년으로, 이번에 검찰에 넘긴 사건들은 내년 1월 초순 공소시효가 만료된다.
이에 경찰은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과 임종성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규환 전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의원 등의 금품 수수 의혹 사건은 계속 수사 중이다. 불법 후원금을 받은 국회의원들이 늘어난 만큼 통일교의 전방위 정치권 로비 의혹 수사는 확대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특히 경찰은 송 전 회장이 전 전 장관과 임 전 의원, 김 전 의원 등에게 직접 금품을 건넨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다만 전 전 장관 등 3명은 송 전 회장에게 금품을 받은 적 없다는 입장이다.
경찰 관계자는 "공소시효가 임박한 사건을 우선 송치했다"며 "전 전 장관 등 사건은 정확한 사실관계 규명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압수한 자료에 대한 추가 분석을 통해 철저히 수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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