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흘 연속 일하고 화장실서 숨진 노동자…法 "업무상 재해"
  • 송주원 기자
  • 입력: 2022.03.21 07:00 / 수정: 2022.03.21 07:00
비좁고 악취 심한 이동화장실…"관상동맥 악화 원인"
10일 연속 근무를 한 뒤 재래식 이동화장실에서 쓰러져 숨진 노동자에 대해 업무상 재해로 봐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이새롬 기자
10일 연속 근무를 한 뒤 재래식 이동화장실에서 쓰러져 숨진 노동자에 대해 업무상 재해로 봐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이새롬 기자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10일 연속 근무를 한 뒤 재래식 이동화장실에서 쓰러져 숨진 노동자에 대해 업무상 재해로 봐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7부(당시 김국현 수석부장판사)는 건설일용직 노동자 A 씨의 자녀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A 씨는 2019년 4월 한 물류센터 신축공사 현장에서 화기 감시자 일용직으로 근무하던 중 현장에 설치된 재래식 이동화장실 바닥에서 쓰러진 채 발견돼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사망했다. 고인은 10일 연속 근무를 하고 하루 쉰 뒤 업무에 복귀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부검 결과 사인은 허혈성 심장질환이었다.

공단은 A 씨에게 과도한 업무 부담과 스트레스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A 씨의 사망을 업무상 재해로 보지 않았으나, 법원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만성 심장질환 등이 있던 고인은 육체적으로 가볍지 않은 업무를 10일 동안 연속으로 하는 등 사망 전 근무 시간 및 강도에 급격한 변화가 있었다"며 "근무시간에 화장실을 이용하던 중 '발살바 효과'와 비좁은 공간 등이 영향을 미쳐 심장질환이 급격히 악화돼 업무상 질병으로 사망했다고 봄이 타당하다"라고 판단했다. 발살바 효과란 숨을 참은 상태에서 갑자기 힘을 주면 순간적으로 체내 압력이 급상승하는 효과다. 이로 인해 심장 내로 들어오는 혈류가 감소해 심근 허혈성 급사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이 법원 판단이다.

A 씨가 사망한 장소는 재래식 이동화장실로 한 개의 컨테이너에 비좁은 3칸이 구성된 형태였다. 감정에 참여한 전문가는 비좁은 화장실 공간과 악취가 직접적 사인이라고 볼 수는 없으나, 관상동맥 파열의 악화인자가 될 수 있었다는 소견을 밝힌 것으로 파악됐다.

ilraoh@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 이메일: jebo@tf.co.kr
· 뉴스 홈페이지: https://talk.tf.co.kr/bbs/report/write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