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이준영 기자] 윤석열 전 대통령 및 김건희 여사와 친분이 있는 자생한방병원에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특혜를 줘 병원이 수익을 올렸다는 의혹이 국정감사에서 제기됐다. 강중구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 원장은 의혹을 부인했다.
1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심평원 대상으로 진행한 국정감사에서 전진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 같은 의혹을 언급했다. 전 의원에 따르면 국토부·심평원·손해보험협회·대한한의사협회는 2023년 3월 ‘무균·멸균이 객관적으로 입증된 약침액만 사용한다’는 합의안을 마련했고, 국토부는 2024년 2월 21일 '자동차보험 약침 안전성 기준 고시(제2024-98호)'를 통해 ‘객관적으로 무균·멸균이 입증된 약침액만 보험 인정’이라고 명시했다. 국토부는 같은 해 3월 14일 유권해석을 통해 특정 기술이나 인증 여부가 아닌 과학적·의학적으로 무균·멸균이 입증된 약침액이면 인정 가능하다고 명확히 했다.
하지만 심평원은 이 유권해석과 달리 지난해 3월 25일 안내(팝업 안내)를 통해 ‘4월 20일까지만 미인증 원외탕전 약침 인정’을 공지했다. 전 의원실에 따르면 국토부 유권해석은 인증 여부와 상관없이 무균·멸균이 입증된 약침액이면 가능하다는 것이었지만 심평원은 이와 다르게 인증 받은 것으로만 한정한 것이다. 자생한방병원은 2024년 5월부터 2025년 5월까지 13개월 동안 자동차보험 약침 수익 795억원(전체의 53.8%)을 올렸다.
전 의원은 "이는 국토부 고시를 정면으로 위반한 행정이자, 이해당사자 의견 수렴조차 거치지 않은 일방적 결정이었다"며 "결국 인증 원외탕전을 운영하는 자생한방병원에 유리한 결정이었다"고 말했다.
전 의원은 자생한방병원 신준식 이사장은 윤 전 대통령과 개인적 친분이 깊고 윤석열·김건희 부부가 신 이사장 차녀 신지연 씨와 검사 출신인 대통령실 이원모 비서관의 중매를 선 이로 알려져 있다고 했다. 전 의원실은 "신지연 씨와 신준식 이사장의 배우자는 대선 당시 윤석열 후보에게 각각 1000만원의 고액 후원금을 냈고, 신지연 씨는 김건희 여사와 나토 순방을 함께한 핵심 동행자였다"며 "현재 김건희 특검은 자생 측이 윤석열 인수위 인사검증팀 사무실을 제공, 자생바이오와 자생홀딩스를 통해 총 125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에 대해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자생은 윤석열·김건희 부부와 얽힌 이해관계의 중심에 있다"고 거론했다. 신지연 자생바이오 대표는 나토 순방 당시 민간인 신분으로 대통령 전용기에 탑승해 논란이 된 바 있다.
전 의원은 심평원의 태도 변화 문제도 지적했다. 국토부가 운영한 ‘무균·멸균 약침 가이드라인 협의체’ 회의록에 따르면, 심평원은 2025년 3월 27일 1차 회의에서 "국가 인증 원외탕전실 조제 약침액만 인정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파면된 직후인 4월 24일 열린 2차 회의에서는 ‘비인증 약침 확대 필요성’을 논의하며 입장을 뒤집었다. 20일 만의 입장 변화였다.
전진숙 의원은 "공공기관인 심평원이 위탁기관인 국토부의 ‘고시 유권해석’을 무시하고, 이해당사자 협의 없이 결정을 함으로써 윤석열 전 대통령과 특수관계인 자생한방병원에 보험료를 몰아줬다"며 "정부의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중구 심평원 원장은 이 같은 특혜 의혹을 부인하며 "특검에 관련 자료를 충분히 제출했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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