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정채영 기자]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를 둘러싸고 검찰 내 불만과 책임 공방이 계속되고 있다. 사실상 노만석 검찰총장 대행의 사퇴가 없이는 진정되기 어려운 국면에 들어섰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노 대행은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결정에 책임을 지고 사퇴하는 것을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연가를 낸 노 대행은 주변에 '하루 정도 쉬면서 여러 고민을 한다'는 취지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내부에서는 노 대행의 사퇴 외엔 방법이 없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달 3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조우형 부장판사)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김만배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등 피고인에게 실형을 선고했다. 다만 이들이 성남도시개발공사에 4895억원 손해를 끼친 혐의(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상 배임), 유 전 본부장이 민간업자들에게서 428억원을 받기로 약속받은 혐의(뇌물)는 무죄로 판단했다.
서울중앙지검 수사·공판팀은 일부 무죄 판결에 항소를 제기해야 한다는 입장이었지만 검찰은 항소 기한인 지난 7일까지 항소장을 제출하지 못 했다. 반면 피고인 5명은 항소했다. 검찰이 항소를 포기했기 때문에 법원은 이들에게 1심보다 가중된 형은 선고할 수 없다.
항소 포기 직후 노 대행은 검찰 내 입장문을 통해 "법무부의 의견도 참고한 후 해당 판결의 취지 및 내용, 항소 기준, 사건의 경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항소를 제기하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논란이 커지자 대검 연구관들에게 "용산과 법무부와의 관계도 고려해야 했다"며 "나도 너무 힘들었다"고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부 개입 논란도 문제다. 당시 노 대행은 항소 의사를 전달하고자 했으나 법무부는 정성호 장관이 국회에 있어 기다려 달라고 했고, 항소 기한 마지막 날인 오후 8시쯤 법무부에서 '항소를 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연락을 했다는 것이다. 정 장관은 항소 포기가 아닌 '신중히 판단하라는 의견을 전달했다'는 입장이다.

검찰 내부 파장이 계속되자 정진우 서울중앙지검장은 "대검과 의견이 달랐다"며 하루 만에 사의를 표명했다. 다만 대검 연구관들과 일선 검사들은 사실상 노 대행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결국 결론은 노 대행의 손에 달렸다. 사실상 법무부의 지시를 받고 항소를 포기했다는 것이 결론이 나오면 검찰 스스로 독립성을 포기한 셈이 된다. 일부 무죄가 내려진 사건에 검찰이 항소를 포기하는 경우는 검찰이 잘못된 법리를 적용한 경우를 제외하면 거의 없다.
한 고검 관계자는 "대검이나 법무부에 근무해도 항소 등 결정을 보고하는 경우는 있어도 이렇게 허락받는 경우는 없다"며 "사실상 법무부의 허락을 받은 것이다. 대행이 사퇴해야 정리되지 않겠냐"고 비판했다.
수도권의 한 부장검사도 "대장동 같은 사건은 중요한 사건이니까 어느 선까지 보고는 해야 한다. 다만 항소할지, 말지 결국 권한과 책임을 누가 질 것인지에 대한 문제"라며 "일부 무죄가 나왔는데 항소를 안 한 건 검찰 수사에 문제가 있었다고 인정해 버린 것이다. (총장 대행은) 진작 사퇴해야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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