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 찾다 세상 떠나는 사람들···광역단체 10개 중 6개는 외면
  • 이준영 기자
  • 입력: 2025.11.07 00:00 / 수정: 2025.11.07 00:00
정부 법제화 검토···지자체들 수용의무 지침 외면
뺑뺑이로 아이 잃은 어머니 "법에 의무 명시해야"
6일 응급실 뺑뺑이 문제가 지속되면서 정부가 응급 상황 시 광역응급의료상황실이 선정한 병원에 수용의무를 두는 응급의료법 개정을 검토하고 있다. 환자들과 응급실 뺑뺑이로 가족을 잃은 유족들은 수용 의무를 둬 고비를 넘기도록 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사진은 2024년 8월 23일 환자 수용 거부, 생명을 지우는 선택 구급차 뺑뺑이 대책 마련 촉구 소방본부 기자회견이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앞에서 열린 모습. /임영무 기자
6일 응급실 뺑뺑이 문제가 지속되면서 정부가 응급 상황 시 광역응급의료상황실이 선정한 병원에 수용의무를 두는 응급의료법 개정을 검토하고 있다. 환자들과 응급실 뺑뺑이로 가족을 잃은 유족들은 수용 의무를 둬 고비를 넘기도록 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사진은 2024년 8월 23일 '환자 수용 거부, 생명을 지우는 선택' 구급차 뺑뺑이 대책 마련 촉구 소방본부 기자회견이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앞에서 열린 모습. /임영무 기자

[더팩트ㅣ이준영 기자] 응급실 뺑뺑이 문제가 지속되면서 정부가 응급 상황 시 광역응급의료상황실이 선정한 병원에 수용의무를 두는 응급의료법 개정을 검토하고 있다. 환자들과 응급실 뺑뺑이로 가족을 잃은 유족들은 수용 의무를 둬 위급 상황을 넘기도록 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7일 정치권에 따르면 정부여당은 수용 병원을 찾지 못해 국민들이 길거리에서 사망하는 응급실 뺑뺑이 문제를 막기 위한 제도 개선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지난달 14일 경남 창원에서 교통사고로 다리가 부러진 60대 환자가 병원 25곳에서 수용을 거절당해 결국 사망했다. 사고 2분 만에 구급대원들이 도착했지만 수용 병원을 찾지 못해 80분 넘게 길거리에서 헤매다 뒤늦게 한 병원이 받아줬지만 목숨을 잃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30일 여론조사기관 ㈜조원씨앤아이에 의뢰해 전국 18세 이상 남녀 1000명 대상으로 실시한 보건의료 대국민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급실 뺑뺑이를 경험하거나 들은 적이 있다는 사람이 78.8%에 달했다. 조사에서 국민들은 해결 방안을 '중증 응급환자 즉각 수용 의무 강화'(29.5%), '중증 응급환자 수술·시술 가능 인력 확충'(26.4%), '실시간 병상·환자 진료정보시스템 구축'(19.9%) 순으로 꼽았다.

국민들은 응급환자 수용의무를 우선 방안으로 꼽았지만 현행 법에는 수용 의무가 없다. 보건복지부가 임시방편으로 응급환자 수용의무 지침을 만들라고 17개 광역자치단체에 요구했지만 11개 시도가 1년 넘도록 호응하지 않고 있다.

해당 지침은 2019년 양산부산대병원이 수용을 거부해 사망한 동희(당시 5세) 군과 같은 사태가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2022년 12월 시행된 응급의료법 개정안(동희법) 후속 조치다. 복지부가 지자체에 가이드라인으로 보낸 지침 핵심은 중증응급환자나 응급 분만환자가 발생했는데 인근 모든 응급의료기관에서 수용이 곤란하다고 고지할 경우, 각 지역 시도응급의료위원회에서 환자 상태, 수용곤란 고지 사유 등을 고려해 사전에 정한 기준에 따라 중앙응급의료센터 광역응급의료상황실이 의료기관을 선정하면 환자를 의무 수용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이는 환자단체들이 응급실 뺑뺑이를 막기 위한 핵심 조치로 요구한 사안이다. 하지만 법적 근거가 없어 여러 지자체들은 의사들이 반대한다는 이유로 응급환자 수용의무 지침을 만들지 않고 있다. 지침을 만들어도 법적 구속력이 없어 실효성 문제가 제기된다.

이에 복지부는 응급의료법 재개정을 통해 수용의무(1차 수용의무)를 두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인근 모든 병원이 수용할 수 없는 경우 수용곤란 사유나 환자 상태 등 기존에 정한 기준에 따라 의료기관을 선정해 1차 수용의무를 두는 방안이다.

6일 동희군 어머니 김소희씨는 기준에 따라 병원에 수용의무를 둬 위급 환자가 위기 상황을 넘기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은 2024년 9월 15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 응급의료센터에서 구급대원이 환자를 이송하는 모습/ 더팩트
6일 동희군 어머니 김소희씨는 "기준에 따라 병원에 수용의무를 둬 위급 환자가 위기 상황을 넘기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은 2024년 9월 15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 응급의료센터에서 구급대원이 환자를 이송하는 모습/ 더팩트

하지만 의사들이 반대하고 있어 제도화 될지 불확실하다.

동희군 어머니 김소희씨는 "기준에 따라 병원에 수용의무를 둬 위급 환자가 위기 상황을 넘기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성주 한국중증질환연합회 대표는 "환자들은 난민 상태다. 뇌종양 환자 상태가 악화됐는데도 대학병원들이 받아 주지 않아 위험에 처한 적도 있다"며 "응급실 뺑뺑이로 환자들이 위험해지는 상황을 막기위해 기준을 만들어 병원에 수용의무를 두는 법이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정치권에서도 수용의무 요구가 나온다. 김선민 조국혁신당 의원은 "복지부는 광역자치단체와 지속적인 협의를 통해 응급환자에 대한 수용의무 조치가 지침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하고, ‘응급환자 수용의무 조치 내용을 담은 응급의료법 개정도 즉각 검토해 응급실 뺑뺑이 상황이 더 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실질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지난달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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