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 연인 경찰 신고에 보복 차원 범행 [더팩트ㅣ최의종 기자] 신변보호를 받던 전 연인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 송치된 김병찬(35)이 범행 전 휴대전화로 도구나 방법 등을 여러 차례 검색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 중부경찰서는 29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보복살인 및 보복협박), 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상해, 주거침입, 특수협박, 협박, 특수감금 혐의로 김 씨를 검찰에 넘긴 뒤 이같이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우발적 범행이라고 일부 주장했지만, 지난 7일 신고에 대한 보복으로 판단해 특가법상 보복살인 혐의를 적용했다. 휴대전화 포렌식 결과 범행 시점 이전에 도구·방법을 여러 차례 걸쳐 검색한 게 확인됐다"라고 설명했다.
앞서 김 씨는 경찰이 포렌식 내용을 확보했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피해자의 스마트워치에서 경찰의 목소리가 흘러나와 흥분해 범행을 저질렀다는 점에 대해 경찰은 "그런 취지의 진술도 있었다"면서 "아직 사실관계가 명확히 확인된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김 씨는 지난 19일 오전 서울 중구 저동 한 오피스텔에서 경찰의 신변보호를 받던 전 여자친구 A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A씨는 김 씨와 헤어진 뒤 5개월간 지속적으로 스토킹과 협박을 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A씨 신고를 받은 경찰은 김 씨에 대해 법원에 100m 이내 접근 금지, 정보통신을 이용한 접근 금지 등 잠정조치를 신청했다. 그러나 이후에도 김 씨는 한 차례 A씨에게 연락을 시도한 것으로 조사됐다.

잠정조치 통보를 받고 부산에 머물다 상경한 김 씨는 18일 서울 중구 한 마트에서 흉기를 구매하고, 종로구 한 업소에서 숙박했다. 이후 19일 오전 11시6분쯤 A씨가 거주 중인 오피스텔 주차장에 차량을 확인해 A씨가 집에서 나올 때까지 복도에서 기다렸다.
A씨는 19일 오전 11시29분과 11시33분 경찰에서 받은 스마트워치를 통해 긴급 구조 요청을 했다. 경찰은 12분이 지난 뒤 현장에 도착했다. A씨는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숨졌다.
김 씨는 A씨를 만나기 위해 찾아갔으며, "잘못된 것을 풀고자 갔다"라고 진술한 것으로 파악됐다. 김 씨는 살인 외 스토킹 혐의 등은 대체로 시인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경찰청은 지난 24일 신상정보 공개심의위원회를 열고 김 씨의 이름과 신상을 공개하기로 했다. 최근 국가경찰위에서 '피의자 얼굴 등 신상공개 지침 일부개정지침안'을 의결하면서, 경찰은 김 씨에게 의견 제출 기회를 줬다고 밝혔다. 김 씨는 신상공개를 동의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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