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턴에 '자만추' 성희롱·2차 가해…법원 "해고 정당"
  • 김해인 기자
  • 입력: 2025.11.30 09:00 / 수정: 2025.11.30 09:00
"근로자 인격권 침해…엄중 제재 필요"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강재원 부장판사)는 공공기관 A 사가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을 상대로 제기한 부당해고 구제 재심판정 취소 소송에서 최근 원고 승소 판결했다. /더팩트 DB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강재원 부장판사)는 공공기관 A 사가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을 상대로 제기한 부당해고 구제 재심판정 취소 소송에서 최근 원고 승소 판결했다. /더팩트 DB

[더팩트 | 김해인 기자] 회사 인턴에게 "자고 만남 추구하느냐"고 묻는 등 성희롱을 일삼은 회사 간부 해고는 정당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강재원 부장판사)는 공공기관 A 사가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을 상대로 제기한 부당해고 구제 재심판정 취소 소송에서 최근 원고 승소 판결했다.

이모 씨는 2011년 입사해 2023년 강릉지사 부장으로 근무하던 중 채용연계형 인턴 B 씨와 대리 C 씨에게 성희롱 및 직장 내 괴롭힘 행위를 해 해고됐다. 그는 B 씨의 직속 멘토이자 정규직 전환 평가자였고, C씨와는 같은 부서였다.

그는 B 씨에게 "너 자고 만남 추구해?"라는 성적 발언을 하고 반복적으로 신체 접촉을 하는 등 성희롱 행위를 했다. 신고를 당한 뒤에는 하루에 두 번 "자살을 하고 싶다"고 말하고, 회의실로 따로 불러 원치 않는 대면 사과를 하거나 사무실에서 큰 소리로 "모두에게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고 사과하는 등 2차 가해를 했다. 또 자신의 평가에 따라 정규직으로 전환되지 않을 수 있다며 위력을 행사하기도 했다.

C 씨에게는 "결혼은 했지만 연애를 하고 싶다"고 말하거나 숙박을 같이 하자는 취지의 말을 하는 등 연애 관련 질문과 신체 접촉을 했다. 출근시간 전 KTX 부근 여성 숙소에서 자신을 픽업해 회사까지 데려다 달라고 하거나, 심사 마감 등 개인 업무를 수시로 맡기는 등 직장 내 괴롭힘 행위도 일삼았다.

피해자들이 2023년 4월경 A 사에 갑질 및 성희롱 피해를 신고하며 이 씨에 대한 자숙·접근금지 조치가 내려졌다. 외부 노무법인 조사 이후 같은해 8월 인사위원회는 "성희롱 횟수가 많고 직장 내 괴롭힘과 비위가 경합돼 징계양정상 가중 대상"이라며 "'너 자고 만남 추구?'라고 말한 부분은 성희롱 의도가 없이 자만추(자연스런 만남 추구)의 바뀐 뜻을 알려주기 위한 말이라고 변명하는 등 성인지 감수성이 낮은 편"이라며 이 씨의 해임을 의결했다.

이 씨는 재심을 청구했으나 기각됐고, 전남지방노동위원회 구제 신청도 기각됐다. 반면 중앙노동위원회는 지난해 5월 C 씨에게 한 '너 자고 만남 추구해?'라는 성적 언행과 D 씨에게 연애 관련 질문을 한 행위 등만 인정되며 해고가 과도하다고 판정했다.

이에 A 사는 해고의 정당성을 주장하며 행정소송을 냈다. 법원은 피해자들의 진술 신빙성이 인정되고 이를 뒷받침하는 동료들의 진술과 증거가 있다며 A 사의 징계 사유를 모두 인정했다.

재판부는 "인턴으로 근무할 당시 취약한 지위에 있던 C 씨가 가해행위에 제대로 대응할 수 없었던 것으로 보여 징계사유의 불법성이 상당히 크다"며 "다른 피해자도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이어 "성희롱 및 직장 내 괴롭힘은 단순한 비위행위가 아니라 근로자의 기본권 보장과 관련된 사안"이라며 "직장 내 성희롱이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괴롭힘은 피해 근로자의 인격권을 침해하는 행위이므로 비위사실이 객관적으로 분명하게 인정되는 경우에는 엄격하게 제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h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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