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최의종 기자] 윤희근 경찰청장이 서울 이태원 참사 보고서 삭제 의혹으로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 수사를 받던 중 숨진 채 발견된 전 용산경찰서 간부 빈소를 찾았다.
윤 청장은 11일 오후 8시37분 서울 강북구 한 장례식장에 마련된 전 용산서 정보계장 정모(55) 경감의 빈소를 찾아 18분 정도 고인의 명복을 빌고 유족에게 위로의 말을 전했다. 이에 앞서 오후 7시54분쯤 윤 청장과 김광호 서울경찰청장 조화가 빈소에 도착했다.
조문을 마치고 취재진을 만난 윤 청장은 "비통한 소식을 접하고 정말 누구보다 안타까운 마음"이라며 "돌아가신 정모 경감에 진심으로 깊은 애도의 말씀을 드리고, 누구보다 황망해 하고 있을 가족 분에게 경찰 조직을 대표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유족들이 전한 말이 있냐는 질문에 "고인의 희생이 헛된 희생이 되지 않도록 해달라는 말씀이 있었다"며 "경찰청장으로서 경찰청 차원에서 최선을 다해 고인이 30여년 경찰관으로 국가를 위해 헌신한 것을 당당히 평가받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은 이날 오후 12시45분쯤 정 경감이 강북구 수유동 자택에서 숨진 상태로 가족에게 발견됐다고 밝혔다. 타살 정황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경찰은 구체적인 사망 경위를 파악하고 있다.
정 경감은 김모 전 용산서 정보과장과 함께 다른 직원을 시켜 정보보고서를 작성한 정보관 업무용 PC에 문건을 삭제하고 직원들을 회유·종용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해당 보고서는 핼러윈 기간 많은 인파가 몰릴 것을 우려한 내용이 담겨 있었다.
특수본은 지난 7일 정 경감과 김 전 과장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와 증거인멸,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입건했다. 박성민 서울청 공공안녕정보외사부장도 용산서 등 일선 경찰서 정보과장이 있는 단체 대화방에 '감찰·압수수색에 대비해' 규정대로 삭제하라고 지시한 의혹을 받는다.
특수본은 최근까지 용산서 정보과 직원들을 불러 조사했다. 추가 조사와 압수물 분석을 끝낸 뒤 정 경감을 불러 조사할 예정이었다. 정 경감은 김 과장과 함께 지난 9일 대기발령 조치된 상태였다.
특수본은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지난 2일 서울경찰청 112상황실 등 8곳과 8일 경찰청장 집무실과 서울청장 집무실 등 55곳을 압수수색했다. 다만 윤 청장과 김 청장은 현재까지 참고인 신분이다. 특수본은 박희영 용산구청장도 출국금지 조치하는 등 수사를 벌이고 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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