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이준영 기자] 2026년도 기준 중위소득이 6.51% 올랐다. 1인 가구는 올해 76만원인 생계급여를 내년 82만원 받는다. 하지만 수급자들은 여전히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수준이라며 가난한 국민의 삶을 보장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정부가 내년 기준 중위소득까지 실제 중위소득과 기준 중위소득 간 격차를 해소하겠다고 했지만 실패했다고 비판했다.
보건복지부는 31일 제77차 중앙생활보장위원회를 열고 2026년도 기준 중위소득, 기초생활보장 급여별 선정기준, 최저보장수준을 심의·의결했다고 밝혔다. 중앙생활보장위원회는 기초생활보장 주요 정책을 심의·의결하는 정부 위원회로 복지부 장관이 위원장이며 관계부처(차관급), 전문가, 공익위원 등으로 구성된다.
기준중위소득은 80여개 복지제도 선정 기준에 사용되며 기초생활보장제도 생계급여 수급액 등을 결정한다. 총 가구를 소득순으로 나열해 정중앙에 있는 가구 소득이 ‘중위소득’인데 복지부는 중앙생활보장위원회 심의를 통해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에 따른 최근 3년간 중위소득 평균 기본증가율을 임의 조정해 ‘기준중위소득’을 정한다. 기준중위소득이 높아질수록 복지서비스를 받는 빈곤층 국민들이 늘고 수급액도 늘어난다. 생계급여 수급자 경우 기준중위소득 32%를 상한으로 생계급여를 받는다.
2026년도 기준 중위소득은 전년보다 6.51% 올랐다. 역대 가장 높은 인상률이다. 4인 가구 기준 올해 609만7773원 대비 40만원 오른 649만4738원이다. 1인 가구 기준 중위소득은 올해 239만2013원 대비 7.20% 오른 256만4238원이다. 기초생활보장 수급가구의 70% 이상 차지하는 1인 가구엔 높은 인상률이 적용된다.
급여별 선정기준은 각각 기준 중위소득 대비 생계급여 32%, 의료급여 40%, 주거급여 48%, 교육급여 50%로 올해와 같다.
생계급여는 선정기준과 최저 보장수준이 같다. 생계급여 선정 기준과 수급액은 1인 가구 기준 2025년 76만5444원에서 2026년 82만556원으로 인상한다.
1인 가구 기준 의료급여를 받으려면 소득이 102만5695원, 주거급여 123만834원, 교육급여 128만2119원 이하여야 한다.
제도 변화도 이뤄진다. 청년이 자활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기 위해 청년층 근로소득 공제 대상을 확대한다. 일반재산 환산율(4.17%)을 적용하는 자동차재산 기준을 승합·화물자동차와 다자녀 가구는 완화한다.
복지부는 2026년 기준 중위소득 인상과 제도 변화로 약 4만명이 새로 생계급여를 수급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의료급여는 기존과 동일하게 급여대상 항목에 대한 의료비 중 수급자 본인부담 금액을 제외한 전액을 지원한다. 본인부담 기준은 현행 의료급여 법령에 따라 정액제를 적용한다. 복지부는 지난해 7월 제73차 중앙생활보장위원회에서 외래·약국 본인부담을 진료비에 비례하도록 개편하는 방안을 의결했지만 수급자들의 부담 증가 우려로 반발이 있다. 이에 복지부는 "사회적 숙의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본인부담 개편안 재검토 결과가 도출될 때까지 현재 본인부담 기준을 유지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연간 365회 초과한 외래진료는 본인부담률 30%를 적용한다. 부양의무자가 수급자에게 생활비로 지원하는 것으로 간주하던 부양비를 완화해 대상자를 확대한다. 항정신병 장기지속형 주사제 본인부담률을 5%에서 2%로 낮춘다. 주거급여는 임차가구 기준임대료를 올해 대비 급지·가구원수별 1만7000원~3만9000원 인상한다. 교육급여는 교육활동지원비를 올해 대비 평균 6% 인상한다.

하지만 이번 기준 중위소득 인상률이 실제 중위소득과 격차를 줄이기엔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여전히 수급자들의 삶을 보장하는 데 미흡하다는 의견이다.
정성철 빈곤사회연대 활동가는 "정부는 ‘역대 최대 인상률’로 자화자찬하지만 국가공식 소득분배지표에 따른 2024년 1인가구 기준중위소득은 321만원이었다. 하지만 내년도 1인가구 기준중위소득이 256만원이라는 현실은 복지 기준선이 얼마나 비현실적인지 보여준다"며 "빈곤선의 기준이 되는 기준중위소득은 실제 시민들의 소득 수준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2018~2024년 가계금융복지조사의 중위소득 대비 기준 중위소득 비율은 1인가구 기준 89.1%에서 80.6%, 4인가구 기준 94.4%에서 81.3%로 줄었다. 이번 6.51% 인상률로는 이 격차를 해소하는데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정부는 2026년 기준 중위소득까지 가계금융복지조사 가구소득 중위값과 격차를 해소한다는 목표였다. 빈곤사회연대는 "2020년 복지부는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른 가구소득 중위값과 기준중위소득 간 차이를 해소하기 위한 6년간의 계획을 수립했다"며 "2026년 기준중위소득은 통계청이 공표하는 통계자료의 중위값에 근접해야 했지만 격차는 해소되지 않았다. 기본증가율을 매년 고무줄 산식에 따라 낮게 결정해 왔다. 복지부 정책 실패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중앙생활보장위원회가 이번에도 부양의무자기준 폐지를 위한 계획을 수립하지 않았다는 문제도 제기했다. 빈곤층은 기초생활보장법에 따라 국가 지원을 받아야 하지만 일정 소득이 있는 가족이 있으면 생계급여와 의료급여를 받지 못한다. 이 중에는 현실적으로 부양받지 못하거나 부양의무자가 부양 능력이 없음을 신청자가 입증해야 해 포기하는 이들이 있다. 의료급여 수급 소득기준을 충족하지만 부양의무자 기준으로 자격을 얻지 못한 빈곤층은 73만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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