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한 직원에 "사흘 안에 나가"…여행업체 대표 벌금형
  • 송주원 기자
  • 입력: 2021.02.19 05:00 / 수정: 2021.02.19 05:00
임신한 직원에게 3일 안에 나가라는 취지로 해고 의사를 밝힌 여행업체 대표가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이새롬 기자
임신한 직원에게 '3일 안에 나가라'는 취지로 해고 의사를 밝힌 여행업체 대표가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이새롬 기자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혐의 1심 유죄[더팩트ㅣ송주원 기자] 임신한 직원에게 '3일 안에 나가라'며 해고 의사를 밝힌 사주가 1심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19단독 김성훈 부장판사는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여행업체 대표 A 씨에게 벌금 200만 원을 선고했다.

모 여행사를 운영하는 A 대표는 지난 2018년 5월 사무실에서 과장 직급 노동자 B 씨가 임신한 사실을 알고 "3일 이내에 나가라"며 부당하게 해고 의사를 밝힌 혐의를 받았다.

2017년 11월부터 이 여행사에서 근무한 B 씨는 △임금의 구성·계산·지급 방법 △근로시간 △휴일 및 연차 유급 휴가 등이 명시된 표준 근로계약서도 제대로 쓰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B 씨가 이를 진정하자 A 대표는 해고 의사를 철회하고 같은 해 10월 31일을 근무 기한으로 명시한 근로계약서를 작성했다. A 대표는 계약서상 근무 마지막 날 B 씨와의 계약을 종료했다.

법원은 A 대표가 애초 표준 근로계약서를 교부하지 않은 채 B 씨를 고용하고 임신하자 해고 의사를 밝힌 건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대표는 통상적으로 노동자보다 우월적 지위를 갖기 때문에 사무실이라는 업무상 공간에서 일시적이라도 해고를 시사하는 말을 한다면, 최종적으로 법적 효력을 가진 조치로 이어지지 않았더라도 법적 판단 대상으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라며 "임신은 여성에게만 발생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에 임신을 이유로 어떤 부당한 대우를 한다면 성차별적 대우를 한 것이라고 봐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임금 지급 방법 등이 명시된 근로계약서를 쓰지 않고 B 씨를 고용한 혐의(근로기준법 위반)에 대해서도 "사용자는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노동 조건을 모두 확정해 서면으로 노동자에게 교부한 뒤에야 실제 근무에 투입해야 한다"며 유죄로 판단했다.

다만 출산휴가 중 부당하게 해고당했다는 B 씨의 주장은 인정되지 않았다. B 씨는 2018년 10월 13일부터 출산 휴가에 들어갔는데 같은 달 31일 계약 종료 통보를 받았다.

당시 B 씨가 작성한 근로계약서에는 2018년 4월 1일~2018년 10월 31일로 정한 근로기간과 함께 '근로계약 기간 이내에 출산휴가, 육아휴직 신청 시 신청일로부터 정상적인 휴직 기간으로 들어간다'는 문구가 기재돼 있었다. B 씨 측은 이 문구에 출산휴가나 육아휴직 이후로도 계속 일하겠다는 취지가 담겨 있다며 정상적인 휴업 기간에 해고를 당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해당 문구는 객관적으로 계약 기간 안에 출산휴가나 육아휴직의 시작이 가능하다는 취지로 이해될 뿐 그 휴직 기간 동안 근로계약 기간이 자동으로 연장된다는 내용으로 해석되지는 않는다"며 "B 씨의 휴직이 시작된 경우 근로 계약 기간을 어떻게 할지 명확히 기재돼 있지 않기 때문에 계약 기간 만료는 (근로계약서에 명시된) 2018년 10월 31일로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ilrao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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